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상정과 학생들의 세상을 바꾸는 '불온한 수다'
        2007년 04월 06일 05:56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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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당시만 해도 여학생은 소수였어요. 여학생들은 아무리 열심히 해도 학생운동 주류가 아니라 운동권 학생의 애인으로만, 학생운동과 학회의 악세사리 정도로만 취급됐죠. 그러다가 처음 여학생회를 만들고 여학생들이 모이는 학회를 만들고 노동운동에도 여학생들이 진출하고…노동운동에 여학생들이 진출하게 된 효시가 저였던 거죠.” 

    지난 6일 저녁 신촌의 한 호프집에서 최근 ‘총여학생회 폐지’ 등을 담은 학칙 개정 시도에 맞서 싸우고 있는 연세대 여학생들과 심상정 의원이 만났다. 맥주잔을 기울이며 최초의 여학생회를 건설한 인생 선배와 여학생회 폐지에 직면한 후배들의 대화가 밤이 깊도록 이어졌다.

    “의원님이 처음 여학생회를 만들었던 80년대에도 여학생회가 여성, 장애인 등 소외된 사람의 권리를 찾는 것은 안보고 총여학생회장이 이중의 권력을 갖는 게 아니냐 같은 주장이 많았나요?”

    심상정 의원이 자리에 앉자마자 질문인지, 현재 그들이 처한 상황에 대한 토로인지 모를 후배의 말이 쏟아진다. 현재 연세대 총학생회가 추진하고 있는 학칙 개정은 총학생회장이 한총련 같은 외부단체에 가입 전 학내 대의기구의 투표를 거치도록 하고 총여학생회를 폐지하는 내용이다. 연세대의 이러한 움직임은 경희대 등으로 확대되고 있어 대학 사회 내 논란이 되고 있다. 이달 말 학생 총투표를 앞두고 존재기반을 상실할 지도 모르는 후배들은 절박했다.

       
      ▲ 사진 = 심상정 의원실
     

    심상정 의원이 후배들의 술잔을 채우며 “먼저 건배부터 하자”고 숨고르기를 권했다. 연세대, 이화여대, 서강대 등 신촌 인근 대학에서 온 학생 30여명이 그와 함께 “세상을 바꾸자”를 외쳤다. 이어서 그가 처음 여학생회를 만들었던 이야기를 풀어내기 시작했다.

    “예전엔 학생회 체계가 아니라 학도호국단 체계, 군사문화가 학교를 지배하던 시기였다. 내가 서울대에서 총여학생회 만들던 시기는 학도호군단을 폐지하고 학원민주화의 요구가 막 터져 나오고 총학생회를 복구하는 과정이었다. 그때 최초로 서울대에서 여학생회를 발의했는데 당시 운동권 남학생들과 엄청나게 싸움이 붙었다. 역차별 얘기도 나왔고 남녀를 기계적으로 구별하는 방식이라는 주장도 있었다.”

    심 의원은 지금 연세대의 여학생 수는 얼마냐고 물었다. 전체 학생 2만명 중에 8,000명이 여학생이라는 대답이 후배들로부터 돌아왔다. 40%에 해당하는 많은 숫자다.

    “지금은 여학생 수가 많이 늘었지만 (당시에는) 절대 소수의 여학생들이 갖고 있는 대학사회에 대한 문제의식이 전혀 학생회 구조에 반영되지 못했다. 여학생들만의 소통구조나 의견을 모으는 구조도 없었는데 여학생회가 만들어지면서 우선 여학생들 스스로 자신들 인생이나 학교생활 얘기를 하고 고민 같은 것을 풀어내고 다양한 문화를 접했다. 또 학교 전체 운영에 있어서도 여학생들의 이해와 요구가 반영될 수 있도록 자기목소리 낼 수 있었다.”

    그는 특히 총여학생회 폐지 학칙 개정 추진과 관련 “절대 양보하지 말라”고 후배들에게 힘을 실었다. 연대 총학생회는 총여학생을 폐지하는 대신 총학생회내 성평등위원회를 설치할 것을 주장했다. 심 의원이 총학생회내 여학생부가 있음에도 별도의 여학생회를 만들었던 그 당시와는 정반대로 진행하는 모습이다.

    “총여학생회를 폐지하고 총학생회내 성평등위원회를 설치한다는 주장은 대단히 제도적 접근이라고 본다. 대학문화는 아직까지 남성 위주의 문화가 보편적이기 때문에 여학생들 스스로 여학생 문화나 소통의 공간을 마련한다는 측면에서 다양하게 만들어지는 게 좋다. (총여학생회 같은) 그런 자주적인 공간을 통해서 총학생회 또한 활성화될 수 있다.”

    나아가 심 의원은 후배들에게 그들의 활동이 대학 울타리 안의 다툼을 넘어 우리 사회의 능동적인 변화를 이끄는 큰 자산이 될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여러분들이 대학문턱을 나서는 순간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의 가부장제를 실감할 것이다. 결혼해서 아이들 낳고 육아문제가 닥치면 더욱 실감하게 될 것이다. 대학 사회에서부터 성평등 문화를 확고하게 갖춰가야 그 남학생, 그 여학생이 사회에 나가서 평등한 사회를 구성하게 될 것이다.”

