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FTA는 반한나라로 가는 징검다리?
    2007년 04월 18일 02:44 오후

Print Friendly

대선을 앞둔 정치권엔 대략 세 개의 전선이 그어져 있다. 가장 오른쪽엔 반한나라당 전선이 있다. 반한나라당 진영은 통합의 방법론을 놓고 크게 네 개의 흐름으로 나뉘어 있다.

반한나라당 전선의 네 가지 흐름

먼저 대선후보를 중심으로 뭉쳐야 한다는 입장이 있다. 대선후보 중심의 제3지대 신당론이 그렇다. 정세균 의장을 비롯한 열린우리당 다수가 여기에 속한다.

호남의 지역기반을 중시하는 입장도 있다. 통합신당모임과 민주당이 그렇다. 이들은 신설 합당 방식으로 통합하기로 했다.

민평련과 민생정치모임은 개혁적인 ‘정책’을 중심으로 모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근태 전 의장, 천정배 의원도 여기에 속한다. 이들은 17일 정책중심의 ‘정치연대’를 결성키로 했다.

최근 노무현 대통령의 지지율이 상승하면서 잔뜩 고무되어 있는 친노파도 본격적인 정치행보를 준비하고 있다. 이들은 ‘참여정부 평가포럼’이란 것을 내주 결성해 "참여정부의 정책 성과를 체계적으로 정리해 국민에게 알릴" 계획이다. 

이병완 전 청와대 비서실장을 좌장으로 안희정 씨, 천호선 전 의전비서관, 김만수 전 대변인 등 노 대통령의 핵심 측근과 현 정권에서 장관, 대통령 비서관, 공기업 임원을 지낸 인사 등 200여명이 참여할 예정이다.

모든 반한나라당 세력이 동의하는 것 "통합해야 한다"

정운찬 전 총장, 손학규 전 지사 등 ‘외부선장’ 후보들은 이들 각 세력으로부터 러브콜을 받고 있다.

이 가운데 정 전 총장은 "(정치를 하더라도) 기존 정당에는 참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자신의 주도로 신당을 창당하거나 제3지대에서 독자세력화를 꾀할 뜻임을 내비친 것이다.

복잡하게 나뉘어 있지만 이들 모두가 동의하는 것이 있다. 대선을 앞두고 대통합을 이뤄야 한다는 것이다. 김근태 전 의장이나 천정배 의원에게도 ‘통합’은 전제다.

친이명박계인 한나라당 권오을 의원은 한미FTA를 반대한다. 그렇다고 그가 한미FTA를 찬성하는 이 전 시장을 반대할 것으로 보는 사람은 없다.

한미FTA 협상이 구여권을 분열시킬 것이라는 전망이 있지만 속단하기 어렵다. 한미FTA의 원심력과 남북관계의 구심력 가운데 어떤 힘이 크게 작용할지도 두고봐야 한다.

반한나라당 전선과 멀찍이 떨어진 반신자유주의 전선

정치권의 가장 왼편에는 반신자유주의 전선이 있다. 대략 미래구상 좌파를 우측 극단으로 해서 왼편으로 펼쳐지는 블럭 정도로 동의된다. 정치적 실체의 크기로 보면 민주노동당이 구심이다.

반신자유주의의 기준은 사람마다 조금씩 다르다. 민주노동당 대권주자인 노회찬 의원은 한미FTA 반대, 비정규직 문제 해소, 한반도 평화 등을 제시했다.

문성현 당 대표도 같은 내용을 ‘진보대연합’의 기준으로 들었다. 심상정 의원은 한미FTA 반대, 비정규직 문제, 복지 실현을 위한 조세 정책, 한반도 평화 등을 꼽았다.

반한나라당 전선과 반신자유주의 전선은 멀찍이 떨어져 있다. 대표적인 신자유주의 법안인 비정규직 법안과 노사관계로드맵의 국회 처리를 주도한 건 구여권의 이른바 민주파였다.

