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치 공작만 없으면 우리가 당선?
        2007년 04월 17일 04:53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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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선을 앞두고 한나라당이 유포된 허위사실이 대통령 선거에 중요한 영향을 미쳤을 경우, 당선을 무효화하는 내용의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마련, 국회에 제출키로 했다. 개정안은 또 정치테러 발생 시 선거를 한 달 가량 연기하는 방안도 담고 있다.

    한나라당 공정한 대선관리를 위한 정치관계법 정비특위 김정훈 의원은 17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차후 대선에서 다시는 허위사실 유포 등 정치공작적 범죄 행위가 난무해 국민들의 올바른 판단을 흐리게 하는 경우를 없애기 위해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마련, 한나라당 당론 법안으로 국회에 제출키로 했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특위 제1소위 공작정치방지위원회 팀장을 맡고 있다.

    김정훈 의원이 대표 발의할 공직선거법 개정안의 주요내용은 대선에서 허위사실을 유포한 사람이 징역형을 선고받고 해당 허위사실이 대선에 중요한 영향을 미쳤다고 인정되는 경우, 당선을 무표로 하고 재선거를 실시하도록 했다.

    개정안은 대선 후보에 관한 사항을 언론, 연설, 정보통신망, 문서 등을 통해 공표할 때는 이를 증명할 수 있는 자료를 반드시 함께 제시하도록 했다. 허위사실이 공표됐다고 판단하는 정당과 후보자 등은 선거일 180일 전부터 선거일까지 중앙선관위와 법원에 각각 허위사실 공표금지와 보도 및 게재 금지 가처분 신청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중앙선관위와 법원은 이를 접수한 때로부터 72시간 이내에 결정을 내려야 하며, 언론기관은 결정이 날 때까지 관련 보도와 게재를 해서는 안된다. 이를 위반한 경우 형사처벌을 받게 된다.

    허위사실 공표자에 대한 제재도 강화됐다. 개정안은 일반 공소시효 6개월과 달리 대선 허위사실 유포자의 공소시효는 최장 5년으로 연장하고, 처벌도 현행 7년 이하에서 10년 이하 징역, 1억원 이하 벌금으로 높였다.

    개정안은 또 당선이 유력시되는 대선 후보가 테러 등으로 사망하거나 의식불명 상태인 경우, 대통령 선거일을 대통령 임기 만료일 40일 전 첫번째 수요일로 연기하도록 했다. 후보가 속한 정당이 다른 후보를 등록할 수 있도록 1달 가량 선거일을 연장하는 것으로 정치테러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라는 설명이다.

    한나라당은 공직선거법 개정안과 더불어 대통령 선거사범에 한해 검찰이 아닌 ‘특별수사본부’가 수사를 전담토록 한 ‘대통령선거사범 특별수사본부 설치법 제정안’도 함께 발의키로 했다. 대검찰청내에 차기 대선의 수사를 전담할 특별수사본부를 한시적으로 설치토록 했으며, 특별수사본부는 검찰총장의 지휘, 감독을 받지 않도록 했다.

    김정훈 의원은 이날 “지난 16대 대통령선거 당시 소위 병풍사건, 기양건설 로비의혹 사건, 20만불 수수사건 등이 선거에 부당한 영향을 미쳤다”며 “법원은 이에 대해 모두 유죄판결을 한 바 있으나 이미 대통령선거의 효력은 되돌릴 수 없는 상황이 됐다”고 이들 법안의 제출 배경을 밝혔다.

    한나라당은 16대 대선에서 이회창 당시 신한국당 총재가 현 노무현 대통령에 패한 원인 중 하나로 김대업 등에 의한 허위사실 유포의 영향을 주요하게 분석하며 올해 대선을 앞두고 이른바 ‘정치공작 근절법’ 마련 의지를 거듭 밝혀왔다.

    더구나 최근 당의 유력 주자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에 대해 당 안팎의 각종 도덕성 검증 제기와 관련 한나라당 일각에서는 여권 공작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 전 시장의 위증교사 의혹을 제기한 김유찬씨에 대해서는 제2의 김대업이라는 비난을 쏟아냈다.

    또한 지난해 4.15 총선에서 박근혜 전 대표가 선거 유세 도중 피습을 당한 이후, 정치테러 방지법 마련도 추가로 진행돼 왔다.

    김정훈 의원은 “언론을 동원한 허위사실 뒤집어씌우기 전략이 대선 판세를 흔드는데는 시간이 많이 걸리지 않는다”며 “도덕성 검증도 필요하지만 허위사실, 네거티브가 뭔지 잘 판단해서 국가에 반드시 필요한 지도자를 뽑는데 앞장서 달라”고 당부했다.

    한나라당 소속 이명박, 박근혜 두 대선주자의 지지율이 1,2위를 다투며 대세론이 부상하는 가운데, 당내에서는 자칫 검증 과정을 거치며 16대처럼 막판 좌초를 겪지 않을지 노심초사하며 만반의 대비를 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민주노동당은 “도둑이 제 발 저린 격”이라고 비난했다. 김형탁 대변인은 구두논평을 통해 “정치공작이란 게 다 기존정치권들이 해왔던 일”이라며 “스스로 깨끗하면 걱정할 일도 없는데 자신들의 약점이 무엇인지 스스로 드러내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한나라당의 공직선거법 개정안 내용에 대해서도 “현재 공직선거법으로 막을 수 있는 수준에서 더 나아간 내용도 없고 실효성도 없다”며 “한나라당이 괜히 호들갑을 떨고 있다”고 평가절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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