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겨레, FTA 정부광고 '무단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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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년 04월 04일 02:17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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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미FTA가 타결되고 난 뒤 정부와 민간기구에서 광고릴레이를 벌이고 있다.

    이 과정에서 광고주 동의없이 광고를 실은 매체도 있었다. 바로 한겨레였다. 한겨레는 한미FTA체결지원위원회(위원장 한덕수)에서 17개 일간지에 ‘한미자유무역협정 경제 선진국으로 가는 큰 기회’라는 FTA 홍보광고를 게재한 지난 3일자에 같은 광고를 싣지 않았다.

    광고 게재 않겠다던 한겨레 4일자에 돌연 광고 게재

    한겨레 광고국 담당자는 당시 “FTA에 반대하는 독자층이 많은 상황에서 저가의 광고를 1면에 싣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해 게재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힌 바 있다. 또한 광고주인 한미FTA체결지원위도 한겨레에는 광고가 들어가지 않는다고 밝혔다. 광고대행을 하고 있는 언론재단도 마찬가지의 답변을 했다.

       
      ▲ 한겨레 4일자 1면에 실린 FTA 홍보광고  
     

    이에 따라 미디어오늘은 전날 한겨레의 입장을 들어 4일자로 신문에 <정부, FTA타결 대규모 홍보전>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한겨레만이 유일하게 광고를 거부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한겨레는 그 다음날인 4일자에 똑같은 광고를 게재했다. 이를 직접 취재한 기자 입장에서는 당혹스럽기 이전에 황당한 일이었다. 그래서 한겨레와 한미FTA체결지원위원회와 언론재단쪽에 다시 확인을 했다.

    체결지원위 “사전 동의없이 광고실어…광고대금 줄수 없다”

    광고게재 결정을 한 한겨레 광고국 고위간부는 “적정 가격에 대해 합의하지 못하고 그냥 실었다”며 “(광고주와) 계약을 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정부광고를 대행하는 언론재단도 “어제(3일)까지는 안내기로 했는데 오늘(4일) 광고게재가 됐다”며 “아마도 광고주인 체결지원위와 직접 협의한 것 같다”고 말했다.

    광고주인 체결지원위 담당자는 “우리는 광고가 안나가는 줄 알았다. 광고가 게재돼 당혹스럽다”면서 “전날(3일) 오후 광고단가를 올려달라고 해서 ‘우리는 단가에 관여하지 않으니 언론재단에서 하는대로 처리해달라’고 했다”고 말했다. 이 담당자는 “계약한 것도 아니고, 양해된 것도 아니니 당연히 광고비는 줄 수 없다”고 덧붙였다.

    ‘상황’을 종합하면 한겨레는 4일자 신문에 ‘대포’ 광고를 게재한 것이다.(대포광고는 광고주와 계약 또는 사전 동의없이 광고를 무단 게재한 것을 말한다)

    그동안 한겨레는 한미FTA 협상에 대해 끈질기고도 치밀하게 비판해왔다. 그런 이유 때문에 FTA가 타결된 직후 정부의 홍보성 축하 광고 게재가 부담스러웠을 수 있다. 그래서 어차피 독자들의 눈과 비판을 감수하고서라도 광고를 게재한다면 제대로 된 광고단가를 받아야 한다고 판단한 것으로 짐작된다.

    한겨레 “계약하지 않고 우선 실은 것”

    광고게재 여부에 대한 판단은 전적으로 경영진이 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FTA와 같이 전국민의 미래에 대한 첨예한 논란을 빚고 있는 사안의 일방의 의견만 담은 정부광고를 이런 식으로 ‘무단 게재’하는 것은 명분도 현실 논리에도 맞지 않다. 한겨레는 지난해 12월 체결지원위에게서 2000만원을 받고 FTA 홍보책자를 신문에 끼워 자신의 독자들에게 배포한 전례도 있다.

    또 한 가지가 더 있다.

    FTA타결 전이었던 지난달 말 한미FTA체결지원위는 FTA 협상에 비판적인 보도를 해온 오마이뉴스 프레시안 한겨레 경향신문에 대해 광고게재를 의뢰한 일이 있다.

    프레시안 “기자 굶길 순 있어도 울릴 순 없어…정부광고 거부”

    그러나 프레시안은 광고게재를 하지 않기로 했다. 당시 적지 않은 규모의 광고단가가 제시됐음에도 옳지 않은 내용의 일방적인 광고를 실을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박인규 대표는 “처음부터 실을 수 없다고 했더니 광고대행사 쪽에서 ‘돈을 더 줄테니 받겠느냐’고 했다. 그래도 안된다고 했다”며 “기자들에게는 ‘(광고 때문에) 기자를 굶길 수는 있어도 울릴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오마이뉴스는 당초 정부 반론 차원에서 게재할 것을 검토했으나 내용이 지나치게 터무니없는 사실왜곡이라고 판단해 최종적으로 싣지 않기로 결정했다.

    오마이뉴스 “FTA 홍보광고 내용 터무니없어 광고게재 않기로”

    오마이뉴스 고위 관계자는 “정부의 광고의뢰를 받고서 ‘FTA에 대한 정부의 반론 차원에서 검토한 뒤 내용의 합리성 여부를 판단해보자’고 의견을 전달했다”며 “그러나 광고시안을 보니 FTA 반대론자들이 세상물정 모르고 반대하는 듯한 컨셉이었고, 이미지는 망치로 내리치는 것을 묘사하고 있었다. 이는 사실과도 맞지 않고, 합리적 반론이라고 볼 수 없을 뿐 아니라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도 왜곡일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게재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 조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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