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노총이 투쟁으로 비준 막겠다"
        2007년 04월 08일 11:00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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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미FTA가 타결된 후 저항전선이 급격히 무너질 것이라는 우려에도 불구하고 6천여명의 노동자 시민들이 ‘한미FTA 무효’와 ‘노무현 정권 퇴진’을 요구하며 대규모 집회를 열고 2단계 투쟁에 나섰음을 선포했다.

    허세욱 조합원이 ‘한미FTA 반대’를 외치며 분신해 사투를 벌이고 있는 가운데 민주노총은 이날 대학로에서 오후 2시부터 조합원 5천여명이 모여 ‘한미FTA 타결무효 투쟁 선포대회’를 열었다.

       
      ▲ 사진=참세상 이정원 기자
     

    민주노총 이석행 위원장은 “온 몸에 불이 활활 타 들어가는 그 순간까지도 한미FTA 중단을 외치는 허세욱 동지의 새까맣게 탄 몸을 보았다”며 “기본적 생존권과 삶의 희망을 잃어버린 노동자 민중들, 삶의 터전을 잃어버린 농민형제들의 얼굴들, 서비스시장 개방으로 위기에 닥친 중소영세상인들의 모습, 바로 이것이 한미FTA가 몰고 올 모습”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미FTA 체제가 점령한 한국사회에서 희망찬 미래는 없기 때문에 무한한 책임감을 갖고 반드시 저지시켜야 한다”며 “투쟁선포식 대회로부터 시작해 한미FTA가 없어질 때까지 투쟁하자”고 말했다.

    피해상황 보고하는 장관만 나무라는 노 대통령

    민주노동당 이해삼 최고위원은 “어제 노무현 대통령이 주제하는 각 부처 장관회의 위크숍이 있었는데 부처들이 수천억에서 수조원까지 피해상황을 보고하니까 노무현이가 탁상을 치며 국가경쟁력을 말하라니까 어떻게 피해규모만 말하느냐고 하면서 얼굴을 붉히면서 나가버렸다”며 “커들러는 이번 협상타결이 에이플러스라고 했는데 이것만 봐도 얼마나 굴욕졸속적인지 알 수 있다”고 비난했다.

    공공운수연맹 임성규 위원장은 “20년 후 우리는 이 나라의 문화주권, 식량주권, 산업주권, 경제주권 등 모두를 빼앗길 위기에 있는데 그 저지를 위해 분신해 사경을 해매는 동지가 있는데 민주노총 80만 조합원 중 2만명도 모이지 못했다”며 반성을 촉구했다.

    금속노조 정갑득 위원장은 “현대자동차에 한미FTA가 타결되어서 자동차가 잘 팔릴 것이냐고 물어봤는데 아니라고, 별 재미 없다고 했다”며 “언론과 정부가 온 국민을 속이고 있다”고 비난했다.

    16년 동안 지각 한 번 없었던 노동자의 사회참여와 분신

    분신으로 항거한 허세욱 조합원이 다니는 민주택시연맹 한덕운수 김채석 교선부장은 허세욱 조합원이 1991년 한독운수에 입사한 이후 노동운동에 헌신했고, 민주노동당 당원으로 정치세력화에 앞장섰으며, 7년여동안 참여연대 활동을 했고, 지역 소년소녀가장과 독거노인돕기 등 지역 사람들조차 다 알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사회참여활동을 벌였다는 사실을 알렸다.

    그는 “허세욱 동지는 힘들고 고달픈 택시노동자이면서 평택미군기지, 비정규악법, 노사관계로드맵 저지 투쟁, 운수사업법 개혁투쟁 등 서울 부산 대구 여수 천안 전국의 모든 투쟁 현장에 자신의 삶을 다 바쳐 투쟁했다”며 “그럼에도 16년동안 지각이나 결근 한 번 없이 성실하게 근무한 사람”이라고 그를 소개했다.

