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가 왜 민노당만 부른 줄 아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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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년 04월 17일 12:17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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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디앙> 고정 필자이면 글을 자주 쓰라는 압력을 받는다. 맞는 말이다. 소중한 지면을 할애해 줬는데 자주 지역소식을 올려서 독자들과 공유해야 하지 않겠는가. 그런데 민주노동당 지역위원장 일이라는 게 조금은 바쁜 면이 있다는 걸 호소하고 싶기도 하다.

    솔직히 저도 정말 바빠요

    지난 주에는 어땠지?
    월요일에는 중앙당에서 회의하고, 저녁에는 한 달에 한번 있는 지역위원회 운영위원회가 있었다. 운영위원회는 밤늦게 끝나는 게 보통이라 한번 회의를 하면 다음날 진이 빠진다.

    화요일에는 문화연대와 함께 ‘민중의 집‘ 포럼을 진행했다. 지역 노동조합과 문화연대, 마포구위원회가 함께 ’민중의 집‘을 기획하고 있는데, 그것에 대한 발표회 자리였다. 전날 운영위원회가 끝나고 새벽까지 발제 준비를 해서 더욱더 피곤한 화요일이었다. 밤늦게는 당원 몇몇과 술을 마셨다. 집에 들어가서 좀 쉬려고 했는데 갑자기 걸려온 전화를 외면할 수 없었다.

    수요일에는 서울지역 위원장 연수가 1박2일로 강화도에서 진행됐다. 계속 피곤, 피곤하다.목요일, 오전 연수를 마치고 곧바로 마포로 향한다. 이날은 지역에서 상인연합회 발대식이 있다. 중요한 자리니 만큼 강화도 연수를 마치고, 곧바로 집에 들러 옷을 갈아입고 나선다.

    이날은 낮술이 과했다. 상근활동가들은 거리에서 방송차를 이용해 한미 FTA 반대 선전전을 하고 있었지만, 참석하지 못했다. (FTA 투쟁까지 빠지면서 웬 낮술이냐고? 잠깐, 욕하시기 전에 잠시만 참고 이 글을 읽어주시면 그 이유가 나온다)

    금요일, 원래는 1박2일로 토요일까지 농성단에 결합해 있어야 했지만 전날 새벽, 우천이 예상되어 취소됐다. 덕분에 낮에는 조금 한숨을 돌렸다. 저녁, 한강성심병원에서 허세욱 동지의 쾌유를 비는 촛불문화제에 집중. 토요일 역시 촛불문화제, 일요일은 허세욱 동지가 운명하신 날. 무거운 마음으로 집을 나선다.

    동장들은 당원들의 참여를 간절히 원한다

    지난 주 계획했던 망원동 주거 빈곤 지역 방문을 할 수 없이 연기했다. 마포구에서 대표적인 주거 빈곤 지역 주민들과의 간담회를 진행하기로 했는데 여의치 않았다. 한차례 방문결과 주민들의 반응이 대단히 좋았기 때문에 좀 아쉽다.

    동사무소를 순회하며 동장들과 면담하는 일도 미뤄졌다. 이제까지 5개 동을 방문하면서 동장들과 자리를 함께 했다. 지방자치의 최일선이라고 할 수 있는 동사무소에 대한 개입이 필요하기 때문에 기획된 자리였다. 동장들은 대단히 호의적이었고, 당원과 당 지지자의 참여를 간절하게 원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중에서 내가 오늘 소개하고 싶은 부분은 마포구 농수산물센터 상인연합회의 출범에 대한 얘기다. 낮술 마신 사연이기도 하다.

    지난 주 전화 한통을 받았다.
    “위원장님, 우리 상인연합회가 출범합니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위원장님은 꼭 오셔야죠.”
    “아, 드디어 출범합니까. 무슨 일이 있어도 꼭 가야죠.”

    마포농수산물센터는 상암동 월드컵 경기장 바로 앞에서 있는 마포시설관리공단이 운영하는 대형 시장이다. 청과물, 야채, 수산시장으로 이뤄져 있는데, 이번에 대부분의 상인들이 참여하는 상인연합회를 출범하게 된 것.

    오래 같이 한편이 돼서 싸우다

    마포구위원회와 농수산물센터 상인들과의 인연은 몇 년 전부터 있었다. 당시 마포시설관리공단이 임대료를 인상하겠다는 결정에 맞서서 상인들의 불만이 증폭되어 있었다. 마포구위원회는 당 소속 변호사 두 명과 함께 상인들을 면담하고 투쟁을 조직했다.

       
      ▲ 2년전 임대료 인상 반대투쟁을 함께 하던 당시 상인들 
     

    그러나 싸움은 승리하지 못했다. 그로부터 2년이 지난 뒤, 또다시 임대료 인상 싸움이 시작됐다. 이번에는 더욱 적극적으로 결합했다. 당에서 집회를 기획하며 진행하고, 수차례 상인들과 간담회를 하고, 마포시설관리공단의 실무자를 면담하면서 압박을 가했다.

    청과물, 야채, 수산물 시장의 상인들은 각각 이해관계가 달랐다. 소수만이 지속적으로 투쟁을 하고 있었다. 마포구위원회에서는 공단 측에 마포구시설관리 공단의 예결산을 정보공개청구하면서 분석하겠다고 통보했다.

