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국민 평생 비정규직화 꿈을 향해
        2007년 04월 13일 03:21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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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4년부터 시작된 비정규법에 대한 논란이 결국 2006년 11월 열린한나라당의 날치기로 마무리됐다. 당시 법 통과에 목매던 열린우리당의 한 의원은 민주노동당이 주장하는 ‘기간제 사유제한’은 대규모 실업을 부를 것이라며 조롱했고, 민주노동당과 수많은 비정규 노동자들은 “2년 기간제한만 하게 되면 대규모 해고를 발생시킬 뿐만 아니라, 해고가 발생해도 아무런 대책이 없다”고 경고했다.

       
      ▲ 지난해 11월 비정규직 관련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던 당시 민주노동당 단병호 의원등이 항의하고 있다. (사진=민주노동당) 
     

    ‘기간제 및 단시간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의 탄생

    많은 노동자들은 정부 법이 통과되면 ‘외주화냐 해고냐’의 기로에서 노동자들의 생존권은 산산이 박탈당할 것이라며 두려워했다.

    결국 통과된 기간제법에는 아래와 같은 의미심장한 내용을 담게 됐다. 특히 제4조 제5호의 내용을 유심히 살피고 꼭 기억하기 바란다.

    제4조 (기간제근로자의 사용) ①사용자는 2년을 초과하지 아니하는 범위 안에서(기간제 근로계약의 반복갱신 등의 경우에는 그 계속근로한 총기간이 2년을 초과하지 아니하는 범위 안에서) 기간제근로자를 사용할 수 있다. 다만,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2년을 초과하여 기간제근로자로 사용할 수 있다.

    1. 사업의 완료 또는 특정한 업무의 완성에 필요한 기간을 정한 경우
    2. 휴직·파견 등으로 결원이 발생하여 당해 근로자가 복귀할 때까지 그 업무를 대신할 필요가 있는 경우
    3. 근로자가 학업, 직업훈련 등을 이수함에 따라 그 이수에 필요한 기간을 정한 경우
    4. 「고령자고용촉진법」 제2조제1호의 규정에 의한 고령자와 근로계약을 체결하는 경우
    5. 전문적 지식·기술의 활용이 필요한 경우와 정부의 복지정책·실업대책 등에 의하여 일자리를 제공하는 경우로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경우
    6. 그 밖에 제1호 내지 제5호에 준하는 합리적인 사유가 있는 경우로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경우
    ②사용자가 제1항 단서의 사유가 없거나 소멸되었음에도 불구하고 2년을 초과하여 기간제근로자로 사용하는 경우에는 그 기간제근로자는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로 본다.

    예상 적중, 기간제법 시행도 전에 대량 해고 발생

    역시 예상은 적중했다. 비정규 보호법이라는 외피 아래 기간제법 등이 통과되자마자 우려하던 바는 현실로 다가왔다. 법 시행도 전에 법의 효과는 무서울 만큼 발휘됐지만 많은 사람들은 세월 속에 기억을 묻어둔 채 삶을 살았다. 새마을호 승무원들이 외주화되고, 수많은 학교 비정규직들이 단칼에 해고되었다.

    심지어 경총은 ‘비정규직 법률 및 인력관리 체크포인트’ 책자를 발간해서 정부 비정규법안이 갖고 있는 무시무시한 내용들을 서슴없이 밝혔다.

    예컨대 “2년 고용한 뒤 한두 달 공백을 두면 다시 기간제를 사용할 수 있다” “파견직 2년 고용 뒤 다시 동일 업무에 기간제 2년을 고용하면 된다” “2년 뒤 고용 보장하되 노동조건은 정규직과 차별해도 된다” “사실상 53살 이상은 영원히 비정규직 고용 가능하다”(고령자 예외 조항) 등이 그 내용이었다.

    당시 많은 사람들이 경총의 용감함에 혀를 내둘렀지만, 이는 사실 조금만 노동법을 아는 사람이라면 정부 법안을 보는 순간 예측 가능했던 내용들이었다.

    정부 법안의 가공할만한 위력은 뜻하지 않게 학교 현장에서 발각되었다. 학교 현장에서는 대량해고가 발생했는데, 알고 봤더니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서울시 교육청의 담당 사무관이 일선 학교 담당자들을 모아놓고 설명했던 말을 인용해보자.

    “저희 공공기관 입장에서는 그런 지침(2년 안에 계약해지)을 공개적으로 못 내립니다. 따라서 각 학교 운영에서 알아서 고려해 주십시오. 제가 보기에도 노조에서 말하는 것처럼 정부의 법안은 비정규보호가 아니라고 봅니다.” “정부대책과 법을 보면 정부가 나서서 보호하겠다면서 사실 비정규직더러 학교 나가라는 소리인지 참 곤란합니다.”

    결국 기간제법은 비정규 보호법이 아니라 ‘비정규직 해고법’ 내지 ‘비정규직 양산법’임이 밝혀진 것이다. 비정규법에 따라서 기업 또는 공공기관에서 선택할 수 있는 선택지는 ‘해고, 외주화, 차별 고착화, 온전한 정규직화’인데, 온전한 정규직화를 하는 기업은 굳이 비정규법이 없었다고 하더라도 그렇게 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선택지는 ‘해고, 외주화, 차별 고착화’ 세 가지 밖에 없는 것이다.

