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애인 운동 20년의 거친 투쟁사
        2007년 04월 16일 02:19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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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무현 대통령에 항의하는 두 장애인의 앞을 유시민 장관이 막아서고 있다.
     

    지난 4월 4일 청와대에서는 ‘빛나는 행사에 찬물을 끼얹는 불상사’가 있었다. 3월에 국회를 통과한 장애인차별금지법에 대통령이 공개 서명하는 행사가 열리는 와중에 장애인차별금지법제정추진연대의 박경석, 박김영희 대표가 플래카드를 펼쳐들고 시위를 한 것이다.

    박경석 대표는 “오늘 행사장에 ‘행복한 장애인! 아름다운 대한민국!’이라고 적혀 있는데, 아직도 장애인들이 차별받고 있는 현실이다. 대통령이 나서서 직접 챙기셔야 한다”고 외쳤고, 노무현 대통령은 “계속 말씀하시면 밖으로 모시겠다”고 화답했다. 장애인차별금지법을 만들기 위해 투쟁해온 두 주역은 이렇게 그 자리에서 쫓겨났다.

    『차별에 저항하라(김도현, 박종철출판사)』는 초청받은 ‘손님’이기보다는 잔치의 ‘주인’이 되고자 하는 장애인들의 이야기다. 그들은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동정과 시혜의 눈길을 거두라고 말한다. 그저 함께 사회를 이루고 있는 동등한 구성원으로 인정하라고 요구한다.

    『차별에 저항하라』는 장애인이 ‘불구자’라 불리던 1960년대에서 시작하여, 1987년 이후 본격화한 장애인 운동 20년을 세세히 다룬다. 이 책의 목차는 ‘장애인 고용 투쟁’, ‘장애인 교육권 투쟁’ ‘장애인 시설 투쟁’, ‘이동권 투쟁’과 같이 ‘투쟁’이라는 말로 점철돼 있다. 노동운동과 같이 한국 주류 사회에서 소외된 사회운동으로부터도 소외된 이중 소외의 장애인 운동이 어떤 역사를 거쳐 오늘에 이르게 됐는지를 이 책의 목차는 잘 보여준다.

    이 책은 장애인 운동의 역사를 통사적으로 다루면서도, 각 시기마다 등장한 투쟁 주제, 장애인의 삶에 얽힌 거의 모든 주제들에 대해서도 빠짐 없이 소개한다. 그리고 책 말미에 가서는 보수적이거나 관변적인 장애인 단체에 대한 반정립 수준에 머물고 있는 진보적 장애인 운동이 자신의 정체성을 확립해야만 지속적인 발전이 가능하다는 과제를 제기한다.

    꽤 오래 전 민주노동당은 장애운동가들로부터 지탄을 받았던 적이 있는데, 중앙당 실무진이 준비한 당대회장이 장애인들로서는 도저히 접근할 수 없는 장소였기 때문이다. 실무진은 장애인들보다 더 억울했던 것이 당에 돈도 아무 것도 없던 시절이라, 실무진이 알음알음 공짜로 빌린 대회장에서 장애인 접근권 같은 ‘것까지’ 챙기기 어려운 실정이었기 때문이다.

    지금은 그런 일이 많이 줄었는데, 이것은 민주노동당에 돈이 많아져서라기보다는 당 활동가들의 사고 구조 속에 ‘장애’라는 것이 상수로 자리잡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민주노동당 사람들이 세상 사람들보다 훨씬 착하든지 해서가 아니라, 그렇게 생각하도록 장애운동가들이 지속적으로 ‘귀찮게’ 했기 때문이다.

    이런 측면에서 진보적 사회운동 안에서의 장애인 운동은 장애인의 권리 확보를 위한 것이기도 하고, 비장애 운동가들의 인식 지평을 넓히는 것이기도 하다. 차별에 저항하라. 그리고 귀찮게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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