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수 혁신 않으면 한나라 집권 불투명"
        2007년 04월 18일 12:16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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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나라당 대선주자로도 거론되는 홍준표 의원이 17일 “이번 대선이 한나라당에는 마지막 기회가 될 것”이라며 보수의 자기혁신과 한나라당의 개조를 담은 ‘보수혁신론’을 주장하고 나섰다. 홍 의원은 부패, 특권의식, 냉전수구, 친미, 부자 정당 이미지를 버릴 것을 주문했다. 하지만 이날도 한나라당과 당내 극우세력들은 정부의 대북 쌀 지원 움직임을 비난했다.

    홍준표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정권은 그냥 오지 않는다”며 한나라당, 나아가 보수세력 전체의 자기혁신을 주문했다. 그는 “얼핏 봐서는 나라를 세우고, 우리 경제가 선진국의 문턱에 이를 때까지 이 땅의 주류였던 보수세력에게 다시금 집권의 기회가 주어지는 듯하다”면서 “그러나 한나라당과 보수세력 전체가 철저하게 반성하고, 환골탈태하지 않으면 연말 대선에서의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 한나라당 홍준표 의원
     

    홍 의원은 한나라당이 이번 대선을 통해 부패, 특권의식, 냉전수구, 친미, 부자 정당, 기득권 정당에서 벗어날 것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한나라당은 여전히 부패 이미지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며 “당 지도부는 곧 있을 대선후보 경선과정이 ‘돈 잔치’로 흐르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경선자금 관련 특단의 조치를 촉구했다.

    홍 의원은 또 “한나라당은 이제 중산층과 서민을 위한 정당으로 거듭나야 한다”며 “각종 선거에 출마하는 한나라당 후보자들은 재산, 병역, 세금에 대한 문제가 없어야 하고 당의 정책도 중산층과 서민중심으로 분명하게 변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나라당이 ‘성장동력 회복’을 말하기 전에 ‘분배와 평등’ 문제를 치열하게 고민해야 한다”며 “연말 대선의 향배는 2 : 8의 구조로 가고 있는 한국사회의 양극화 문제에 한나라당이 어떻게 접근하느냐에 달려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른바 ‘반값 아파트’로 불리는 대지임대부 건물분양 정책을 제시한 것과 관련 “한나라당에 덧 씌워진 ‘가진 자를 위한 정당’의 굴레를 벗기 위한 치열한 몸부림이었다”고 자평하기도 했다.

    홍 의원은 특히 한나라당이 ‘냉전·수구 이미지’를 벗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해 1월 당 강령의 전면 개정을 통해 “한나라당은 이미 ‘대북 유화정책’을 천명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세는 이미 ‘남북 평화시대’를 향하고 있다”며 “따라서 한나라당이 전쟁세력으로 매도되지 않고, 한반도 평화세력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대북 유화정책’을 적극적으로 실행에 옮겨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개정된 강령 및 당헌에 따라 ‘대북 유화정책’으로 전환하려는 한나라당의 노력이 ‘진정성 결여’로 비판받고 있다”며 “이는 ‘대북정책 데스크 포스’ 팀원들 대부분이 그동안 대북 강경정책을 주도했던 인물들이라는 사실과 무관하지 않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홍 의원은 또 “그간 한나라당은 미국 관련 문제가 등장할 때마다 한미동맹체제를 강조해 마치 미국에 굴복하는 듯한 모습으로 비쳐졌다”며 “이는 특히 30~40대 이하 연령층이 한나라당으로부터 등을 돌리게 하는 상당한 이유가 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주한미군 관련 방위비, 용산 미군기지 이전비용, 반환기지 환경치유 등 일련의 협상에서 우리는 미국의 실체를 확인했다”며 “한나라당은 친미 일변도의 접근법을 버리고, 달라진 국가의 위상에 걸맞게 대미자주 노선을 강화하고, 높아진 국민의 자존심을 챙겨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홍 의원은 기자회견 직후 기자와 만나, 북한의 2.13 합의 미이행과 대북 쌀 차관 문제에 대해서도 “북한이 2.13 합의조치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즉각 비난성명을 낼 것이 아니라, 북이 행동 대 행동 원칙을 밝힌 만큼 기다려야 한다”며 “호혜적 상호주의는 끊임없이 끌어안는 것으로 (2.13 합의와 별개로) 정부의 대북 쌀 차관은 진행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올 대선에서는 기어코 집권하겠다며 한나라당의 혁신을 주문하는 것이지만 기존 체질을 급작스레 바꾸는 게 쉽지는 않아 보인다. 당장 한나라당은 이날 <조선일보>가 보도한 ‘날아간 중유 운송료 36억…누구 책임’ 기사를 언급하며 정부의 대북 쌀 지원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조선일보>는 정부가 조급하게 대북 중유 운송 계약을 체결했으나 북한의 2.13 합의 미이행으로 36억 예산이 낭비됐다고 보도했다.

    한나라당 유기준 대변인은 “북한은 미동도 않는데 쌀을 지원하는 것은 협상의 지렛대를 포기하는 무지한 발상”이라고 비난하며 이 보도에 화답했다. 그는 “정부의 섣부른 대북 중유 지원 준비로 36억 혈세를 낭비했는데 또다시 북한 쌀 지원을 한다니 순진한지, 무지한지 모르겠다”며 “쌀 지원은 상호주의에 입각한 2.13 합의 정신에 어긋나고 ‘핵보유국 인정’이라는 북한의 의도에 들러리를 설 수 있는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당내 극우파인 김용갑 의원도 이날 성명을 통해 “북한은 핵무기를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이고 시간을 지연시키면서 챙길 것은 챙기겠다는 의도가 분명해졌다”며 “미국도 이제 종이 호랑이가 됐고 실효성이 있는 제제수단으로 이제 남은 것은 남쪽의 쌀 비료를 포함한 경협 지원 지렛대 뿐”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날부터 평양에서 열리는 남북경추위 회담과 관련 “북한에 2.13 합의 이행을 강력히 촉구하고 남북경협도 행동대 행동 원칙이라는 것을 냉정하게 보여줘여 한다”며 쌀 지원에 대한 반대 의사를 밝혔다. 그는 정부의 중유 운송료 36억 손실도 이재정 통일부 장관이 배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스스로 혁신하고 개조되지 못하면 더 이상의 기회는 없다”는 홍준표 의원의 주장이 대선주자 줄서기에 바쁜 한나라당 다수 세력에는 아직 절박하지 않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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