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파 구도를 넘어선 논쟁이 필요하다
        2007년 04월 03일 11:37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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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노동당 중앙위원회는 지난달 31일 당내 대선 후보 선출시기를 8월말~9월초로 확정했다. 이로써 "(9월 경선론은) 선거를 모르는 사람들이 하는 소리"라거나 "미리 후보를 뽑아두면 필패할 것"이라는 가시돋힌 공방은 일단락됐다.

       
      ▲ 중앙위원회에 참석한 중앙위원들. ⓒ 민주노동당 이치열 기자
     

    얼마 전 심상정 의원은 <레디앙>과의 인터뷰에서 비정규직 당원 가입 특례 문제를 둘러싼 논란에 대해 "(논쟁이) 전통적인 논의구도(정파구도)에 갇힌 측면이 있다"고 했다. 정파의 프리즘에 입각한 사태 해석이 생산적인 논의를 가로막는다는 게 심 의원의 주장이었다.

    민주노동당에서 정파적 해석의 과잉은 종종 지적되어왔다. 최근 논란이 된 개방형 경선제나 당원 가입 특례 논쟁의 저류에는 이들 문제를 정파적 이슈로 보는 시각이 있다. 후보 선출 시기를 둘러싼 논란도 정도는 덜하지만 비슷한 모습으로 비춰진다.

    물론 여기에는 이유가 없지 않다. 특정 이슈에 대한 입장에서 실제 정파적 경향성을 발견하기는 별로 어렵지 않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도, 혹은 그렇기 때문에, 논쟁은 정파의 언어가 아니라 당의 언어를 빌려 이뤄질 필요가 있다. 수용자의 입장에서도 정파의 시각이 아니라 당의 시각에서 해석하고 평가해야 한다.

    정파적 기준을 넘는 공동의 척도 – 일종의 당적인 상식 – 를 기준삼아 논쟁을 벌이고, 그 결과로 당내에서 권위를 획득하는 패턴이 정착돼야 당은 정파결합체 이상의 구조를 가질 수 있다. 비근한 예로 후보선출 시기 문제의 경우, 언제 후보를 뽑는 것이 대선 준비에 더 유리한지를 놓고 순 기술적인 영역에서 좀 더 치열한 논쟁이 이뤄졌어야 하지 않나 하는 아쉬움이 있다.

    이와 관련, 당내 정치적 맥락을 잘 모르거나 혹은 그것을 별로 중요하게 생각치 않는 외부 전문가의 시각은 참조점을 준다. 주목할 것은 그들이 내놓는 결론이 아니라, 결론을 내기 위해 그들이 사용하는 판단의 기준들이다. 앞으로 있을 당내 논쟁의 생산성을 높이려면 당 바깥의 시각에 대한 감수성을 키울 필요가 있어 보인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6월 경선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가 후보를 빨리 뽑아야 한다고 보는 이유는 두 가지다. 먼저 한미FTA, 3불정책, 남북관계 등 초대형 이슈들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 이슈에 대해 "후보가 발언하도록 해야" 한다는 게 홍 소장의 판단이다.

    그래야 여론의 주목도를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당내 대권주자들의 무게감이 보수정당 주자들에 비해 떨어지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또 9월에 경선을 할 경우 한나라당이나 범여권 경선 일정과 맞물려 여론의 관심에서 소외될 수 있다고 한다.

    한귀영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연구실장의 생각은 좀 달랐다. 한 실장은 "후보를 미리 뽑는다고 이슈를 선점하는 것은 아니다"고 했다. 또 후보를 미리 뽑을 경우 7~8월 휴가 시즌을 넘기면서 열기가 식을 수도 있다고 했다. 한 실장은 "휴가 시즌이 끝나고 선거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높아질 때 경선을 하는 것이 일반론적으로 바람직하다"고 했다.

    다만 한 실장도 한나라당, 범여권의 경선 일정과 겹칠 경우 여론의 관심에서 소외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그는 민주노동당이 경선에서 여론의 관심을 조금이라도 더 붙들어매려면 여러 경우의 수를 가정하고 지금부터 치밀하게 준비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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