   
  ▲ 사진=민주노동당
 

한미FTA 를 대선 세력재편의 기준으로?

그런데 멀찌감치 떨어져 있는 두 개의 전선을 연결하는 고리가 생겼다. 바로 반한미FTA 전선이다. 이 전선에는 흔히 ‘진보개혁’으로 통칭되는 세력이 집결해 있다.

반한미FTA 전선은 한미FTA 협상을 저지하기 위한 한시적 전선이다. 구여권의 개혁 분파는 물론 한나라당의 농촌지역 의원들도 동참하고 있다.

한미FTA의 저지를 위해서는 정치적 성향을 불문하고 최대한 많은 세력이 결집하는 것이 좋다. 정치 노선에 따라 갈리는 대선용 세력 구획과는 성격이 좀 다르다.

그런데 진보진영 일각에선 한미FTA 문제를 이번 대선의 세력 구획의 기준으로 놓으려는 기류가 감지된다. 대선국면을 활용해 반한미FTA 진영의 결집을 극대화하겠다는 의도다.

또 반한미FTA라는 이슈의 특성상 이를 매개로 연합전선을 구축할 경우 진보진영이 주도권을 행사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계산도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미FTA가 통합의 기준인데, 손학규 동참 가능하다?

한미FTA는 세력 구획의 기준이 될까. 이와 관련, 정대화 ‘미래구상’ 집행위원장의 발언은 시사적이다.

정 위원장은 17일 ‘미래구상’과 ‘통합과 번영을 위한 국민운동’의 통합을 선언한 자리에서 "FTA라든가 양극화 문제 등 핵심 정책 방향을 통합의 기준으로 설정할 것"이라고 했다.

그런데 곧이어 그는 손학규 전 지사도 통합의 대상에 포함될 수 있음을 시사하며 "FTA를 통합의 기준으로 설정할 것"이라는 말의 진의를 의심스럽게 만들었다.

손 전 지사는 가장 강력하게 한미FTA 협상을 찬성하는 정치권 인사다. 정 위원장은 이렇게 말했다.

"손 전 지사의 경우도 마찬가지인데, 원래 개혁진보 인사였고, 한나라당을 탈당했기 때문에 같이 할 수 있는 범주 넣자는 입장과 오랫동안 한나라당에서 지사와 장관, 국회의원을 했기 때문에 다르지 않냐는 주장도 있다.

사람을 예단하기보다는 통합 추진 시점에서 우리가 가질 기준, 입장을 중심으로 합리적으로 평가해야 할 듯하다. 지금은 대상에 포함하자 말자 하는 이야기를 개인의 의견으로 말하기는 조금 어렵다. 정치력을 확보하게 되면 판을 넓게 짤 수 있고 정치력을 확보하지 못하면 그 반대일 것이다"

반FTA 전선을 반한나라당 전선으로 넘어가는 징검다리로?

손 전 지사가 문제되는 것은 한미FTA 찬성론자여서가 아니라 "한나라당에서 지사와 장관, 국회의원을 했기 때문"임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정 위원장은 또 "우리는 열린우리당, 민주당 혹은 민생모임과 통합신당모임 등을 개혁정치세력이라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해 자신이 생각하는 통합의 방향을 보다 분명히 드러내기도 했다.

‘미래구상’과 통합을 선언한 ‘국민운동’도 반수구 전선에 강조점을 두는 입장이다. 반수구전선은 반한나라당 전선의 정치적 ‘은어’이고, 반한나라당 전선은 구여권에 대한 비판적 지지로 귀결되기 쉽다.

결국 "반한미FTA를 선거연합의 문제로 등치시키는 건 우리의 희망여부와 무관하게 그렇게 안되는 것"(노회찬 의원)일 가능성이 크다.

민주노동당의 한 관계자는 "당내 일각에선 반한나라당 전선으로 넘어가기 위한 징검다리로 반FTA 전선을 활용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필자소개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