    전 국민의 평생비정규직화가 기다리고 있다

       
     
     

    조금만 주의력이 있는 사람이라면 “5. 전문적 지식·기술의 활용이 필요한 경우와 정부의 복지정책·실업대책 등에 의하여 일자리를 제공하는 경우로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경우”를 기억하고 계실 것이다.

    요는 이렇다. ‘사유제한’이 없기 때문에 기업에서는 ‘정규직 일자리’라 하더라도 2년간 노동자들을 비정규직으로 자유롭게 쓸 수 있다. 2년이 지나면 ‘무기계약’으로 전환된다. 그런데 대부분의 기업들이 바보가 아니기 때문에 해고를 하거나, 귀찮으면 아예 외주화 시키거나, 아니면 차별을 유지한 채 고용을 늘린다.

    그런데 앞서 설명한 것들도 위의 예외 조항 앞에서는 무력해진다. 나쁜 것을 없애는 예외 조항이 아니라, 사업주들이 비정규직 사용에 있어서 아주 조금의 걸림돌이 되는 장치를 비껴가기 위한 장치다. 즉, 전문적 지식과 기술의 활용이 필요한 경우는 아예 평생 비정규직을 보장하는 것이다. 이제 아래에서 구체적인 대상들을 열거해 보겠다.

    간호사, 교사 등의 평생 비정규직화, 모든 공공성의 절단

    이제 노동부가 검토하고 있는 이 법의 시행령 이야기를 하자. 시행령은 전문적 지식·기술의 활용이 필요한 경우와 정부의 복지정책·실업대책 등에 의하여 일자리를 제공하는 경우를 대통령령으로 정하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예외사유가 아주 심각하다는 것이다. 노동부 관계자는 “의사, 변호사처럼 전문성과 직업능력이 높은 전문 직종의 경우 사용자와 대등한 지위여서 법으로 보호할 필요성과 당위성이 상대적으로 낮다”며 전문직 특례의 인정 근거를 설명했다.

    그리고 그 전문직에 간호사, 정신보건간호사, 정신보건임상심리사, 조산사 등 의료 노동자와 정교사, 보건교사, 사서교사, 실기교사, 영양교사, 전문상담교사 등이 포함됐다.

    시행령이 통과되면 향후 학교와 병원에 정규직 씨가 마르게 된다. 학교와 병원에서는 ‘2년→2년→2년→평생’ 기간제로 고용해도 되고, 아님 처음부터 11개월씩 평생 반복하며 퇴직금을 회피하거나, 조금 인심 써서 3년, 5년 등의 주기로 계약을 체결해도 된다.

    학기 중 어느 날 교사가 아이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얘들아, 선생님은 오늘부로 계약이 종료된단다. 그래서 내일부터 다른 선생님이 올 거야. 너희들은 공부 열심히 하지 말아라. 공부 열심히 해서 선생님처럼 교장과 맞짱 뜰 수 있는 대등한 전문직이 되면 찍소리 못하고 해고된단다. 그러니까 차라리 그냥 노동자가 되어서 노동조합 만들고 고용 보장받도록 해라. 헌법에서 일할 권리를 보장하고 있지만 그건 거짓말이란다. 전문직에게 헌법은 농장 속에서 잠자는 찢어진 종이 조각에 불과하단다.”

    어느 날 응급실에 입원해 있던 환자에게 어느 간호사가 진통제 주사를 놓다가 이렇게 말한다. “환자분, 정말 죄송해요.. 제가 12시 땡 치면 계약기간이 종료된답니다. 그래도 주사 바늘까지는 뽑고 나갈게요. 대신 다른 간호사 선생님이 오실 때 까지 환자분 건강은 스스로 꼭 챙기세요.”

    비정규법은 모든 노동자를 불안에 떨게 만들 뿐 아니라, 바야흐로 모든 국민의 삶을 파탄나게 만들 것이다. 노동자의 고용불안 뿐 아니라, 평등하게 일할 권리, 노동3권 역시 사라질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 원포인트 개헌 말고, 차라리 솔직하게 헌법의 ‘일할 권리’ ‘노동3권’ ‘평등권’ ‘행복추구권’을 삭제 하시지요..

    끝이 아니다. 3불 정책은 이렇게

    아쉽게도 이것으로 끝이 아니다. 이제 파견법 시행령이 남았다. 알려진 바에 의하면 기존의 26개 업종을 52개 업종으로 대폭 늘릴 것이라 한다. 대학 교육조교 및 초중등학교 보조교사, 교육준전문가 등 뿐만 아니라 기획, 홍보직 사무원과 정부행정 사무원 등까지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노무현 대통령에게 진심으로 고한다. 차라리 정식으로 국민투표에 부쳐 노동의 권리를 삭제하는 헌법 개정을 하든지, 그렇지 않으면 3불을 명심하라. “해고 확산 불가, 평생 기간제 확산 불가, 파견 확산 불가” 노동자들이 자신의 자식들을 생각해서 3불을 지지하지만, 정작 대통령은 노동자들을 위한 3불을 포기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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