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상정-청와대 양극화 논쟁 가열
        2007년 04월 19일 02:18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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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미FTA가 사회 양극화에 미칠 영향을 놓고 청와대와 민주노동당 심상정 의원간 ‘이론투쟁’이 벌어지고 있다. ‘심청전’은 이미 2라운드를 넘겼다. 3라운드 청와대의 반격이 주목되는 시점이다.

    청와대 "무관" vs 심상정 "심화" 

    청와대는 한미FTA가 양극화 해소의 기회가 될 것이라고 주장하는 반면 심 의원은 이미 심각한 지경에 이른 우리 사회의 양극화를 한결 심화시킬 것이라고 반박한다. 한미FTA와 양극화의 관계는 넓은 의미에서 대외개방과 양극화의 상관성 문제이기도 하다.

    청와대는 80년 이후 국내 무역의존도와 양극화의 상관성을 실증분석한 산업연구원의 자료를 토대로 시장개방과 양극화는 별 관련이 없다고 말한다. 다만 96년 이후 양극화가 심화되기 시작했는데, 이는 개방의 결과라기보다 외환위기 이후 일자리가 감소하고 정보화가 심화된 데 따른 것이라고 주장한다.

       
      ▲ 청와대 브리핑 홈패이지 메인 화면
     

    이에 대해 심 의원은 신자유주의적 시장개방의 핵심은 자본자유화이며, 무역의존도에 더해 자본자유화의 변수를 추가할 때 개방이 양극화에 미치는 영향은 뚜렷하다고 반박한다. 외환위기 이후 양극화가 심화된 것도 IMF의 요구에 의해 국내 자본 시장이 전면 개방되었기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이렇듯 당초 한미FTA가 양극화에 미치는 영향을 놓고 시작됐던 양측의 논쟁은 80년대 이후 대외 개방의 성격에 대한 경제 이론적 영역으로 소급되고 있다.

    양측 공히 양극화의 해소를 궁극적 지향점으로 두고 있는 점은 흥미롭다. 이는 이번 논쟁을 통해 한미FTA와 양극화의 상관성에 대한 이론적 합의가 어느 방향으로건 도출될 경우 둘 가운데 한쪽은 적어도 명분에서는 치명타를 입게 될 것임을 뜻한다.

    심 의원은 19일 보도자료를 통해 청와대측의 논리를 반박하며 본격적으로 양극화 논쟁에 돌입할 것임을 예고했다. 청와대측의 대응이 주목된다.

    청와대 "외환위기 이후 양극화는 일자리 줄고 정보화 진전된 탓"

    이번 논쟁의 발단은 지난 12일 청와대브리핑에 게재된 ‘한미FTA는 양극화 해소의 기회’라는 기사가 제공했다. 청와대는 이 기사를 통해 ‘한미FTA가 양극화를 심화시킬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 "산업연구원의 실증분석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개방과 양극화와는 관계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개방이 양극화를 심화시킬 것이라는) 주장은 이론적으로나 현실적으로나 근거가 없다"고 반박했다.

    청와대는 다만 "소득 불평등이 심화된 것은 개방 이후가 아니라 우리 경제의 구조적 모순 때문에 발생한 IMF 외환위기 이후였다"면서, 외환위기 이후 양극화가 심화된 이유는 개방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일자리가 줄어들고, 정보화의 급속한 진전으로 소득 격차가 커졌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결국 양질의 일자리를 늘리는 것이 양극화를 해소하는 첩경인데, 한미FTA가 이런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는 게 청와대의 결론이다.

    심상정 "청와대 주장은 심각한 논리비약"

       
      ▲ 심상정 의원
     

    청와대의 이런 주장에 대해 심 의원은 16일 보도자료를 내고 "산업연구원의 원자료는 정책변수로서 무역의존도와 관세율’을 채택하고 상품시장 개방이 소득불평등도에 미치는 영향만을 연구했는데 여기에는 금융.자본시장 개방이 불평등도에 미치는 영향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재의 한미FTA 협정은 상품시장 개방을 훨씬 뛰어넘어 금융서비스, 자본시장, 제도 변화 등을 포괄하고 있는데, 교역 증대와 불평등도 관계를 연구한 자료를 한미FTA에 대입시키는 것은 심각한 논리비약"이라고 반박했다.

