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중앙의 노 대통령에 거는 기대는 'FTA 비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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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년 04월 16일 11:52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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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무현 대통령이 개헌안 발의를 철회하기로 하자 16일자 아침신문들은 사설을 통해 이를 환영했다. 매 사안마다 참여정부와 대립각을 형성했던 조선일보가 특히 노무현 대통령의 ‘용기’를 적극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조선·중앙의 노 대통령에 거는 기대

    조선일보는 <개헌안 철회를 국정 마무리의 계기로>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한나라당이 노 대통령의 요구를 수용해 다음 국회에서 개헌 문제를 처리한다는 당론을 다시 한 번 채택한 것이 역할을 했다"면서도 "그러나 어쨌든 자신이 꺼내든 뜻을 스스로 접은 노 대통령도 용기를 보여주었다"고 평가했다.

    조선일보는 이어 "지금은 무서운 대통령이 아니라 정당성과 설득력을 가진 대통령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한·미 FTA 국회 비준동의가 늦어지면 불필요한 논란과 갈등이 계속된다. 이 난제를 푸는 데엔 시퍼런 권력을 가진 대통령보다는 임기 말에 내 편 네 편이 없어진 대통령이 더 나을 수 있다"고 말했다.

       
      ▲ 조선일보 4월16일자 사설  
     

    조선일보는 임기를 앞둔 노 대통령에게 한미FTA 국회 비준동의 뿐만 아니라 사립학교법 재개정을 위해서도 일정한 역할을 기대하는 모습이다. 사설은 "(국민연금과 공무원연금 개혁이라는 어려운 문제) 역시 표 눈치, 공무원 눈치 볼 필요 없는 임기 말의 대통령이 ‘이렇게 갈 수는 없다’고 더 절실하게 호소할 수 있다. 그 말을 누구도 가볍게 여기지 못할 것"이라면서 "여권과 야당이 첨예하게 맞서 있는 사립학교법 재개정안도 임기 말 대통령이 중립적인 위치에서 타결로 이끄는 데 힘을 보탤 수 있다"고 밝혔다.

    조선일보는 "임기 말 대통령은 혼자서 분노에 떨 수도 있고, 자포자기할 수도 있고, 의외로 국민과 융화를 이룰 수도 있다. 노 대통령은 개헌안 발의 철회를 국정 마무리의 호기로 삼기 바란다"며 여운을 남겼다.

    중앙일보도 <국론 분열 막은 개헌 발의 철회>라는 제목의 사설 말미에서 "노 대통령이 할 일은 분명해졌다. 대통령과 국회의원의 임기를 일치시키는 것은 먹고사는 문제가 아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나 국민연금은 다르다"면서 "이제라도 남은 임기 동안 이런 민생 과제에 몰두한다면 좋은 대통령으로 남을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경향, 국민없는 개헌 논의에 ‘당혹감’ 

    이에 대해 경향신문도 역시 사설 <석달만에 막 내린 개헌정국>에서 환영을 표하고는 있지만, 조선·중앙일보의 노 대통령에 대한 기대와는 상반되는 ‘당혹감’과 ‘착잡함’을 드러냈다. 경향신문은 "이유야 어찌됐든 뒤늦게나마 소모적 개헌정국을 종식시킨 것은 환영할 일이"라면서도 "하지만 그간 개헌 제안에서 철회에 이르기까지 대통령과 정치권의 논의 과정을 돌이켜 보면 당혹감을 금할 수 없다. 실질적 헌법제정권력인 국민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경향신문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비준 동의, 정치권 재편 등 이런 저런 정치적 부담을 감안해 피차 적당한 선에서 타협한 것으로 해석되지만, 그 자체가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격"이라면서 "개헌 내용과 시기는 선거 공약으로 내걸어 국민의 심판을 받은 연후에 확정할 문제이지, 17대 국회가 마음대로 약속할 성질의 것이 아니다. 대통령도 여야 정치권도 국민을 배려하는 모습은 어디에도 찾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경향신문은 또 "개헌 발의 철회를 놓고 청와대와 여야 정치권은 상생의 국정운영을 위한 계기를 마련했다고 자평하는 모양"이라며 "하지만 ‘그들만의 개헌 논의’가 대의민주주의 정신과 국민들의 법의식을 얼마나 훼손시켰는지를 생각하면 착잡함을 금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 밖에도 국민일보가 <노 대통령, 유종의 미 거두기에 전념을>, 서울신문이 <‘개헌’벗은 정치권 FTA에 집중해야>, 세계일보가 <노 대통령 이제 국정에 전념해야>, 한국일보가 <개헌발의 철회는 ‘잘된 정치’이지만> 등의 사설을 각각 실었다.

    ‘2·13 합의’ 이행 시한 사실상 연장…"북의 이행의지 확인에 희망"  

    ‘2·13 합의’ 초기조치 이행 시한을 넘긴 가운데 정부는 북이 영변 핵시설 폐쇄,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단 초청 등을 이행하기 전까지 중유 5만톤 공급 계약을 하기 않기로 했다. 한국일보는 <북이 사찰단 초청하기 전에는 중유 공급준비 안한다>를 1면 머리기사로 올리고 "정부는 14일 시한에 맞춰 맺었던 GS 칼텍스와의 공급계약도 이르면 16일 해지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 한국일보 4월16일자 1면  
     

    이 기사는 또 "정부는 이와 함께 2·13합의 초기조치 이행 여부와 상관없이 18일 평양에서 열리는 경제협력추진위를 통해 쌀 지원을 결정한다는 입장을 바꿔 17일까지 북한의 조치를 지켜보고 최종 방침을 정하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며 "이 같은 움직임은 북측 초기조치가 늦어질 경우 쌀 지원을 유보할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어서 주목된다"고 보도했다.

