• 심상정 '경제'서 '평화'로 발빠른 행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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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년 04월 20일 07:40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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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노동당 대선 후보이며 ‘경제통’으로 널리 알려진 심상정 의원이 이번에는 한반도 평화 문제에 대해서 적극적인 이슈와 대안을 제기하는 등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진보진영 평화담론 주도, 경선 득표전략 일환

    심상정 의원은 오는 27일과 다음 달 8일 두 차례에 걸쳐 한반도 평화토론회를 연다. 심 의원이 직접 ‘한반도 평화 로드맵과 한반도 평화경제론’을 주제로 발표하고, 당내 전문가는 물론 손석춘 새로운사회를 여는 연구원 원장, 박경순 한국진보운동연구소 소장 등 인사들이 토론자로 참석할 예정이다. 심 의원은 이에 앞서 지난달 19일 한반도 정치군사적 현안 해결을 위한 5대 긴급 제안을 밝히기도 했다.

    심상정 의원은 진보진영에 자신이 생각하는 한반도 평화 정책을 제시하고 직접 검증을 요청하겠다는 생각이다. 급변하는 한반도 정세에 맞춰 진보진영 한반도 평화 담론을 마련하는데 주도적으로 앞장 서겠다는 이야기다. 

    심상정 의원의 이 같은 행보는 "콘텐츠를 가지고 정파의 부정적 측면을 돌파한다"는 자신의 생각을 실천한다는 측면과 함께 당내 경선 승리를 위한 득표전략 차원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심의원 쪽에서도 이를 부정하지 않는다.

    심 의원측은  “평화, 통일 문제에 앞장서 온 민주노동당이 한반도를 둘러싼 급변하는 정세에 대응하는 준비 정도가 미흡했다”며 “심 의원의 한반도 평화 정책 제안은 단순히 심상정의 공약이 아니라 보수진영의 평화 정책과 차별되는 진보진영의 평화 로드맵을 만들겠다는 구상”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캠프의 다른 관계자 역시 “박근혜나 정동영이 단계별 통일 방안을 주장하고 있고 진보진영은 평화담론을 빼앗기고 있다”며 “당내 경선의 속도가 아니라 보수세력과 싸움에서 진보진영이 평화 담론을 선점해야 한다”고 심상정 의원의 한반도 평화 정책 제안의 배경을 밝혔다.

       
      ▲ 사진 = 심상정 의원실
     

    경제 전문가 심상정, 한반도 평화 정책 제시

    하지만 심상정 의원의 한반도 평화 정책 제안과 토론회는 갑작스러운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측면이 있다. 그동안 국회 재경위 소속으로 경제 문제와 한미FTA 문제 등을 주로 천착해온 측면이 크기 때문이다.

    심 의원원측은 그러나 한반도 평화 정책이 자신들의 ‘준비된 정책’이라고 강조했다. 캠프의 한 핵심관계자는 “심 의원이 지난해 말 대선 출마를 결심하면서 가장 먼저 손 댄 부분이 경제와 평화 정책”이라며 “두 분야는 같은 맥락에서 연결된다”고 말했다.

    심 의원이 대선출마시 주장한 ‘세박자 경제론’의 한 축인 ‘한반도 평화경제론’ 실현을 연구하며 자연스레 한반도 정치군사 현안 해결, 한반도 평화체제도 함께 고민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심 의원측 다른 관계자는 “누구나 이번 대선에서 ‘평화’가 주요 화두가 될 것이라는 것은 예상했지만 한반도 정세가 이렇게 갑자기 급변하며 요동칠지는 몰랐다”며 “내용 준비가 없으면 속도를 못 따라가는데 우리는 정세에 부합해 입장을 내놓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우회적으로 범여권의 대선주자나 당내 다른 대선주자들이 아직까지 평화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을 은근히 꼬집는 말이다.

    물론 민주노동당의 다른 대선주자들은 심 의원쪽의 이러한 주장과 무관하게 각자 “준비된 일정에 따라” 자신들의 한반도 평화 정책을 밝힐 계획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미 한반도 평화 정책은 마련돼 있으며 “시기를 저울질 하고 있다”는 얘기다.

    오는 26일 공식적으로 대선후보에 출마하는 권영길 의원은 출마 선언에서 한반도 평화 정책의 큰 틀을 밝히고 이후 대선 행보에 맞춰 구체적인 내용을 알릴 계획이다. 노회찬 의원도 정세 등을 감안해 조만간 한반도 평화 정책을 발표한다는 방침이다. 

    "시기도 내용도 다른 주자보다 앞설 것" 

    심 의원측은 당내 대선주자 중 가장 먼저 평화 정책을 내놓았다는 시기적인 측면 이외에 내용면에서도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캠프의 핵심관계자는 “(부족분을) 채우는 정도가 아니라 (다른 주자들에 비해) 내용에서 제일 앞설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는 특히 당내 대권경쟁자 중 한 명인 권영길 의원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권 의원은 국회 통외통위 소속으로 활동해 온 만큼 상대적으로 남북관계나 통일 정책에서 다른 주자들에 비해 유리한 입장에 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이 관계자는 “경제, 평등, 빈부 격차를 주목해온 정치세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경제정책을 마련해야 하고 통일, 남북 문제에 관심을 가져온 세력은 우리가 제시한 것 이상을 내놓을 수 있어야 한다”며 “도전으로 받아들여도 괜찮다”고 자신감을 표했다.