    심 의원은 또 "청와대브리핑이 ‘시장개방과 소득불평등 추이’에 대한 산업연구원의 원자료를 인용하면서 ‘상위 20% 대비 하위 20% 소득’란의 수치를 ‘상위 10% 대비 하위 10% 소득’란에 잘못 적고 있는데, 이는 소득불평등도를 훨씬 낮게 나타내는 효과를 얻고 있다"며 통계 조작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청와대 "한미FTA는 준비된 개방 부작용 적을 것"

    심 의원의 반박에 대해 청와대브리핑은 18일 ‘심상정 의원의 과장된 비판에 대한 반론’이라는 제호의 기사를 통해 재반박에 나섰다. 청와대는 먼저 심 의원이 통계 조작 의혹을 제기한 데 대해 "기사에 인용된 표를 이미지화하는 편집과정에서 단순실수가 있었다"면서 "심 의원이 문제제기를 하기 전에 바로잡아 게재했다"고 해명했다.

    청와대브리핑은 그러나 "(10분와 5분위는) 대동소이한 변동폭과 흐름을 보여주고 있다"면서 "어느 쪽을 사용하든 소득불평등이 심화된 것은 개방에 의한 것이라기 보다는 외환위기 이후였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청와대브리핑이 통계적 근거로 삼고 있는 산업연구원의 원 자료가 자본자유화를 정책변수로 넣지 않고 있다는 심 의원의 지적에 대해선 "무역의존도에는 서비스 수지가 포함돼 있기 때문에 반드시 상품무역에만 국한된 변수는 아니"라고 반박했다.

    또 한미FTA로 인한 자본시장 개방 정도는 외환위기 만큼 크지 않으며, 지금은 ‘준비된 개방’을 하고 있기 때문에 자본시장 개방으로 인한 부작용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심상정 "외환위기 이후 양극화 심화는 금융시장 전면 개방 탓"

    청와대측의 재반박에 대해 심 의원은 19일 보도자료를 통해 또 다시 반론을 폈다. 심 의원은 먼저 상품의 이동이 중심이 됐던 브레튼우즈 체제에서의 개방과 자본의 이동을 핵심으로 하는 신자유주의적 개방을 구분했다.

    이어 "자본이동의 자유는 필연적으로 양극화 현상을 만들어 낸다"면서 "자산효과에 따른 자산소유자와 무소유자 사이의 양극화, 투기자본에 취약한 금융구조를 가지고 있는 국가에서 금융위기 이후에 발생하는 자산 쏠림현상 등에 의해 수혜계층과 피해계층 사이의 양극화가 심해진다"고 지적했다.

    심 의원은 "우리나라의 양극화 현상은 자본이동의 자유화와 관련이 있다"면서 "(90년대 초반) 한미금융정책협의회 결과 만들어진 금융자유화와 시장개방 청사진(Blue-print for Financial Liberalization and Market Opening)’, OECD 가입 등을 통해 자본자유화가 시작되면서 양극화의 방향은 정해졌으며 97년 외환위기는 그 방향의 연장선상에서 속도만 급속하게 빨라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심 의원은 외환위기 이후 양극화가 심화된 원인 역시 IMF의 요구에 의한 자본시장의 전면적 개방에서 찾았다. 현 정부 들어 양극화가 심화되는 이유도 "자본이동의 자유를 더욱 허용하는 쪽으로 방향을 설정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론스타의 외환은행 불법 인수를 예로 들었다.

    "양극화 논쟁 제대로 한 번 하자"

    한편 심 의원은 이날 "양극화에 대한 제대로 된 논쟁이 성립하려면 청와대는 앞으로 한미 FTA가 어떤 경로를 통해 양극화 해소에 기여한다는 것인지 구체적으로 제시해야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이어 "나는 한미 FTA가 어떻게 해서 양극화를 부추기는지에 대한 경로를 제시하면서 나의 주장을 청와대 등 한미 FTA 찬성론자들의 주장에 적극적으로 대비시킬 것"이라고 밝혀 청와대에 맞서 본격적인 양극화 논쟁에 나설 것임을 예고했다. 청와대의 대응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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