    민주노총의 투쟁 선포대회 직후 곧바로 ‘한미FTA 무효 범국민대회’가 열렸다. 시민사회단체 회원들, 민주노동당 당원들, 서울시민들이 집회에 속속 참여하면서 집회 참가자는 6천명으로 늘었다. 전태일열사 어머님인 이소선 여사, 통일운동연구소 백기완 소장, 지선 스님, 한상열 목사, 장기수 선생님 등 이날 집회에는 많은 원로들이 참가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전과 3범”

    범국민운동본부 정광훈 공동대표는 “한미자유무역협정은 범죄단체구성에 관한 일반협정이기 때문에 무효이고, 거기에 싸인한 범죄집단 노무현을 체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라크파병과 평택미군기지 확장, 한미FTA 협상 타결이 노무현이 저지른 3대 범죄라며 “노무현은 전과 3범”이라고 말했다.

    이날 집회에서 감동의 순간은 서울 관악구에 있는 ‘그날이 오면’ 서점 대표의 편지글 낭독이었다. 김동운 대표는 허세욱 조합원이 늘 서점에 유인물과 포스터를 가져와 전시했던 일, 서점이 어렵다고 후원한 일, 대학입학한 조카에게 준다며 도서상품권을 사던 일 등 그와 함께 했던 일들을 전했다.

    그는 “동지는 거울이었고 그 거울을 보고 부끄러움을 일깨워주는 선생님이었다”며 “동지가 계실 곳은 병상이 아니라 바로 이 자리고, 우리 곁에 계셔서 긴장을 풀지 않게 하시고, 열심히 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허세욱 동지 살아있는 전태일이 되셔야 합니다”

    “건강한 모습으로 오셔야 합니다. 그게 한미FTA를 무효화시키는 일입니다. 적들에게, 이 땅의 민중들을 고통으로 몰아넣는 적들에게 복수하는 일입니다. 우리가 동지를 살리겠습니다. 그리하여 동지는 살아있는 전태일 열사가 되셔야 합니다.” 그의 외침을 들은 참가자들은 고개를 떨구었다.

    마지막으로 범국민운동본부 각 분야 대표자들은 동시에 연단에 자동차, 섬유의 수출증대라는 기만, 조세-환경주권-건강권-생명권의 포기, 농업과 지적재산권의 포기, 문화와 영화와 제약산업의 몰락 등에 대해 격렬하게 질타했다.

    사무금융연맹 정용건 위원장은 “우리는 망국적 협상을 진행하고 최종 타결한 대통령, 헌법을 유린한 대통령이 퇴진할 것을 요구한다”고 선언했고, 민주노총 허영구 부위원장은 “우리를 지원하는 소리없는 국민대중과 함께 다시 일어나 싸우자”고 외쳤다.

    오후 4시 30분 연단에 오른 대표자들이 한미동맹을 상징하는 노무현과 부시 대통령의 악수하는 장면을 망치로 내리치자, 노동자, 농민, 서민들이 환하게 웃는 사진이 나타났다.

    “비난하는 시민보다 호의적인 사람들 많아”

    집회는 마친 노동자와 시민들은 대학로를 출발해 종로와 을지로를 거쳐 서울시청까지 행진을 시작했다. 참가자들은 토요일 거리에 쏟아져나온 시민들에게 한미FTA가 몰고올 사태를 폭로하는 홍보물을 나눠줬다.

    민주노총 조합원들은 차가 막혀 반대편 차선에서 창문을 열고 행진광경을 지켜보는 사람들에게 일일이 홍보물을 나눠주며 ‘한미FTA’의 문제점을 알렸다. 종로 5가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30여명의 사람들에게 한 노동자가 선전물을 나눠주자 사람들은 여기저기서 선전물을 달라고 손을 내밀었고, 버스 안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창문을 열고 손을 내밀었다.

    평소 집회시위에 대한 서울시민들의 알레르기적 반응을 생각할 때 매우 이례적인 모습이었다. 금속노조 김태정 미조직비정규국장은 “오늘 이상하게 시민들이 우리를 비난하지 않고 호의적인 방응을 보였다”고 말했다.

