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쇠고기 구두 합의와 한미 '통상불륜'의 추억
        2007년 04월 05일 04:16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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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노동당 강기갑 의원은 5일 노 대통령의 쇠고기 구두 합의에 대해 "어떤 미사여구로 포장해도 국내 논의 없었던 이면 합의를 부정할 순 없을 것”이라며 "협상 의제도 아닌 것을 협상과 연계시키고, 협상장이 아닌 장외 경기에서 자국의 현안 해결에 더 열을 올리는 미국의 통상 횡포가 한미 FTA 협상에서 또 한번 발동했다"고 주장했다.

    강 의원은 "지난 3월 20일 농림부 업무 보고에서만해도 노무현 대통령은 농민 단체와 국민 앞에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 문제는 한미FTA 의제도 연계 대상도 될 수 없다고 호언장담했으나 불과 열흘 남짓 만인 지난 4월 2일 노무현 대통령은 부시와의 전화 통화를 통해 쇠고기 수입 재개를 구두로 약속한 사실을 공개했다"면서 "노무현 대통령의 ‘달변’이 제대로 사고를 쳤다"고 말했다.

    이에 강 의원은 "미국의 요구를 기꺼이 수용한 우리 정부의 굴욕 협상 자세가 다시 한번 역사에 기록되게 됐다"면서 "이러한 미국의 이면 합의는 이번만이 아니었다. 미국은 여러 차례 우리 정부에게 당치도 않는 합의를 요구해왔고 그때마다 정부도 국민도 모르는 이면 합의를 해줘온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강 의원은 그 근거와 관련해 "우선 1993년 UR 쌀 협상부터 거슬러 올라가면, 당시 미국은 우리 측(허신행 농림부장관)에 호주, 중국, 태국 등의 최소시장접근물량을 배정할 때 미국에 MMA 물량의 50%를 보장해 달라고 요구했다"라며 "이에 우리 정부는 이면합의서를 전달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강 의원은 "다음으로 지난 2004년 12월 17일 쌀 협상 최종장관급 회담이 있는데, 당시 베네만 미 농무부 장관은 한국 쪽 허상만 농림부 장관에게 협상 의제와는 무관한 ‘쇠고기’ 문제를 논의하자고 제안해 우리 정부가 받아들였다"라며 "그러나 아직까지 그 당시 논의 내용이 공개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강 의원은 쇠고기 수입 재개 협상과 관련해 "쌀 재협상이 끝나자마자 미국은 지난 2005년 본격적으로 쇠고기 문제를 공식적으로 논의하자고 제안 했고, 이에 양국은 BSE 전문가 협의회가 구성했다"라며 "이후 양국은 BSE 전문가 협의회를 2005년 2월 25일, 4월 20일, 6월등 세 차례에 걸쳐 진행해 왔으나 2005년 6월 10일과 2006년 3월 10일에 미국에서는 광우병이 각각 텍사스와 앨라배마에서 연이어 발생해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는 사실상 양국의 논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강 의원은 "그런데도 미국은 이번 한미 FTA 협상 이전에 이미 4대 선결 조건으로 광우병으로부터 안전하지도 않은 미국산 쇠고기 재수입을 요구했고, 우리 정부는 뼈를 제외한 살코기로 그에 응해주었던 것"이라며 "미국은 여기에 한 발 더 나아가 ‘뼈있는 쇠고기’까지 합의해 줄 것을 지속적으로 주장했고, 급기야 대통령까지 나서 이를 구두로 이면 합의해 준 것"이라고 주장했다.

    강 의원은 "이미 미국은 이번 협상에서 LMO(유전자조작생물체)관련 규정완화 등 국민의 생명권, 건강권과 직결된 문제에 대해서도 무례한 요구를 계속했고, 정부는 이를 받아들였다"면서 "도대체 언제까지 농업이 통상 협상의 희생 제물이 되어야 하고, 한미양국 정부의 불륜 통상 횡포는 누가 고쳐주어야 하냐?"고 개탄했다. 이에 강 의원은 "국회는 이런 모든 내용과 의혹을 철저히 밝혀내야 하는 것이 임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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