    다른 관계자는 “평화체제가 전면화되면 어차피 먹고 사는 문제가 중요하고 평화체제를 아래에서 떠받치는 것이 바로 경제 시스템”이라며 “평화통일을 심도 있게 체계적으로 정리할 사람은 심상정 의원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물론 아직까지 다른 대선주자들의 한반도 평화 정책이 나오지 않은 만큼, 심 의원측의 주관적 희망에 가까운 주장이다. 향후 민주노동당 내 대선 주자들이 당의 기존 정책을 전제로 평화, 통일 정책에 어떤 차별성을 보여줄지 관심이 가는 대목이다.  

    당내 다수파 지지 얻기 위한 전략

    한편 심상정 의원의 한반도 평화 정책 제시가 남북문제와 통일에 관심이 높은 당내 자민통 계열(NL)의 지지를 이끌어내기 위한 경선전략이라는 시각도 있다. 상대적으로 지지율이 낮은 것으로 알려진 심 의원이 당내 다수파인 이들의 표심을 공략하기 위한 전략으로 한반도 평화 정책을 내놓고 있다는 시각이다.

    실제 심 의원측은 한반도 정치군사적 현안 해결을 위한 5대 긴급 제안 등 평화 정책에 대해 당내 자민통 계열 인사들의 의견을 청취하기도 했다. 캠프의 한 관계자는 “정파 대립 그 이상의 것을 하자는 게 심상정 캠프 출발의 원칙이었다”면서 “당내 의견을 두루 반영했고 (그런 과정을 통해) 정책이 세련돼졌다”고 말했다.

    또다른 핵심관계자도 심 의원측의 경선전략으로 볼 수 있냐는 질문에 “당연하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심 의원의 대안과 내용에 대한 의견을 구한 것이지, 새로운 내용을 제안 받거나 ‘딜’을 한 일은 없다”며 “우리의 독자적인 내용을 평가받고 그것으로 당내 지지를 얻어내겠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심상정 의원은 최근 <딴지일보> 인터뷰에서 당의 새로운 리더십을 강조하며 “예컨대 NL-PD로 대립된 당내 정파구도를 컨텐츠를 통해 과감하게 재편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비전과 내용을 통해 정파구도를 넘어선 지지를 받겠다는 심 의원측의 주장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다.

    김창현 전 총장 "모든 후보 평화체제 비전 내야 될 것"

    심 의원측의 행보와 관련 당내 자민통 계열 인사들은 대체로 “대선 행보에 따른 계산된 움직임이지만 긍정적”이라는 시각이다. 현재 한반도 정세에 비춰 당내 대선주자들이 한반도 평화 정책을 적극적으로 내놓는 것이 당연하고 또 그럴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김창현 전 사무총장은 "각종 선거는 당의 노선을 선택하고 결정하는 중요한 계기이고, 대선 정책을 통해 당의 정책이 다듬어진다”며 “심상정 의원이 입체적으로 개인의 정책 비전을 제시하고 있는데 당의 한반도 평화 체제 정책 결정 과정에 중요한 역할”이라고 평가했다.

    김 전 사무총장은 “한반도 평화체제는 당내 다수파의 관심사가 아니라 다수 민중의 관심사로 그 이전에도 심 의원이 한반도 평화에 무관심하지 않았다고 보고 다만 당내 활동에서 상대적 강조점의 차이가 있었던 것”이라며 “지나치게 선거 전략으로만 봐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모든 대선후보들이 한반도 평화체제 비전을 내지 않으면 안 될 것이고 (발표 시기에는) 선거전술적 차이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심 의원의 이 같은 움직임이 자민통 계열의 표심에 미칠 영향과 관련 김 전 총장은 “한반도 평화체제를 밝혔다고 이른바 NL 계열이 즉자적으로 반응할 것이라고 이야기할 수는 없다”면서 “하지만 평화체제 정책을 빠르게 제기하는 것은 건강한 모습”이라고 말했다.

    “정파 뛰어넘는 투표 가능해”

    이와 관련 민주노동당의 관련 당직자는  "심 의원의 행보가 정파의 표심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주변에 고민하는 분들이 꽤 있다”고 전했다. 그는 “세계관의 문제가 쉽게 바뀌기는 힘들지만 (심 의원의 정책이) 논리적 설득력을 갖는다면 정파를 뛰어넘는 투표행위도 가능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방석수 기획조정실장 역시 “당내에 현실적인 정치구도가 있고 다수파가 관심을 갖고 있는 분야에 대선주자가 관심을 갖는 것을 부정적으로 보지 않는다”며 “객관적 정세에서도 한반도 평화 정책은 핵심적 현안으로 주변에 긍정적으로 보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방 실장은 또 심 의원측이 공세적인 입장을 취하는 것에 대해 “아주 좋은 일”이라고 반겼다. 그는 과거 당 대표 선거 TV 토론 과정에서 후보간 주장 차이가 없어 “왜 따로 나왔나” 하는 말을 들었던 일화를 전하며 “대선 과정은 정책적 차이가 드러나고 상대 후보가 부족한 부분에 대해 비난이 아니라 비판도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예를 들어 권영길 의원이 한반도 평화에 관심이 있다는 평가를 받아왔는데 실제 어떤 구체적 내용을 갖고 있는지 보여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나아가 방 실장은 “NL 쪽에서 의견을 모아 대선주자들에게 공개 질의를 하거나 입장을 촉구할 수도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한편 김창현 전 사무총장은 자민통 계열의 대선주자 검증과 관련 “조직적으로, 개인적으로 다양한 방식이 있지 않겠느냐. (여러가지 의견이)봇물 터지듯 나올 것”이라며 “정책 노선의 측면, 활동해왔던 모습, 본선 경쟁력을 종합적으로 판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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