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상하고 재미있는 '연금전투' 지형
        2007년 04월 17일 02:33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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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연금법 개정안에 대한 국회 논의가 17일부터 재개됐다. 지난 2일 국회 본회의에서 국민연금법 개정안이 부결된지 보름만이다.

    한나라당-민주노동당, 열린우리당-민주당은 이날 국민연금법 수정안을 각각 공동발의했다. 한나라당-민주노동당안은 기존안과 같고, 열린우리당-민주당안은 재정안정화와 관련된 내용에서 일부 손질을 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18일 전체회의에서 이들 법안에 대해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노총, 한국노총, 전농, 시민단체 등은 한나라-민주노동당 안을 만드는 과정에서 논의를 같이 했으며, 따라서 한-노 안에 손을 들어주고 있다.

    재정안정화 방안에선 일부 의견 접근

    국민연금 개혁 문제는 ‘사각지대 해소’와 ‘재정안정화’의 문제가 중첩되어 있다. ‘재정안정화’와 관련해선, 이번에 양측의 의견접근이 다소 이뤄졌다. 한나라당-민주노동당안은 국민연금 급여율을 현행 60%에서 08년 50%로 인하한 후 매년 1%씩 추가로 깎아 2018년엔 40%까지 낮추도록 하고 있다. 보험료율은 현행 9%가 유지된다.

    열린우리당-민주당안은 급여율을 08년 50%로 인하한 후 매년 0.5%씩 추가로 깎아 2018년엔 45% 수준으로 낮추는 안이다. 보험료율은 현행 9%가 유지된다. 지난 2일 부결된 원안은 보험료를 12.9% 높이고, 급여율을 50% 수준에서 묶는 것이었으나, 조금 덜 내고 조금 덜 가져가도록 조정했다.

    기초연금제 도입 팽팽 

    ‘사각지대 해소’ 문제에선 입장차가 여전하다. 국민연금 사각지대 해소의 핵심은 기초연금제의 도입이다. ‘한나라당-민주노동당’안은 내년부터 65세 이상 노인 인구의 80%를 대상으로 급여율 5%의 기초연금을 지급하되, 이를 오는 2018년까지 10% 수준까지 단계적으로 높이는 내용이다.

    열린우리당-민주당은 이번에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별도의 안을 내놓지 않았다. 이들은 65세 이상 노인 60%를 대상으로 급여율 5%의 기초노령 연금을 지급하도록 하는 기초노령연금법안을 제출, 지난 2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상태다.

    ‘사각지대 해소론’이냐, ‘기금고갈론’이냐

    전체적으로 보면 한나라당-민주노동당안은 ‘사각지대 해소론’에 가깝다. 국민연금의 수혜층을 지금보다 넓혀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렇게 하는 것이 국민들의 최소한의 노후 보장이라는 국민연금의 취지에 부합한다는 것이다. 민주노총, 한국노총, 전농, 참여연대, YMCA, 여성단체연합 등 가입자 단체들도 같은 입장이다.

    정부-열린우리당-민주당은 주로 재정안정화의 방향에서 국민연금 개혁 문제에 접근한다. 연금개혁 없이 지금처럼 가면 2047년이면 기금이 고갈된다는 ‘기금고갈론’이다. 보건복지부는 하루에 무려 800억원씩, 연간 30조원의 부채가 쌓인다고 했다. 수입-지출 구조를 개선해 연금의 고갈 시기를 다소라도 늦춰야 한다는 게 이들의 입장이다.

    "기초연금제 도입, 재원 마련 대책 있나?" "있다"

    ‘사각지대 해소론’에 대한 비판은 주로 재원 확보방안이 불분명하다는 데 맞춰진다.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 2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장기적으로 보면 3배 이상 돈이 들어가는 양당의 수정안을 제시하려면 재원 대책을 제시해야 하는데, 이들은 늘 그렇듯이 재원마련에 대한 어떤 대책도 없이 정부더러 재원마련책을 내놓으라고 한다"면서 "이는 매우 무책임한 행위"라고 한나라당과 민주노동당을 비판했다.

    이에 대해 민주노동당은 지난 12일 기초연금제 도입에 따른 재정 마련 5대 방안(레디앙 4/12 ‘기초연금 재정? "부유세 도입 안 해도 충분")을 제시한 상태다.

    "국민연금은 돈 낸 만큼 받아가는 사보험이 아니다"

    ‘기금고갈론’에 대한 비판은 국민연금을 돈 낸 만큼 가져가는 사보험처럼 인식하도록 만든다는 것이다.

    국민연금제도의 본질은 세대간 노인부양의 연대성이 있는 것으로, 자기가 낸 돈 만큼 자기가 가져가는 사보험과는 원리 자체가 다르다는 것이다. 박원석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정부와 열린우리당은 마치 보험수지의 균형이 국민연금 문제의 본질인 양 호도하고 있다"면서 "국민연금의 본래 취지에 반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태수 꽃동네현도사회복지대학교 교수는 지난 13일 한 토론회에서 "기금고갈이 발생하더라도 보험료와 세금으로 충당하는 연금지급 총량을 경제가 무리 없이 부담할 수 있다면 국민연금은 재정적으로 안정적이라 볼 수 있다"면서 "국민연금기금의 고갈을 막는 것이 연금개혁의 본질이 아니라 노인부양에 소요되는 재원의 총량을 사회 전체가 부담 가능한 수준으로 통제하는 것이 연금개혁의 본질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가입자단체 의견 기초로 합의처리해야"

    양측의 입장이 이렇게  팽팽하다보니 이번에도 법안의 합의처리는 쉽지 않아 보인다. 민주노동당은 한나라당과 공동 발의한 개정안을 마지노선으로 보고 있다. 절충의 여지가 없다는 얘기다.

    박원석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각 당이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표결처리할 경우 연금 제도에 대한 국민적 불신만 가중될 것"이라며 "정치권이 가입자 단체들의 의견을 기초로 합의처리를 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말했다. 특히 "지금 열린우리당이 내놓은 안은 국회 표결을 의식해 내놓은 이도 저도 아닌 절충안"이라면서 "이런 안이 표결로 졸속 처리되는 것 보다는 차라리 처리되지 않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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