    당초 12% 인상안을 내세웠던 공단과 상인들 간의 줄다리기는 결국 5% 인상안에서 접점을 찾았다.

    목요일. 오후 3시 마포농수산물센터 2층에 위치한 큰 횟집.
    난 팔자에 없는 귀빈석에 앉았다(그래봤자 보통 테이블에 종이로 귀빈석이라고 표시해 놓은 것). 초대받은 외부인사는 나 외에는 마포시설관리공단 이사장. 나이 지긋한 이 아저씨, 새파랗게 젊은 내가 귀빈석에 앉아 있으니 신경 쓰이나 보다.

    나이 지긋 이사장 새파란 위원장에 신경 쓰고

    “민주노동당 마포구위원회 위원장입니다.” 소개를 하자, “민주노동당이요” 라며 반문을 한다. 곁에 있는 상인연합회 회장이 흡족한 듯 말을 연다. 흐뭇해서 있지도 않은 수염이라고 쓰다듬을 태세로 끼어든다.

    “아, 우리 싸움 있을 때, 언제나 와 주시고, 도움 주시는 분입니다.”
    어색한 인사가 끝나고, 상인연합회 출범을 축하하는 발언을 이사장과 내가 한다. 물론 카드수수료 가맹점 인하운동이 메뉴. 이곳도 4%란다. 골프장 1.5%에 다들 뒤로 넘어간다. 대형할인마트 규제법안도 얘기했다. 바로 맞은편에 대형할인마트인 홈에버가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마포구위원회 노동위원회를 중심으로 일주일에 두 차례 이곳에서 홈에버 노동자를 상대로 선전전을 펼치고 있다. 함께 연대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오늘 행사의 하이라이트인 시루떡 자르기. 커다란 시루떡 앞에서 은빛 칼을 마주잡은 세 명은?
    상인연합회장과 마포시설관리공단 이사장, 그리고 나. 생일 케익도 아니고, 이런 건 처음 해본다. 시루떡 자르기가 끝나고 공단 이사장은 푸짐한 회를 젓가락 한번 대지 않고 그대로 물러간다. 상인연합회 회장이 내게 바짝 달라붙는다.

    한나라-열린우리당 국회의원 불러봤자야

    “(마포시설관리)공단에서 누구를 초청하면 젤로 두려워하겠어. 민주노동당이지. 민주노동당은 싸울 수 있는 정당이잖아요. 열린우리당 한나라당 국회의원들 불러봤자 공단에서 무서워하겠어요. 아, 지들끼리 더 친할 거 아녀요. 그래서 위원장님만 불렀어요.”

    흑, 술도 들어갔겠다, 이럴 때는 감동이 피를 타고 휙휙 흐른다. 내 기분이 구름을 타고 떠다니는 걸 알아차린 임원 한분이 말한다.

    “위원장님, 이거 노동조합 하나 새로 설립 한거나 다름없는 일이잖아요.”
    “그럼요, 그래서 이제부터가 중요해요. 평상시 어떤 활동을 하느냐가 중요해요. 농수산물센터 바로 옆에 영구임대아파트가 있어요. 힘들게 사는 분들이죠. 그 옆에는 망원동 빈민주택가가 몰려 있어요. 전 상인연합회가 이분들을 위해서 많은 활동을 했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지역에서 존경받는 멋진 조직이 돼야지, 나중에 마포시설관리공단이나 구청과 투쟁할 때 지역 주민들이 힘을 실어 줄 수가 있어요.”

    상인연합회장이 끼어든다. 예의 그 괄괄한 목소리.
    “그니까, 앞으로 정위원장님이 자주자주 오셔야지. 그리고 우리가 민주노동당에 도움이 될 만한 일을 하고 싶긴 한데.”

    혹시 입당. 그러나 아직은 아니다.
    “일단 상인연합회 차원에서 교육시간 한번 잡으면 어때요. 아까 말한 카드가맹점 수수료 인하법안은 노회찬 의원이 오실 수 있고, 대형할인마트 규제법안에 대해서는 심상정 의원이 오실 수 있어요. 뭐, 제가 두 분 중에 한분을 오라고 하죠. 지역에서 부르면 오는 거죠.”

    “노회찬-심상정 내가 부르면 옵니다”

    술이 오르니 당내 대선후보를 맘 놓고 오라 가라 할 수 있다고 하는 나. 와, 하는 소리가 들린다. “그러면, 마포구청이나 공단은 긴장하겠네. 우리 첫 번째 사업으로 그거 한번 추진하죠.” 뒷일 생각안하고 무작정 흡족해 하는 나.

    “민주노동당이 수고스럽겠지만, 국회 사이트를 하나 만들어 보는 건 어때요. 누가 출석했고, 누가 민생법안에 반대했는지 알리면 좋지 않나요. 민주노동당 법안에 대해서도 알기 쉽게 설명하고, 무슨 법안이 왜 통과가 되지 않았는지도 알면 좋을 것 같아요. 국회와 국회의원들의 문제점을 알리는 사이트를 운영해 보세요.”

    많은 얘기를 나눴다. 당에 대해서도 쓴 소리를 들었고, 과분한 칭찬도 또한 들었다. 지역정치 활동은 저항을 조직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함께 저항에 나섰던 이들, 저항에 나설 수 있도록 함께 연대했던 민주노동당. 아무리 생각해도 이게 정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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