    2·13합의 이행 시한이 사실상 연장된 것과 관련해 경향신문은 4면 기사 <"합의 불이행 아닌 지연" 지연 지켜보는 미>에서 "북한이 초기조치를 이행하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히고 있는 데다 마땅한 강제수단이 없다는 점도 사실상의 시한 연장을 용인하는 배경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경향신문은 이어 "2·13 합의의 첫 번째 시험대인 초기조치 시한이 지켜지지 않음에 따라 미국내 강경파들의 목소리는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그러나 6자회담 당사국들은 북한의 거듭된 초기조치 이행의지 확인에 희망을 걸고 있다"고 전했다.  

    한겨레는 <‘행동 대 행동’ 첫발 삐끗 ‘협상 불신론’ 키울 수도>라는 3면 분석기사에서 북의 태도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한겨레는 "얼마 전까지 미국이 비디에이 금융제재에 집착해 북핵 해결을 무시했다면, 북한도 똑같은 우를 범하고 있는 셈"이라면서 "북한이 목표로 하는 북-미 관계 정상화와 적대정책 폐기는 비핵화를 무시한 채로는 불가능하다. 북한이 원하는 자유로운 송금 등 국제금융 체제로의 복귀도 그 과정에서만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 기사는 이어 "물론 미국을 비롯해 한국, 중국 등 관련국들은 2·13 합의는 시한만 지켜지지 않았을 뿐 이행되리라고 보고 있다. 북한이 외무성 대변인을 통해 합의 이행 의지를 재확인한만큼 좀더 지켜보겠다는 자세"라며 낙관적인 전망을 전하면서도, "시간이 지체될수록 2·13 합의는 신뢰의 첫걸음이 아니라, 북한 비핵화에 대한 근본적인 불신을 키울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편 1면 머리기사 <북 핵시설 폐쇄 구체조치 때까지 쌀-중유 지원 보류키로>와 A4면 해설기사 <줄건 다 주고…북한 입만 바라보는 미국> 등을 통해 관련 내용을 전한 동아일보는 사설에서 북을 강경한 어조로 비난했다.

    동아일보는 사설 <핵 합의 이행보다 김일성 우상숭배에 빠진 북>에서 "북이 과연 2·13 합의를 이행할 의지가 있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북이 의지가 있다면 IAEA 기술진에 방북 초청장 정도는 보냈어야 했다"면서 "북으로선 2·13 합의 이행보다 5년, 10년 단위로 ‘꺾어지는 해’를 맞은 김일성 우상숭배가 더 중요하고 급한 듯하다"고 비판했다.

    사설은 이어 "국제적인 약속보다도 김일성 우상숭배와 김정일 세습정권의 보위를 더 우선시하는 북을 다시 한번 불신하지 않을 수 없다"며 "비핵화의 초기 조치도 이럴진대 본격적인 핵 프로그램 신고와 불능화 단계까지 어떻게 갈지 걱정"이라고 밝혔다.

    FTA 반대 분신 허세욱씨 숨져…"정의로운 세상 꿈꾸다 배반당한 삶"

    한미FTA에 반대하며 분신한 택시기사 허세욱씨가 지난 15일 끝내 숨졌다. 전신에 3도 화상을 입은 허씨는 지난 4일 한강성심병원에서 피부이식과 기관지 절개수술을 받았으나 상태가 악화돼 사망했다.

    대다수 신문들이 이 소식을 단신으로 처리한 가운데 경향신문은 <정의로운 세상 꿈꾸다 ‘배반당한 삶’>, 한겨레는 <‘소외층의 한’ 품은 채 끝내 하늘로…> 등의 기사를 통해 그의 ‘굴곡의 인생’을 자세히 전했다.

       
      ▲ 경향신문 4월16일자 3면  
     

    3면 전면을 할애한 경향신문은 "중학교 중퇴, 택시기사, 독신 등 그의 인생은 ‘음지’에만 머물러 있었다. 시민단체 활동을 하면서도 그의 자리는 앞이 아니었다. 그러나 늘 겸손하고 특히 약자를 끔찍이 배려하는 서민이었다"고 전했다.

    경향신문은 또 "허씨는 노무현 대통령 탄핵반대 집회에 누구보다 열심히 참여했다. 그가 구하고자 했던 노대통령이 강행한 한·미 자유무역협정 때문에 목숨을 읽게 된 것은 아이러니"라면서 "반대의 목소리에도 아랑곳없이 진행되는 FTA 협상이 그를 죽음으로 내몬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민주노동당과 민주노총, 참여연대 등 10여 개 시민단체·모임에서 활동하며 이웃과 함께하고 나누는 삶에 열성이었다. 최근에는 자유무역협정 반대 집회에는 빠지지 않았고 협상 타결이 임박했다는 소식을 접한 뒤엔 청와대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기도 했다. / 이창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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