    행진대열 앞쪽에는 민주택시연맹 조합원들이 많았다. 경기 파주의 동일운수 오종욱(50) 조합원은 분신으로 항거한 허세욱 조합원에 대해 “그렇게까지 열성적으로 활동하는 사람은 매우 드물다”며 “민주택시연맹이 매우 약화됐는데 허세욱 동지의 분신 이후 택시노동자들이 다시 일어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 사진=참세상 이정원 기자
     

    “조합원들 설득하면 파업도 가능할 것”

    이날 집회에는 공공운수연맹 조합원들 3천여명이 참가했고, 금속노조도 멀리 부산양산지부부터 기아자동차지부까지 1천여명이 참가했다. 자동차에게는 이익이라는 사기에도 불구하고, 기아자동차지부는 200여명의 간부들이 참가해 ‘노무현정권 퇴진’을 요구했다.

    그러나 전면항쟁의 분위기가 현장까지 확산되고 있는 분위기는 아직 아니다. 금속노조 대구지부 오동길 부지부장은 “지난 해 비정규악법, 로드맵 국회 통과 이후 패배감이 많이 있었기 때문에 이번 한미FTA 타결 이후 현장 분위기가 아직 안 뜨고 있다”며 “간부들이 작년 법안과 달리 국회비준을 무효화를 할 수 있다며 조합원들을 설득하고 있다”고 말했다.

    충남지부 한 간부는 “현장까지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지 않지만 5~6월 세부적인 투쟁계획을 세우고 조합원들을 설득한다면 전면파업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어스름이 내리기 시작한 6시 노동자와 시민들은 서울시청에 도착했다. 지방에서 집회에 참가한 조합원들은 대부분 버스와 열차를 타고 내려간 가운데 1천여명의 시민들이 ‘허세욱 님의 조속한 회복을 바라는 범국민촛불문화제’를 열었다.

    이날 분신으로 저항한 허세욱 조합원이 소속한 민주노동당 관악구위원회의 활동이 눈에 띄었다. 관악구위원회는 이날 1시에 신림4거리에서 70여명의 당원들이 모여 사전집회를 한 후 범국민대회에 참가했고, 허세욱 당원 모금운동도 벌여 500여만원을 모금했다.

    관악구위원회 이 모 당원은 “한미FTA가 타결되면서 다들 허탈해하고 있었는데 허세욱 당원의 분신으로 분위기가 다시 결집되고 있다”며 “당원과 지역단체가 결합해 일주일에 두 번씩 집회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 사진=참세상 이정원 기자
     

    민주노총 6월 총력투쟁 나설 것

    이날 1천여명의 시민들은 한 손에는 촛불을, 한 손에는 ‘한미FTA 무효’라고 씌여진 피켓을 들고 배고픔도 잊은 채 늦게까지 한미FTA 무효와 허세욱 님의 회복을 기원했다.

    민주노총 이석행 위원장은 “오늘을 시발로 5월 1일 투쟁을 전개하고, 6월말 양국 대통령이 정식 체결할 즈음에 일주일간 총력투쟁을 전개할 것”이라며 “민주노총이 앞장서서 반드시 한미FTA 국회비준을 막아낼 것을 약속드린다”고 말해 큰 박수를 받았다.

    전국농민회총연맹 문경식 의장은 “지난 15년동안 획기적으로 개방된 한국사회를 보면서 개방되면 잘산다는 건 사기라는 것이 입증됐다”며 “600만이던 농민이 330만으로 줄고, 900만원이던 농가부채는 5천만원으로 늘었으며 비정규직 노동자는 800만명이 넘었다는 것이 그 증거”라고 말했다.

    분신한 허세욱 조합원과 전날 술자리를 같이 했다는 참여연대 이옥수 회원은 연단에 올라 “지식인은 비판만 많이 하고 행동하지 않는데 허세욱 회원이 늘 시위에 참가해 실천하는 걸 보고 감동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즉석에서 노무현과 부시를 비난하는 노래를 불러 큰 박수를 받기도 했다.

    이날 촛불집회는 저녁 7시30분까지 계속됐다. 한미FTA 타결 이후 국민저항이 급격히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를 말끔히 씻고 노동자 시민들은 다시 촛불을 환하게 밝혔다.

    이제 저항의 선두에 민주노총 노동자들이 섰다. 노동자와 농민들이 선두에서 얼마나 큰 저항을 만들어내느냐에 따라 이 나라 민중의 운명이 달라지게 될 전망이다. 민주노총의 어깨가 더욱 무거운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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