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진급 초짜 대변인이 보낸 한 달
        2007년 04월 13일 04:27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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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신없이 한 달이 갔다. 어떻게 갔는지도 모르겠다" 김형탁 민주노동당 대변인은 취임 한 달의 소회를 이렇게 표현했다. 김 대변인은 12일로 취임 한 달을 맞았다.

    지난 한 달은 민주노동당은 물론 우리 사회 전체에게 ‘비상시국’이었다. 시국을 비상하게 만든 건 한미FTA였다. 문성현 대표의 청와대 앞 단식농성, 한미FTA협상 타결, 허세욱 당원의 분신 등 굵직한 사건이 연이었다. 당 내부적인 사업으론 정기 대의원대회가 있었다. 당원직선을 통한 대선후보 선출 방식이 이날 결정됐다.

       
     

    김 대변인은 사무금융노조 위원장 출신이다. 당에선 2003년부터 2004년 초까지 부대표를 역임했다. 당내 최대 좌파그룹인 ‘전진’의 기관지위원장을 지냈고, 현재는 과천시 지역위원회 위원장이다. 그는 62년생이다. 우리 나이로 46세다. 박용진 전 대변인보다 아홉살이 많다. 운동과 인생에서 만만치 않은 이력을 쌓은 그이지만 대언론 업무는 이번이 처음이다.

    초짜가 별다른 적응기도 없이 곧 바로 격전의 한 가운데 투입된 격이다. 그런 것 치고는 무난하게 자리를 잡았다는 게 안팎의 대체적인 평가다. 한 당직자는 "대표가 단식농성에 들어가는 등 당으로서도 불안정한 시기였는데 안정성을 부여했다"고 평가했다. 또 다른 당직자는 "당의 입장을 정확하고 무게감 있게 전달하는 게 돋보인다"면서 "당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되는 것 같다"고 했다.

    김 대변인을 평가할 때 자주 동원되는 어휘는 ‘무게감’ ‘안정감’ ‘차분함’ 같은 것들이다. 이는 김 대변인이 내놓는 논평의 색깔이면서 활동의 스타일이다. 대변인은 메신저다. 메신저에는 두 종류가 있다.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의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하는 메신저가 있고, 주어진 환경의 변화까지를 자기 소임으로 놓는 메신저가 있다.

    김 대변인은 후자를 자기의 역할로 생각하고 있다. 일찌기 당에도 그런 포부를 밝혔다. ‘정치하는 대변인’이 되겠다는 얘기다. 그가 민주노조 운동을 통해 형성한 언론계 인맥은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를 활용해 당에 우호적인 언론환경을 만들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대선이 있는 올해는 언론환경이 특히 중요하기 때문이다.

    김 대변인은 자신의 활동 반경을 좁은 의미에서의 대언론 활동에 가둘 의사가 없어 보인다. 문성현 당 대표를 보좌하며 한미FTA와 관련한 활동에도 적극 나설 태세다. 이해당사자를 만나고 외부 전문가 위원회를 만드는 데도 힘을 보탤 생각이다.

    김 대변인을 수식하는 ‘무게감’ ‘차분함’은 논평의 영역에 국한해서 보면 ‘밋밋하다’는 말의 동의어가 되기 쉽다. 특히 박용진 전 대변인의 발랄하고 톡톡 튀는 논평과 대비될 때 더욱 그렇게 보일 수 있다. 물론 이건 스타일의 문제다. 어느 것이 더 좋다고 말하기 힘들다. 각자 일장일단이 있다.

    한 인터넷신문 기자는 "안정감은 있지만 쏙쏙 귀에 박히는 말이 부족한 것 같다"고 했다. 또 다른 인터넷신문사의 기자는 "논평의 날카로움이 예전같지 않다. 논평을 통해 만들 수 있는 기사의 양이 줄었다"고 했다.

    어떤 기자는 "기자들과는 아직 거리감이 있는 것 같다"면서 "기자들과의 스킨십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 스킨십 문제는 김 대변인의 연배 탓도 있어 보인다. 일부 진보 언론을 제외하면 민주노동당 출입은 대개 ‘말진’ 기자의 몫이다.

    이런 지적을 김 대변인도 알고 있다. 당 대변인실 한 관계자는 "’촌철살인’의 필요성을 잘 알고 있고, 그런 표현을 찾기 위해 무척 고민을 많이 한다"고 뒤띔했다. 기자들과의 스킨십을 키우기 위한 ‘노력’을 많이 한 탓에 한 달새 몸이 많이 축나기도 했다.

    비유하자면 김 대변인은 무쇠솥 같은 사람이다. 은근히, 천천히 달아오르는 스타일이다. 활동의 온도를 점차 높이고 있는 김 대변인에게 거는 당의 기대가 크다. 한 당직자는 "인사가 만사라는 말이 있는데, 김 대변인을 발탁한 사례가 그렇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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