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염 상상 초월, 미군 치유 거부"
        2007년 04월 13일 11:08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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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가 13일 경기도 파주의 캠프 그리브스 등 주한 미군기지 14곳에 대한 반환절차를 종료했다. 하지만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단병호 의원은 “환경오염이 그대로 남아있는 미군기지 반환협상은 원점에서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막대한 오염치유비용 부담과 지자체의 오염기지 개발 문제는 물론 아직 반환되지 않은 미군기지들의 반환절차에 나쁜 선례를 남겼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이날 외교·환경·국방부의 개별 브리핑을 통해 “주한 미군기지 14곳을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에 근거해 우리측이 최종 반환받는다는 내용을 담은 보고서에 서명하고 관련 절차를 종료했다”고 밝혔다.

    이들 기지는 지난해 7월 한미양국이 반환협상을 마무리하기로 한 주한미군기지 15곳 중 환경오염조사를 실시하지 못한 매향리 사격장을 제외한 14곳으로, 서울의 서울역미군사무소, 유엔컴파운드캠프, 캠프 찰리블럭, 경기도 파주의 캠프 그리브스, 캠프 리버티벨, 캠프 보니파스, 자유의 다리, 캠프 자이언트, 캠프 스탠톤, 캠프 하우즈, 동두천의 캠프 님블, 의정부의 캠프 라과디아, 하남의 캠프 콜번, 제주의 캠프 맥냅 등이다.

    하지만 이들 기지의 환경오염 조사 결과, 중금속 등에 따른 토양과 지하수 오염 상태가 심각한 것으로 확인됐으나, 미측은 당초 자신들이 약속한 유류 탱크 제거 등 ‘사전조치계획 8개항’조차 제대로 이행되지 않은 상태로 반환절차를 종료한 것이다. 우리 정부는 이와 관련 추가 조치를 요구했으나 미측은 이를 거부해왔다.

    한미 양국은 이날 SOFA 합동위원회에서 반환기지와 관련 공동합의문이 각각 자국의 보고서에만 서명하고 이를 교환해 사실상 ‘합의’라고 보기도 어렵다는 지적이다. 결국 약 1천억원으로 추산되는 미군기지 환경오염 치유 비용을 우리 국민들이 떠안게 된 셈이다.

    더불어 이들 환경오염 미군기지에 대한 반환절차 종료로 현재 반환절차가 진행 중인 다른 미군기지들 역시 환경오염 치유 과정 없이 똑같은 절차를 밟을 우려가 크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현재 한미 양국은 지난해 반환 대상에서 제외된 매향리 사격장과 국방부가 지난해 7월 “미측으로부터 열쇠만 인수받아 안전관리 차원에서 한국군이 지원”하고 있다고 밝힌 4곳, 미측이 ‘바이오슬러핑’ 공법으로 지하수 오염을 제거한다고 한 5곳에 대한 반환절차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민주노동당 단병호 의원은 이와 관련 “이들 반환 기지의 오염 정도는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지만 미측이 불평등한 SOFA 규정조차 따르지 않고협상 자체를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며 “지난 해 7월에 발표한 협상 결과가 가이드라인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단 의원이 제시한 자료(아래 표 참조)에 따르면 의정부와 파주, 춘천 소재 이들 미군기지의 지하수 오염과 토양오염이 기준치의 적게는 40배에서 많게는 100배 이상을 초과하는 수준이다. 의정부 카일과 파주 에드워드는 지하수 위에 떠있는 기름두께가 각각 488㎝와 240㎝에 이르고, 춘천 페이지의 지하수에서는 1급 발암물질인 벤젠이 기준치의 40배 가량 검출됐다.

       
     

    더구나 정부는 이날 브리핑에서 “미군기지 14곳 중 캠프 그리브스는 한국군이 그대로 사용하고 나머지 대부분은 환경 오염 치유 과정을 거친 뒤 해당 지자체에 넘겨 활용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미 해당 지자체들은 서울 소재 대학의 지방 캠퍼스 조성 등 각종 개발계획을 발표했으며, 일부 지자체에서는 개발을 앞당기기 위해 환경치유를 지자체에서 맡는 대신 매각 대금을 낮춰서 조기에 매각할 것을 정부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단병호 의원은 “막대한 환경오염 치유비용을 국민의 혈세로 떠안아야 하는 상황에서, 그마저도 개발에 눈먼 지자체들에 의해 (오염 치유가) 부실하게 진행될 가능성을 지울 수 없게 됐다”고 우려를 밝혔다. 그는 “미군이 버린 기름과 벤젠, PCB가 흥건한 땅에 학교를 짓고, 주상복합 건물이 하늘 높이 올라가는 모습을 지켜볼 일만 남아있는 셈”이라며 원점에서 미군기지 반환협상을 다시 시작할 것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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