    이 술자리에는 앞서 심상정 의원의 연세대 초청 강연 ‘심상정이 말하는 한국경제’를 듣고 뒤풀이 차원에서 함께 한 남학생들도 10여명에 달했다. 그는 여학생 후배들에게 “남학생들과도 충분히 토론하고 학내 이런 운동을 남학생들도 함께 해 적극적으로 돌파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연세대 울타리만이 아니라 여러분들이 나갈 사회를 생각해서 대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 학생이 과연 민주노동당은 진보정당답게 ‘성평등한가 그리고 진보적인가’를 물었다. 심 의원은 지금은 보편화됐지만 민주노동당이 정당 사상 처음으로 여성할당제 도입 여부를 논의할 때 가장 강력히 도입을 주장했던 인물이기도 하다.

    “민주노동당도 여성할당 논쟁이 많이 붙었다. 역차별이다 뭐다, 그리고 또 성평등 주장하는 당에서 그게 필요 있느냐 하는 주장들이었다. 그럴 때는 여성들이 저항을 해서 관철시키도록 해야 한다. 물론 우리나라 전반적인 인식을 생각할 때 민주노동당만 앞선 문화를 갖기는 어렵다. 사회 인식과 같이 가는 거다. 그러나 진보정당과 다른 집단의 차이는 여성 문제가 발생했을 때 그걸 어떻게 취급하는가가 다른 거다. 민주노동당에선 그걸 정확하게 드러내고 발언하고 징계한다.”

    앞서 심상정 의원의 연세대 강연에서 이어지는 궁금증들도 제기됐다. 한 학생은 심 의원이 세박자 경제론의 하나로 강조한 동아시아 호혜협력과 관련 “동아시아 경제공동체와 한미FTA가 공존할 수는 없느냐”고 물었다. 심상정 의원은 “공존할 수 있다”면서 “문제는 개방 우선순위를 어떻게 해야 하느냐”라고 답했다.

    “미국과의 FTA는 보호무역을 강요하는 부분을 충분히 방어할 수 있는 준비 상태에서 해야한다는 것이다. 일차적으로 동아시아 경제협력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 미국시장 규모가 크다지만 동아시아 잠재성장력은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높다. 여긴 결국 중국과 일본을 묶어둔다는 의미도 있다. 그리고 일정한 한국경제의 내적성장 토대 위에서 한미 FTA를 해야 한다.”

    우리사회 보수 세력들이 강조하는 자유민주주의와, 반대로 우리 사회에서 터부시돼온 사회주의에 대한 심 의원의 생각을 묻는 학생도 있었다. 심 의원은 “한나라당이 민주노동당이 민주주의 질서를 훼손한다는 말을 자주 하는 데 어이가 없다”며 민주주의를 시장경제로 등치하는 것에 대해 비난했다.

    “민주주의는 다수 국민의 자기결정권이다. 민주주의가 시장근본주의라고 규정하는 나라는 어디에도 없다. 그런데 마치 민주노동당이 유럽의 사민주의나 또다른 대안 사회를 이야기하면 ‘시장경제에 어긋난다 곧 민주주의에 반한다’ 이렇게 등치가 된다.

    우리나라 국민들은 ‘사회주의’하면 북한이나 소련 등의 실패한 사회주의가 머리 끝까지 박혀있기 때문에 자유민주주의=자본주의=시장경제 이렇게 되어버린 거다. 그런데 북한 사회주의는 결국 미국의 통제 하에서 박제화된 사회주의다. 사실 유럽 최고 복지국가라고 하는 스웨덴 같은 경우 우리사회에서 모델로 삼을 만하지 않겠나?”

    그는 스웨덴 방문 때 우연히 우리나라 아이들을 입양시키는 모습을 보고 과거 한국에서 입양돼 스웨덴에서 성장한 사람들을 요청해서 만났던 일을 전하기도 했다.

    “스웨덴 가는 비행기 안에서 한국인 노부부를 만났는데 아기를 입양시키러 간다고 했다. 아이가 몇 개월 안 된 것 같은데 너무 가슴이 아프고 자괴감 같은 게 들었다. 그래서 스웨덴에 도착해 한국에서 입양돼 큰 아이들을 좀 만나게 해달라고 했고 만났다. 그런데 정말 그 사회에서 대접을 잘 받고 성장했더라.

    돌아오면서 느낀 건 운동권에서 사민주의 보고 개량주의니, 뭐니 얘기하는데, 스웨덴 사회의 철학, 사람들 인식 등을 생각하면 우리나라는 너무 경직된 사회라는 거다. 보편적 가치에서 너무 벗어난 사회다. 스웨덴 세금 부담율이 일반 45%정도 되고 기업은 60% 세금을 내야 이익이 온다. 월급 받은 거 200만원 중에 100만원을 세금 낸다고 생각해봐라. 그 돈으로 대학까지 무상교육하고 무상의료도 할 수 있다. 스웨덴은 그 돈으로 아이들도 양육하고 어른들 노후복지 다 해준다.“

    심상정 의원은 테이블을 옮겨 다니며 후배들의 다양한 고민과 질문에 답했다. 학생들의 진로부터 시작해 과학기술 지원, 투기자본 규제까지 다양한 주제들에 대한 이야기가 밤늦게까지 오고갔다. 이날 모임을 마무리하며 참석한 학생들은 심 의원에 대한 응원메시지를 영상에 남기기도 했다.

    “의원님, 열심히 투쟁해서 FTA 막아냅시다.”

    “양극화 문제 같은 우리나라 여러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훌륭한 대통령이 되어주세요. 화이팅!”

    “4년간 서민들 이익 위해 노력하는 거 잘 알고 있습니다. 건강 조심하시고 꾸준히 우리 민중들 권리와 이익 위해 열심히 투쟁해 주십시오.”

    “심 의원님, 여성주의 정치 열심히 하시고… 등록금 좀 내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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