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큰 길로 슬금슬금 나오는 음식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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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년 04월 14일 08:39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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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 전, 친구 하나가 이태원에 가서 술한잔하자며 나를 채근했는데, 서로 바쁜 생활 때문에 몇 번의 약속을 미루다 결국은 이태원에 있는 라 시갈 몽마르뜨(La Cigale Montmartre)라는 프랑스 식당에서 한 잔 할 기회가 있었다.

    최근 들어 이태원은 생활하는 사람들의 거리와 같은 풍경들로 변해가는 듯하다. 유럽의 어느 거리와 같이 노천카페와 비슷한 찻집이 생겨나고, 음식점들이 큰길가로 슬금슬금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이집트 음식점 알리바바, 일본음식점 풍광, 이태리음식점 이탈로니아 등 새로운 식당들이 생겨나고 그 범위도 기존의 이태원로를 벗어나 반포로까지 그 영역을 확대해 나가고 있는 까닭이다.

    이는 아무래도 직업 등과 같은 이유로 해서 서울에서 생활하는 외국인들이 그 만큼 많아졌다는 뜻일 것이다. 이런 이유로 해서 이태원의 음식점들은 과거 미군이 주요 고객이었을 때와는 다르게 폐쇄적인 성격에서 많이 벗어난 듯하다.

    La Cigale Montmartre

       
     
     

    친구와 함께 들어선 라 시갈 몽마르뜨의 겉과 안은 프랑스 국기의 색깔처럼 붉고 파란 강렬한 색으로 이루어져 있고, 실내는 작고 앙증맞은 액자 속에 광고 전단지와 포스터들로 한 벽이 장식되어 있었다. 듣자하니 일부는 몽마르뜨의 화가라 불리던 툴르즈 로트렉(1864~1901)의 그림이라 한다. 내 보기에는 유쾌하고 풍자적인 상업 광고전단지들이 더 재미있더라는…

    하여튼 간에 이곳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음식은 ‘홍합요리’이다. 친구가 먹고 싶어하던 것도 이 홍합요리였다. 다양한 요리 중 화이트와인에 생크림과 우유에 조려낸 홍합요리(물 오 뱅블렁; Moules au Vin Blac)를 주문했다.

    먼저 빵과 버터가 우리 앞에 차려지고, 빵을 뜯어 먹으며 수다를 떠는 동안 기다리던 홍합요리가 나왔다. 빨간색 포트에 수북이 싸인 홍합이 먼저 식욕을 자극한다. 홍합 하나를 손으로 집어 벌리고 홍합살을 입에 넣으니, 화이트와인의 산뜻하면서 새콤달콤한 맛과 풍부한 과일향이 입안 가득해진다. 그러면서 생크림과 우유의 고소하고 부드러운 맛이 혀를 감싸는 것이 입에 착착 감긴다. 어라 이거 정말 맛있자나~

    그렇게 하나 둘 벗겨진 홍합껍질이 수북이 쌓이고서야 우리는 비로소 서로 여유를 가질 수가 있었는데, 자작하게 남아 있는 국물 맛이 장난이 아니다. 빵을 국물에 찍어 먹기도 하고, 숟가락으로, 홍합껍질로도 떠먹다 보니…아~ 이런 국물까지 깨끗하게 다 먹고 말았다.

    친구말로는 이 식당은 한국에서의 고용여건 때문에 주방장이 자주 바뀐다고 한다. 그런 까닭에 이곳의 음식 맛도 들쭉날쭉한데 오늘은 특히 맛있었다며 행복한 웃음을 감추지 못한다. 이렇게 이태원의 프랑스 식당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요리는 홍합요리를 먹었다.

    그런데 사실 홍합요리는 프랑스 요리라기보다는 벨기에 요리이다. 벨기에 브르쉘의 부쉐라는 거리는 우리말로 하면 일종의 먹자골목인데, 이곳의 대부분 음식점에서는 이 홍합요리를 전문적으로 한다. 여행할 기회가 있으시면 가 맛보시라.

       
     
     

    홍합을 둘러싼 동상이몽

    홍합요리에 얽힌 추억 한 가지를 말하자면, 벨기에에서 온 한 친구와 런던의 한 선술집(Pub)에서 술을 마시는데, 이 친구 투덜투덜 불평을 털어 놓는데 어쩌면 나랑 똑같은 생각을 하는지.

    그 친구 말이 영국 애들은 술 마실 때 술안주 하나 없이 술잔만 두고 먹는데 도저히 이해를 할 수 없다고 한다. 그러면서 벨기에서는 술 마실 때, 땅콩이며, 치즈며, 홍합 같은 걸 먹는다고 한다. 그러면서 홍합과 그 국물을 너무 그립다고…

    홍합이라는 말을 듣는 순간, 나 역시 포장마차에 김 모락모락 나는 홍합 한사발 푸짐하게 떠 놓고 소주 한잔에 홍합국물을 그리워 할 수밖에 없었는데, 이렇게 벨기에 홍합요리 맛을 보고 나니, 같은 요리 다른 맛을 상상한 셈이었다. 

    하여튼 이렇게 맛있는 벨기에식 홍합요리를 맛본 후, 필 받아 요리를 만들어 보았다. 보통 크림소스에는 베이컨이 잘 어울리는 듯싶으나, 냉장고에 있던 냉동 해물을 이용하였다. 시장에 가면 3천원치만 주면 홍합 한자루를 주니 값도 저렴하다.

    내 맘대로 만드는 벨기에식 홍합요리

    준비물 : 꽃게 두마리(작은 거), 칵테일 새우 몇마리, 홍합, 소라 몇조각, 먹다 남은 화이트 와인, 파슬리, 양파 1개, 마늘 다진 것, 우유, 생크림 조금, 후추 가루, 소금

    1. 손질한 홍합을 살짝 삶아 건져 놓는다.
    2. 오목한 후라이팬에 버터와 올리브유를 두르고 충분히 향이 배이도록 다진 양파와 마늘 다진 것을 볶는다.
    3. 이등분한 꽃게, 새우, 홍합, 소라 등을 넣고 홍합 삶을 때 남겨둔 육수 조금과 함께 다시 볶는다.
    4. 꽃게가 빨갛게 익어 갈 즈음에 화이트 와인을 적당량(대략 50ml 정도) 넣고 약간 조려낸다.
    5. 생크림 약간, 우유를 자작하게 넣고 끓여 낸다.
    6. 다진 파슬리를 넣고, 소금으로 간을 한다.
    7. 양념이 잘 배이도록 버무린다.
    8. 커다란 그릇에 담아낸다.
    9. 맛있게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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