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가 엇갈리는 한미FTA 협상 타결
    By
        2007년 04월 03일 11:20 오전

    Print Friendly, PDF & Email

    지난해 2월부터 1년 넘게 지속해 온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14개월만인 지난 2일 타결됐다. 양국 정부는 이날 협상의 타결을 공식 발표했다.

    협상 과정에서 신문들이 보여준 다른 시각만큼이나 그 평가도 각각이었다. 한미FTA의 졸속 추진과 일방적 협상 내용 등에 대해 지속적으로 문제제기를 해 온 경향신문과 한겨레 등은 협상 결과에 대해서도 불안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반면, 미국과의 동맹 관계를 더욱 공고히 해 줄 것이라며 한미FTA협정 체결을 지지해 온 보수 신문들은 이례적으로 노무현 대통령의 리더십을 극찬하며 협상 타결을 환영했다. 한미FTA 협상 타결을 바라보는 각 신문들의 엇갈린 시각과 평가는 1면 머리기사에 그대로 드러난다.

    <불안한 FTA ‘경제동맹’이냐 ‘경제종속이냐> 경향신문
    <글로벌 시장 향해 큰 길 열었다> 국민일보
    <차특소세 5%로…중대형차 값 내릴 듯>동아일보
    <새로운 도전…이젠 글로벌 경쟁력이다> 서울신문
    <‘신개방시대’ 한국경제 다시 뛴다> 서울신문
    <14조달러 시장 통합 ‘KORUS FTA’ 개막> 조선일보
    <제3의 개국…’대한민국 G7′ 시대 연다> 중앙일보
    <‘개성공단 상징’ 챙기고 ‘실익’ 더 내줬다> 한겨레
    <"손익균형 이상의 성과" 70%> 한국일보

       
      ▲ (왼쪽부터)한겨레,경향,중앙,동아일보의 4월3일자 1면들.  
     

    타결된 한미FTA 협상이 앞으로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 대부분의 신문들이 동의하는 지점은 있었다. 의약품, 쇠고기 등 농산물 부문에서는 피해가 확실하다는 거였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지난 2일 밤 특별담화문을 낭독한 노 대통령도 인정한 대목이다.

    자동차관세 분야 관측 제각각

    그러나 대표적인 ‘합격점’을 받은 자동차관세 분야에 대한 관측은 엇갈렸다.

    경향은 <미 자동차관세 2.5%…폐지돼도 효과는 적어>(5면) 기사에서 "자동차 수출 증대 효과는 기대에 못 미칠 것이란 평가가 많다"며 "동시에 국내에 수입차가 늘어날 가능성이 커졌다"고 지적했다. 다만, "한국 업체 대응 여부에 따라 장기적으로는 이익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고 전했다.

    한겨레도 4면 <농업 영화 의약품 ‘울고’…자동차 섬유 금융 ‘덤덤’> 기사에서 "자동차 협상에서 관세 부분은 우리 쪽 의견이 일부 관철됐다"며 공세적으로 밀어부친 분야였지만 ‘덤덤한 성과’를 얻는 데 그쳤다는 평가를 내렸다.

    반면, 동아일보(<피 말린 협상 총점은… 쇠고기-차 주고받아 "기대 이상의 윈윈게임">)와 서울신문(<쌀 제외·자동차 ‘합격점’…섬유는 기대 못 미쳐>), 조선일보(<자동차, 미 현지 판매가 2.5% 낮아져 가장 큰 수혜>) 등은 자동차 협상 결과에 높은 점수를 줬다.

    중앙일보는 <한미 손익계산서 한국, 섬유·IT 이득…자동차는 전망 엇갈려> 기사에서 "미국은 3000cc 이하만 관세를 즉시 폐지하기로 한데 반해 한국은 하이브리드차를 배고는 관세를 즉시 없애기로 했다"며 "미국에서 생산한 일본 차의 수입이 급증할 것으로 우려되기도 한다…외견상 협상은 한국에 불리하게 타결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중앙은 "시장 규모에서 미국과 한국은 비교가 안 된다"며 "미국 차 수입이 는다고 해도 한국 차 수출이 훨씬 많"고 "한국 업체가 미국 픽업트럭 시장에 들어갈 여지도 생겼다"고 전망했다.

    대부분의 신문들은 한미FTA 타결로 인한 새로운 성장 동력을 기대했다.
    하지만 경향, 한겨레 등은 그 이면의 ‘그늘’에 주목했다.

       
      ▲ 경향신문 4월3일자 사설  
     

    <교역 증대 뒤에 드리운 ‘더 깊은 그늘’ 간과>에서 경향은 "불투명한 미래만 남았다"고 단언했다. "정부는 초강대국 미국과의 시장개방으로 제2의 경제대국 도약의 발판이 마련됐다는 입장이지만 제대로 된 준비 없는 개방에 대한 폐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는 것이다.

