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청노동자 실질사용주 원청" 판결 잇달아
        2007년 04월 12일 09:51 오전

    Print Friendly, PDF & Email

    하청노동자의 실질적인 사용자는 원청회사이기 때문에 비정규직이 노조를 만들었다고 하청회사를 폐업하는 악질수법은 부당노동행위라는 고등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11일 서울고등법원 특별5부(재판장 조용호)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노조활동을 탄압할 목적으로 업체를 폐업한 현대중공업에게 부당노동행위가 인정되며, 직접근로계약 관계가 없더라도 원청에게 책임이 있다고 판결했다.

    서울고법은 "현대중공업 사내하청 노동조합 설립 이후에 사내하청노조의 간부와 조합원들에 대하여 하청업체의 폐업이라는 방식으로 사업장에서 배제(해고)한 것이 정당한 노조활동에 대한 지배개입 행위로서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하고 아울러 원청회사인 현대중공업이 이들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노조법상 사용자로서 책임을 지는 지위에 있다"고 판결했다.

       
     
     

    서울고법의 판결은 1년 전 서울행정법원 제13부의 판결(사건번호 : 2005구합 1196사건)에 대한 현대중공업 회사측의 항고를 기각한 판결이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2003년 8월 하청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결성하자 조성웅 지회장 등 지회 임원들이 속한 업체 4곳을 폐업했다. 그러자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사내하청지회는 현대중공업을 노동위원회에 제소했고, 2005년 3월 중앙노동위와 2006년 5월 서울행정법원에서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그동안 원청회사는 하청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만들면 하청회사와 계약을 해지하거나 폐업하는 형식으로 노동조합을 무력화시켜왔다. 현대중공업, 현대자동차, 하이닉스매그나칩, 기륭전자 등 금속노조 소속 사업장은 물론, 최근 알몸시위로 물의를 빚은 울산과학대와 광주시청 청소노동자 등 곳곳에서 사용자들은 동일한 수법을 써왔다.

    따라서 하청노동자의 실질적인 사용자가 원청회사라는 이날 판결로 원청 사용자들의 악질적이고 상습적인 수법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이번 고등법원 사건을 담당한 민주노총 법률원 소속 권두섭 변호사는 “원청회사도 사내하청 등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근로관계상의 제반 이익에 대해 실질적인 지배력과 영향력이 있다면 노조법상 사용자이므로 부당노동행위의 주체뿐만 아니라 단체교섭의무를 지는 사용자로서 지위에 있음을 명확히 한 것"이라며 "원청회사가 하청회사의 폐업유도 등 온갖 부당노동행위로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죽음으로 내모는 상황에서 원청자본의 책임을 인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오민규 전국비정규노조연대회의 집행위원장은 “이번 판결이 사실심의 마지막에 해당하기에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며 “원청의 사용자성 인정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고 말했다.

    조성웅 현대중공업사내하청지회장은 “작년에 확보한 회사출입조차 방해당하고, 조합원이 속한 곳도 폐업 당했는데 이번 판결로 원청 사용자성을 인정 받아 하청노동자들이 좀 더 쉽게 노동조합에 접근할 수 있고, 조합간부들이 현장에 들어갈 수 있는 계기가 마련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조성웅 지회장은 “노조결성 뒤 원청의 부당노동행위로 10여개 업체가 폐업 당했고, 이로 인해 조합원 70~80명이 폐업으로 해고되었고, 다른 조선 사업장에 취직하는 데 블랙리스트로 인해 취업을 방해받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해 지회는 출입가처분 신청을 해서 식당 20미터 이내, 월 8회 출입을 확보해냈으나, 사측은 출입명단 제출 요구, 카메라, 방송차, 플래카드 사용금지를 이유로 지회와 약속을 지키지 않고 마찰을 일으켰다. 이에 지회는 한 건당 5백 만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대구건설노조의 원청 상대 교섭 요구 정당하다"

    이밖에도 KM&I에 이어 원청을 상대로 교섭을 요청하는 것은 정당한 노조활동이며, 원청에게 교섭의 책임이 있다는 판결이 나와 눈길을 끌고 있다.

    지난 4월 5일 대구고등법원은 원청업체를 상대로 교섭을 요구하고 파업한 행위 등은 정당한 노조활동이라고 판결하고, 대구 경북건설노조 간부를 무죄로 석방했다. 지난 해 검찰과 노동부는 건설노조를 금품 갈취 파렴치범으로 몰아 대규모 구속 사태를 벌인 바 있다.

    대구 고등법원은 “건설노동자의 임금, 산업안전, 퇴직금 등에 대해 원청업체는 사용당사자로서 지위가 있다”고 판결했다. 또한 전임자는 하청업체와 고용관계가 없더라도 조합원의 자격이 인정되는 한 노조의 자주성으로 인정받아야 하며, 자신보다 우월한 위치에 있는 사용자들에게 “협약을 체결하라”는 요구는 공갈협박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정의헌 전국일반노조협의회 의장은 “노조를 만들지 않았더라면 발생하지 않았을 계약해지가 여전히 속출하고 있는데 간접 고용 노동자들이 노조활동을 활성화시킬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며 "적극적인 여론화를 통해 법제도 개선을 할 수 있도록 하고, 공동의 요구와 실천을 해나가자”고 말했다. 

    필자소개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