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답답했던 민주노동당 의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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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년 04월 11일 01:21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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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이 위험하다는 것은 다 안다. 그리고 민주노동당의 당론도 반핵이다. 지난 방폐장 투쟁에서 민주노동당은 반핵의 깃발을 결코 꺽지 않았고, 총선 때는 2030년까지 탈핵하겠다고 선언도 하였다. 그러나 이런 반핵 원칙은 가끔씩 무력화되기도 한다.

지난 북한 핵실험에 대한 논쟁 속에서도 반핵원칙은 잠시 외면당했고, 6자회담 이후 북한의 에너지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서 핵발전소 건설이 추진된다면 그때도 아마 반핵원칙은 왕따 당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일들은 반핵원칙 이외에 다른 판단기준들이 작동된 때문이다. 북한 핵실험이나 KEDO식 북한 핵발전소 건설은 ‘북한 문제’와 관련된 오래되고 복잡한 기준―사회주의 핵무장 혹은 긴급한 에너지 위기 해결 등―이 따로 존재한다. 사실상 휴전선 이북으로 넘어가면 당의 반핵원칙은 무력화되고 있다. 한가한 소리일 뿐이다.

휴전선 이남, 한국사회의 일들에 대해서 당이 반핵원칙을 올곧게 지키고 있느냐면 그렇지도 못하다. 얼마전 국회에 2개의 <국제핵융합로 프로젝트 협정> 비준동의안이 상정된 적이 있었다. 이때 민주노동당 의원들은 여기에 찬성표를 던질 뻔했다. 이 안건에 대해서 반핵원칙이 적용되어야 하는 것인지 혼란이 있었던 것이다.

누군가는 ‘핵융합발전’에 ‘핵’이라는 글자가 들어가니까 반대해야 하는 것이냐고 물었다. 유치해보이기까지 하는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예”다. 국내외를 망라하고 반핵운동진영은 모두 핵분열발전과 함께 핵융합발전까지도 명확히 함께 반대하고 있다. 또한 국제에너지기구(IEA)와 같은 곳에서도 에너지원 구분을 할 때, 핵분열과 핵융합을 함께 범주화하고 있다. 에너지 특성의 유사성 때문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핵발전은 핵분열 에너지를 이용하는 것이다. 즉 우라늄과 같이 큰 원자가 분열되어 작은 원자로 나눠지면서 나오는 에너지를 이용하는 것이다. 잘 알다시피, 그것을 빠르게 진행하면 히로시마 핵폭탄이 되는 것이다.

이번에 문제가 되는 핵융합발전은 수소 원자들이 합쳐서 보다 큰 질량을 가진 헬륨과 같은 원자가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나오는 에너지를 이용한다는 개념이다. 사실 이런 핵융합은 태양에너지의 근원이어서 찬성론자는 핵융합발전을 ‘인공 태양’이라고 묘사하길 좋아한다. 물론 핵융합폭탄(소위 수소폭탄)도 그 인공 태양과 같은 원리다.

   
 ▲ 민주노동당 의원총회
 

사실 민주노동당 의원들이 <국제핵융합로 프로젝트 협정> 비준동의안에 대해서 반핵원칙을 적용해야 하는지 혼란을 겪은 것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일단 핵융합발전은 방사선폐기물이 나오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 제기되었다. 찬성론자들이 핵융합발전이 안전하다고 주장하는 주요근거이기도 하다.

당 내부에서 반핵원칙은 방폐장 싸움을 통해서 실체를 형성했다는 경험을 생각해보면, 방사선폐기물만 나오지 않으면 괜챦은 거 아니냐는 사고방식도 이해되는 측면도 있다.

