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 미국 광우병 위험 자료 은폐 의혹
        2007년 04월 09일 03:16 오후

    Print Friendly, PDF & Email

    농림부가 국제수역사무국(OIE)의 국가별 광우병 위험등급(BSE Status) 예비평가 결과를 공개하는 과정에서 미국산 소의 광우병 감염 위험성을 지적하는 내용이 포함된 OIE 과학위원회의 국가별 코멘트를 공개하지 않아 그 배경을 놓고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11월 14일부터 16일까지 실시한 검토 결과를 토대로 작성된 OIE 과학위원회의 광우병 예비평가 결과는 크게 국가별 위험등급과 국가별 코멘트의 두 부분으로 이뤄져 있다. 미국은 이 평가에서 ‘광우병 통제국가’ 등급을 받았지만 국가별 코멘트에선 광우병 감염 위험성이 여전한 것으로 지적받았다(<레디앙> 4월 6일 ‘미국, 광우병 통제국 판정나도 광우병 위험 사라지지 않는다’ 기사 참조).

    그러나 농림부는 지난달 13일 OIE의 광우병 예비평과 관련 보도자료를 내면서 미국을 ‘광우병 통제국가’ 등급으로 판정한 국가별 광우병 위험등급 판정 부분만을 공개했다. 농림부는 국가별 코멘트에 대한 자료도 갖고 있었지만 공개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와 관련, 농림부 관계자는 "OIE 과학위원회의 미국에 대한 코멘트는 따로 검토할 부분도 있고 해서 서둘러 공개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면서 "고의로 자료를 은폐하려는 의도같은 것은 전혀 없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는 위험성 문제에 대한 정보소통을 가장 중요시하는 국제 위생검역 기준에 반하는 것이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한미FTA위원회 송기호 변호사는 "WTO와 OIE는 위험성 문제에 대한 정보 공개를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놓고 명시적으로 보장하고 있다"면서 "농림부가 자료를 즉시 공개하지 않은 것은 국제법적 의무를 위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송 변호사는 또 "농림부는 자료의 내용이 국민들에게 알려지는 것을 꺼렸던 것으로 보인다"면서 "국민들이 당연히 알아야 할 사항을 알리지 않은 것은 농림부가 임의적으로 자료를 왜곡시키려 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농림부의 이 같은 ‘선택적인’ 자료 공개는 미국산 뼛조각 쇠고기의 수입 재개에 유리한 여론을 조성하기 위한 의도로 추측된다. 미국산 뼛조각 쇠고기의 수입 문제는 한미FTA 협상의 최대 걸림돌로 지목되던 터였다.

    실제 농림부가 보도자료를 발표하기 전날인 지난달 12일 민동석 농림부 농업통상정책관(차관보)은 "축산물 위험등급을 판정하는 국제수역사무국(OIE)이 미국을 ‘광우병 위험이 통제되는 나라’로 인정했기 때문에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막기 어렵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또 "교역 규모 세계 11위인 한국으로선 국제 기준을 지키지 않을 수 없다"며 "5월 OIE 총회에서 미국의 등급이 확정되면 뼈 있는 쇠고기도 들어올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미국의 ‘등급 조정’을 전제로 쇠고기 시장의 전면 개방을 기정사실화한 것이다.  

    농림부 관료들의 태도는 우리와 이웃한 일본의 농림수산성이 같은 문제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보여준 모습과 여러모로 대비된다.

    지난달 12일 일본 농림수산성의 고바야시 사무차관은 기자회견에서 OIE의 예비판정 결과를 통보받은 사실을 확인하면서 "미국의 BSE 등급 조정이 즉각적으로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수입조건의 변경을 가져오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일본 농림수산성은 지난달 22일부터 OIE 평가안의 상세 내용을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있다.

    필자소개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