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일 허세욱 노동열사장 치른다
        2007년 04월 16일 11:33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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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세욱 동지는 우리의 가슴 속에 영원히 살아있습니다. 동지가 외친 ‘망국적 한미FTA 폐기’는 우리의 구호입니다. 우리는 허세욱 동지의 사망에 깊은 애도를 표하며, 고인의 영전 앞에서 한미FTA 체결 저지 투쟁을 완강하게 전개할 것을 약속합니다.”

    기자회견문을 읽어 내려가는 민주노총 이석행 위원장의 목소리는 내내 떨렸고, 그의 눈에는 눈물이 머금었다. 그는 눈물을 참기 위해 입술을 깨물었다.

    ‘한미FTA 무효 민족민주노동열사 허세욱 동지 장례대책위’는 16일 오전 10시 서울 영등포 민주노총 1층 회의실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18일 ‘한미FTA 민족민주열사장을 치를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21일에는 허세욱 열사가 분신한 하얏트호텔 앞에서 노제를 치를 계획이다.

       
     
    ▲ 4월16일 민주노총에서 열린 허세욱 동지 사망 관련 한미FTA저지 범국민운동본부 기자회견에 참석한 각계 대표들이 침통한 표정으로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장례대책위는 “허세욱 조합원의 죽음은 협상중단을 요구하는 전민중적 요구를 짓밟으면서까지 굴욕적인 한미FTA 협상을 강행한 정부와 탐욕스런 요구를 강요한 미국에 모든 책임이 있다”며 “고인의 염원인 한미FTA를 막아낼 것”이라고 밝혔다.

    장례대책위는 이날 새벽까지 사회단체 대표들을 가족들에게 보내 가족의 뜻을 받들어 장례를 치를 것을 제안하려고 했으나 가족들은 면담조차 거부하고, 이날 새벽 6시 경 성남 시립화장장으로 허세욱 조합원의 시신을 옮긴 것으로 전해졌다.

    각서까지 쓴 대책위에 사망사실 왜 숨겼나?

    장례대책위는 “허세욱 동지의 쾌유와 치료비 마련을 위한 여러 활동을 수행해왔는데, 유족들은 시신을 안성의 성 요셉병원으로 옮겨 우리는 조문조차 하지 못했다”며 “그동안 수술을 거부하고 면회를 가로막으며 대책위의 진정과 노력을 외면했던 가족은 안성의 성 요셉병원으로 시신을 옮긴 이후 가족장을 치르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선 가족들과 장례를 치르기 위한 노력을 마지막까지 다할 것이나 가족들이 끝까지 고인의 유지를 받들려는 우리의 충정을 가로막는다면 어떨 수 없이 자체적으로 장례를 준비하여 추진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장례대책위는 이날 “허세욱 님의 치료를 포함한 이후 발생할 사안에 대해 모든 책임을 질 것을 약속한다”는 각서를 공개하며 “우리는 수술을 거부한 가족들과 수술을 주저하던 병원을 설득하고, 수술동의서에 서명한 당사자임에도 유족과 병원측은 우리를 배제한 채 고인의 유지를 받는 것을 방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각서는 민주노총 이용식 사무총장, 참여연대 김민영 사무처장 등 4명이 서명했다.

    18일 허세욱 노동열사장

    대책위는 ▲한강성심병원 화상센터가 고인의 상태가 악화된 사실을 숨긴 점 ▲고인의 사망 사실조차 통보하지 않아 고인 운명 후 20분이 지나서야 경찰을 통해 알게 된 점 ▲병원측이 왜 시신을 옮기고 어떻게 옮겼는지 등 3대 의혹을 제기했다.

    대책위는 16일 7시 한강성심병원 앞 촛불문화제를 시작으로 매일 저녁 7시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촛불문화제를 개최하며 21일에는 범국민 추모문화제를 진행할 계획이다.

    대책위는 “한미FTA 협정문 공개와 협정 체결을 위한 노무현 대통령의 방미 저지 등 주요한 시기마다 국민들과 함께 한미FTA 타결을 저지하기 위해 투쟁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책위는 5일장이 되는 18일 서울에서 대규모 노동열사장을 치를 계획이다. 민주노총은 노동열사장을 위해 이날 오후 긴급 산별연맹 대표자회의를 갖는다. 한상열 통일연대 상임대표도 “누구를 위하여 종을 울리겠냐”며 “허세욱 님이 우리 대신에 우리를 살리려 결행한 이 거룩한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온 국민이 이분을 기억하고 진정 대행진에 함께 해 주시길 간정히 호소드린다”고 말했다.

       
     
    ▲ 이석행 민주노총 위원장과 오종렬 민중연대 대표가 허세욱 열사의 분향소에 향을 피우고 있다.
     

    침통한 기자회견장과 민주노총 건물

    허세욱 조합원의 급작스런 사망 소식이 전해지자, 범국민대책위 관계자들은 물론 기자회견장이 열린 서울 영등포 민주노총과 산하 연맹 노조간부들은 한결같이 침통한 분위기였다.

    범국민대책위 오종렬 공동대표는 “우리는 가족분들을 중심으로 장례를 치르고 싶다”며 “허세욱님은 자기와 함께 근무하던 한독운수 동지들에게 내 유골은 화장해서 전국에 있는 미군기지에 골고루 뿌려달라고 했는데 이 유언을 지키도록 가족들에게 간절하게 청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노동당 문성현 대표는 “모든 열사의 죽음을 축소시키고 곡해하려고 했던 정권의 의도에 대해 의심을 품고 있다. 노무현 정권은 한미FTA에 대해 은폐하고 왜곡해왔다. 그 연장선 위에 의혹을 갖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민중연대 정광훈 대표는 “허세욱 동지는 한마디로 해서 중국의 뇌봉이었다”며 “우리 사회가 사실은 분신하게 만든 것이나 마찬가지고, 지배자들에 의해 죽임을 당할 수밖에 없는 형국이 되고 말았다”고 안타까워했다.

    금속노조를 비롯해 주요 노조 간부들은 이날 긴급하게 허세욱 열사의 영정을 모시고, 진짜노동자로 살다 간 그의 거룩한 삶을 기억하고, 한미FTA를 기필코 막아내겠다는 결의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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