그러나 핵발전소의 위험이라는 것은 방사선폐기물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유럽국가들이 반핵정책을 취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는 핵발전소 자체가 폭발했던 체르노빌사고 때문이었다. 고도의 위험성 때문에 정밀하게 통제되어야 하는 거대 기술시스템에서 발생가능한 실패와 엄청난 규모의 피해 가능성을 사전에 없애야 한다는 적극적인 사고방식의 결과다. 즉 발생가능성은 낮더라도 한번 실패하면 시공간을 뛰어넘는 엄청난 재난을 낳게 될 거대 기술시스템에 대한 거부였던 것이다.

핵융합발전의 경우에도 고도의 위험성을 가진 거대 기술시스템일 수밖에 없다. 기초적인 지식이지만, 수소 등의 핵융합에는 고온 상태가 필요하다. 핵융합폭탄의 경우, 이 고온을 얻기 위해서 핵분열폭탄을 먼저 터뜨린다. 핵융합발전의 경우 고온을 얻기 위해서 강력한 자기장을 이용한 플라즈마 상태를 만들어내야 한다.

그러나 그 실현가능성 자체에 의문시되기도 하지만, 가능하더라도 큰 위험을 통제해야 하는 문제도 안게 된다. 과학기술이 발전하면 모든 것이 해결가능하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외면할 수 없는 문제다.

민주노동당 의원들의 혼란은 보다 근본적인 문제와도 연결되어 있다. 한마디로 말해 이런 것이다. “화석연료도 안되고 핵발전도 안된다고 하는데, 그렇다고 태양열, 풍력 같은 재생에너지가 수요를 모두 충족시켜줄 수 있느냐? 그게 안되는데 위험성이 분명한 것도 아닌 핵융합까지 무조건 반대하라는 것은 문제 아니냐”는 것이다.

이 순간 나는 민주노동당 의원과 앉아 있는 것이 아니라, 범인(凡人)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사회의 생태적 전환, 좁게는 에너지 시스템의 전환이라는 이념을 공유하고 있는 당의 의원이 아니었다.

에너지 소비량과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세계적으로 가장 빠르게 증가하는 국가에 살고 있는 현실을 생각하면, 지금과 같은 에너지 다소비 사회구조의 변화없이 모든 에너지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방법은 사실상 어디에도 없다.

지금 굴리고 있는 자동차의 상당부분을 포기하고 대중교통을 이용해야 하는 것이고, 더나아가서는 높은 집값을 피해 옮겨간 집과 직장 사이의 멀고도 먼 ‘여행’을 없애야 한다고 생각해야만 가능한 생각이다. 또한 지역에서 생산된 먹거리를 놔두고 석유를 왕창 써대며 지구 반바퀴를 날아온 먹거리를 먹는 일을 그만두어야 보이는 길이다.

또한 자동차산업-건설산업-석유산업들의 은밀하면서도 공고한 동맹체제 그리고 핵발전에서 핵융합으로 확장해가는 핵 동맹세력을 붕괴시켜야만 하는 가능한 일이기도 하다. 이런 도전이 전제되지 않은 한, 재생에너지만으로 당연히 가능하지 않다.

성장주의를 벗어나고 에너지 다소비 사회로부터 탈피 필요성을 공유하지 않고서는, ‘한가운 소리’와 ‘답답한 인식’ 사이의 갈등은 계속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또한 당에서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재생에너지 프로젝트의 상상력과 급진성도 보이지 않는 울타리 속에 갇힐 우려가 크다.

국회 본회의에 들어가야 할 시간이 촉박한 상황에서, 논란을 정리하고 <국제핵융합로 프로젝트 협정> 비준동의안에 대한 입장을 정해야만 했다. 결론은 “환경단체들이 반대하기도 하고 이런저런 위험이 있을 수 있다고 하니 찬성을 할 수는 없고, 그렇다고 명백한 반대이유가 제시되는 것도 아니니 기권한다”였다.

국회의 파행 끝에 4월 2일 <국제핵융합로 프로젝트 협정> 비준동의안은 통과했고, 표결에 참가한 민주노동당 의원들은 기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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