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직도 모자라 비정규법 더 개악하나?
        2007년 04월 13일 03:25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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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동부가 지난 해 11월 30일 국회에서 통과된 ‘비정규직 확산법안’의 시행령을 만들면서 2년이 지나도 비정규직을 계속 쓸 수 있도록 파견대상을 대폭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국회를 통과한 비정규직법안도 비정규직 사용사유를 제한하지 않았고, 2년이 되기 전에 비정규직을 해고하는 등 노동계로부터 ‘비정규악법’이라고 불리고 있는 마당에 파견대상을 줄이기로 한 국회 입법취지를 거스르고 노동부가 파견을 대폭 확대하려고 해 노동계로부터 강력한 반발을 초래하고 있다.

    13일 민주노동당 단병호 의원실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노동부가 올 3월 마련한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정안’에는 간호사와 초·중등학교 교사 등 41개 직종 종사자가 ‘2년 뒤 정규직 전환’ 대상에서 원천 제외된다.

    또 박사학위를 갖고 해당분야에 종사하는 대학강사, 연구원 등도 계속 기간제 근로자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노동부는 시행령 제3조 ‘기간제근로자 사용기간 제한의 예외’에서 ▲박사학위 소유 해당 분야 종사자 ▲기술사 등급의 국가기술자격을 간춘 해당 분야 종사자 ▲학교의 교원 또는 연구자연구를 담당하는 자 등으로 예외를 대폭 인정하려고 하고 있다.

    또 노동부는 기간제법 시행령 제정안 별표에서 전문자격의 종류로 간호사, 부동산감정평가사, 건축사, 경영지도사, 공인노무사, 공인중개사, 공인회계사, 관세사, 기술지도사, 법무사, 보건교사, 보험계리사, 사서교사, 손해사정사, 수의사, 세무사, 실기교사, 약사, 영양교사, 의사, 전문상담교사, 정교사, 정신보건간호사, 정신보건임상심리사, 조산사, 준교사, 행정사 등 41개 직종을 포함시켰다.

    의사·변호사와 간호사·사서교사가 똑같은 전문가?

       
     

    기간제법에 나와있는 ‘전문적 지식·기술의 활용이 필요한 경우’라는 ‘전문적 예외직종 특례’는 의사나 변호사 등 전문자격에 따라 사용자와 대등한 지위에서 노동조건과 계약기간을 교섭할 수 있고, 계약이 종료된 뒤에도 자유롭게 취업이 가능한 경우에 한해야 한다.

    그러나 노동부는 예외직종에 간호사를 비롯해 초중등학교 교사, 보건·사서·실기·영양·상담교사까지 포함시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이는 사립학교 교원을 직접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즉, 사립학교에서 비정규직 교사들을 평생 비정규직으로 고용할 수 있는 길을 터주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전교조 정애순 대변인은 "특례조항을 광범위하게 확대하는 것은 대단히 부적절하고 독소적인 조항"이라며 "어느 직장이나 마찬가지지만 특히 교육현장은 교육과정의 연속성과 지속성, 안정성이 중요하기 때문에 정규직화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가 검토하고 있는 내용대로 추진한다면 정규직화를 열망해왔던 간호사와 보건교사, 사서교사, 영양교사 등이 영원한 비정규직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될 전망이다.

    민주노동당 단병호 의원실은 "평생 비정규직이 양산될 가능성도 크다"며 "정부가 전문직 특례를 정한다면, 해당 분야별로 임금과 고용안정의 정도, 근로계약의 형태 등에 대한 실태조사를 거친 뒤 그 결과를 종합적으로 따져, 사용자의 남용우려가 없는 순수한 의미의 전문직에 한해 엄격히 제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파견법, 분류방식 변경으로 대폭 확대

    이것 뿐만이 아니다. 노동부는 올 7월 시행되는 파견근로자보호등에관한법률(이하 파견법) 시행령을 마련하면서 현재 26개로 제한되어 있는 파견허용업종을 50여개가 넘게 확대하는 방안을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26개 파견대상업종은 2000년 만들어진 표준직업 분류에 따라 ‘세세분류’한 내용이다. 그러나 정부는 이를 상위분류인 ‘소분류’로 확대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럴 경우 26개 업종에서 두 배 이상 늘어날 가능성이 대단히 높은 상황이다.

    민주노총의 한 관계자는 "파견업종이 얼마나 확대될지 가늠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직업분류를 소분류로 확대하면 파견업종은 훨씬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20일 경 비정규법 시행령 입법 예고

    이에 대해 노동부는 13일 "시행령 제정안을 마련 중에 있고 확정된 내용은 없다"며 "현재 간호사, 초중등 교사를 ‘2년뒤 정규직 전환 예외’에 포함시키는 것을 검토하고 있지 않으며 앞으로도 이를 검토할 계획이 없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노동계의 한 관계자는 "노동부는 교육부와 보건복지부 등 유관 부처와 협의하는 과정에서 이런 내용을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동부가 확정한 안은 아니더라도 정부가 이런 내용을 세밀하게 검토하고 있는 것은 확실하다는 것이다.

    한편, 노동부는 의견 수렴을 거쳐 20일 경 기간제법과 파견법, 근로기준법 시행령을 입법예고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민주노총은 본격적인 대응에 나섰다. 민주노총은 12일 전교조, 강사노조 등 해당 노조와 함께 긴급 회의를 가진 데 이어 오는 16일 ‘비정규법(기간제법, 파견법) 시행령 대응 긴급 연석회의’를 소집했다.

    민주노총은 이날 산하조직 사무처장과 비정규직 담당자들을 소집해 정부가 추진중인 기간제법과 파견법 등 비정규법의 시행령 내용을 분석하고 대응방안을 모색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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