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인 가족과 대책위 사이에 어떤 일이?
        2007년 04월 16일 03:08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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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 허세욱씨의 유족과 대책위 관계자들 사이에는 어떤 일이 있었나. 통상적으로 쉽게 이해가 되지 않는 일들이 발생했다는 게 대책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레디앙>은 ‘허세욱 동지 분신 특별대책위원회(이하 분신대책위)’에서 대변인을 지낸 신장식 민주노동당 민생특위 집행위원장과 전화 인터뷰를 가졌다. 

    – 분신대책원회 대변인을 지내면서 故 허세욱씨의 가족들과는 대화할 기회가 많았는가?

    = 허세욱 당원의 가족과는 만나서 대화하는 것 자체가 어려웠다.

    – 그 이유는 무엇인가?

    = 허세욱 당원의 가족들은 분신 첫날부터 분신대책위와 대화하는 걸 피하는 분위기였다. 허세욱 당원은 평소에 가족과의 왕래가 별로 없었다. 아무래도 수술 후 뒷감당을 하지 못하고, 재활을 책임지가 어렵다는 게 제일 큰 이유 같다.

    그러니까 이 분이 살아나신다 하더라도 가족들은 그 이후의 생활을 책임지기 어렵다고 생각한 듯하다. 지난 4월 1일 당시, 응급실에서 중환자실로 옮긴 후 담당의사가 허세욱 당원의 상태를 가족과 분신대책위에게 브리핑하는 자리에서, 가족들은 기도를 열어서 호흡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반대했다.

    또 하나는 가족들은 처음부터 허세욱 당원이 돌아가시면 ‘가족장’을 치르겠다고 했다. 보통 사람들은 장례에 대해 이야기할 때 ‘가족장’이니 ‘사회장’이니 하는 말을 사용하지 않는다. 이런 사건이 있었을 때 처리 과정을 잘 알고 있는 사람이 친척 중에 있는 듯하다. 친척 중에 정부 기관에 일하던 사람이 있었다고 들었다.

    – 고 허세욱씨의 가족들은 분신대책위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었나?

    = 가족들은 진보진영에 대한 거부감을 가지고 있었다. 가족 일부가 진보진영의 단체들이 허세욱 당원의 자살을 방조한 것이며, 그가 운동을 하면서 극단적인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고까지 말한 바 있다.

    가족대표 역할을 했던 분은 완강했다. 가족들 모두 우리의 간절한 요청에 ‘무슨 소리를 하는 거냐. 돌아가라’를 반복했다. 가족 중 한 분은 우리더러 ‘당장 철수하지 않으면 할복이라도 하겠다’고도 했다.

    – 분신대책위가 오해를 받거나 갈등을 빚을 만한 행동을 한 것은 아닌가?

    = 우리들은 오해나 갈등을 일으킬 만한 행동은 절대 하지 않았다. 허세욱 당원이 분신한 첫 날 한강성심병원 앞에서 촛불 행사를 열었는데, 가족들이 ‘무슨 짓이냐, 사람이 죽기라도 했냐’고 항의해서 바로 중단했다. 처음에는 농성장도 마련하지 않았는데 모두 가족들을 자극할까봐서 그랬다는 것이다. 지난 4일 수술을 한 이후에야 촛불집회를 열었고 농성장도 마련했다.

    – 병원의 태도는 어떠했는가? 분신대책위에 협조적이었나?

    = 병원은 허세욱 당원이 급격히 악화된 상황을 우리에게 알리지 않았다. 병원 측이 각서까지 작성하며 수술과 그 이후를 책임지겠다고 나선 대책위에게 허세욱 당원의 사망을 알리지도 않았다. 이러한 병원의 태도에 대해서도 책임을 물어야 한다.

    – 어떻게 책임을 물을 것인가?

    = 대책위는 허세욱 당원이 충분한 치료를 받았는지 알아내기 위해서 한강성심병원으로부터 진료기록 일체를 받았다. 이 자료는 녹색병원에 보내졌으며 그곳에서 분석을 하고 있다. 즉, 충분한 진료가 이루어졌는지 확인 중에 있다. 치료 과정을 분신대책위에 숨긴 것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 철저히 규명을 해야 한다.

    분신대책위가 지난 4월 9일과 11일에 김종현 한강성심병원 화상센터소장을 만났을 때는 허세욱 당원의 상태가 악화되고 있다는 말을 듣지 못했다. 담당 의사는 약물로 치료를 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했고 생명에는 지장이 있는 정도는 아니라고 했다.

    – 병원이 분신대책위에 고인의 사망 사실을 알리지 않은 배경은 무엇이라 보는가?

    = 병원 측에서 우리에게 숨긴 이유는 가족이 병원에 강하게 요구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경찰이나 정부기관이 개입했는지 여부는 확인할 수가 없다.

    – 고인의 시신은 어제(15일) 사망 직후 다른 병원으로 옮겨졌다. 분신대책위는 어떻게 대응을 했는가?

    = 구수영 민주택시연맹 위원장과 한독운수 분회 동지들이 안성의 성요셉 병원엘 내려갔다. 문성현 민주노동당 대표, 오종렬 범국민운동본부 대표, 홍근수 목사께서도 내려가서 밤 9시에 유족을 만나길 청했으나 거절당했다. 마지막까지 유족들을 설득하기 위해서 대책위가 온 정성을 다했다.

    – 오늘(16일) 오전에 성남시립화장장에서 가족장이 치러졌다.

    = 11시 28분에 화장을 했다. 이 자리에는 민주노총 경기본부와 민주노동당 경기도당 등의 간부들이 참석했다. 유족들이 경찰에 시신과 자신들을 보호해 달라고 요청해서 분향소 출입이 어려웠다. 고인이 가는 길에 우리는 예를 다했다.

    – 그 동안 고인의 치료와 재활을 위해 모금을 벌였다. 어떻게 사용되나?

    = 18일 예정된 허세욱 당원의 ‘한미 FTA 무효, 민족민주노동열사장’ 비용은 각 단체가 분담하도록 할 계획이고, 이제까지 모금한 돈은 허세욱 당원의 유지를 이러가는 데에 사용하자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 고인과 개인적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 개인적으로는 철거싸움에서부터 당 활동까지 그분과 함께 했었다. 고인을 혼자 보내고 여기까지 오게 만든 사람 중에 하나로서 너무 죄송하고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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