       
      ▲ 한겨레 4월3일자 사설  
     

    경향은 "무엇보다 자유무역협정이 관세철폐를 통한 교역 증대만이 아니라 지적재산권, 서비스, 투자, 기술장벽, 위생검역, 의약품 등 사회 전반의 체질개선을 미국식 표준안대로 따를 것을 요구하는 포괄적 협상이라는 점에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일단 맺은 개방의 수위는 무슨 일이 있어도 되돌릴 수 없다는 ‘역진 금지’ 조항도 향후 미래에 어떤 무게로 우리를 짓누를지 가늠키 어려운 대목"이라고 비판했다.

    경향은 △양국간 교역량은 늘어나지만 수출보다 수입이 훨씬 빠르게 증가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고 △생산량 역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구조조정 가속화로 고용은 오히려 줄어드는 부작용이 예상된다며 "한미FTA의 또다른 결과는 사회 전반의 양극화 심화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한겨레도 <새 성장동력 기대 뒤 양극화 심화 등 ‘긴 그림자’> <쇠고기값 싸지고 자동차도 4-7% ↓…약값은 특허 발묶여 부담 더 늘 듯> <미 협상시한 연장 전략 한국, 손놓고 당했다> <‘바이오 안전성 강화’ 국제연대 노력 물거품 위기> 등의 기사에서 "정부는 교역 확대로 생산과 고용이 늘어나고 소비자들의 이익이 증가할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양극화 심화와 경제 불안정성 확대 등 자유무역협정 체결에 따른 대가 역시 클 것이라는 우려도 많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 분석도 엇갈려

    전문가들의 분석도 엇갈리게 나올 수밖에 없다(<"국민손해 불보듯 vs 생산동력 확보">(서울신문). 하지만 일부 신문 보도는 달랐다.

    통상 전문가 3명의 긴급 좌담회 기사를 게재한 조선은 <"한국경제, 마이너리그서 메이저리그로 가게된 셈">이라는 제목으로 관련 기사를 보도했다. 10명으로 조선일보 전문가 평가단을 구성해 평가한 결과 10점 만점에 평균 6.6점이 나왔다며 <"과거와 비교할 때 이번 협상팀 돋보여>"라는 제목으로 보도했다. 이해영 한신대 교수, 김상조 한성대 교수, 류태건 부경대 교수 등이 협상 결과에 대해 2.5점과 3점 등 낮은 점수를 줬지만 안세영 서강대 교수, 최병일 이화여대 교수 등 나머지 7명의 전문가들이 7∼9점의 높은 점수를 줘 평균 점수가 올라갔다.

    중앙은 경제전문기자의 전문가 평가 기사에서 "서비스 시장 개방에 소극적"이었다며 ‘B+’를 줬다.

    협상이 타결된 뒤 노 대통령이 발표한 대국민담화와 관련해서는 보기 드문 기사가 등장했다. 경향이 <일부 이점 부각 ‘장밋빛 청사진’만> 기사를 통해 노 대통령을 비판한 반면, 노 대통령에 적대적이었던 보수 신문들이 칭찬 일색이었던 것이다.

    동아는 1면 가장 첫 기사로 <노 대통령 "FTA로 국민생활 불안해지는 일 없도록 할 것">이라는 노 대통령 담화 내용을 게재하고, 4면 한 면을 할애해 <"이념 아닌 먹고사는 문제…소신 갖고 결정했다"> 기사를 내보냈다. <노 대통령이 ‘FTA 리더십’ 높이 평가한다>는 제목의 사설도 게재했다.

    중앙도 2면 머리에 <노 대통령 ‘집념의 리더십; 드라마는 끝나지 않았다>는 기사를 게재했고, 조선도 8면 머리기사에 <"FTA는 먹고사는 문제…반대파는 근거없는 주장 말라">는 기사를 주요하게 게재했다.

       
      ▲ 중앙일보 4월3일자 2면  
     

       
      ▲ 동아일보 4월3일자 사설  
     

    협상은 타결됐지만, 국회 비준안 처리 과정이 남아 있다.
    중앙은 국회의원 296명을 전화 설문조사한 결과 143명이 응답, 55명이 찬성(55%)하고 43명이 반대(30.1%)했으며, 37명(25.9%)이 유보 입장을 밝혔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중앙보다 많은 282명의 의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한국일보의 조사 결과는 달랐다.
    117명(41.5%)가 유보 의사를 표명했고, 찬성은 88명(31.2%), 반대는 66명(23.4%)였다. 한미FTA가 넘어야 할 또 하나의 산이자 최대 변수가 아직 남아 있는 셈이다. / 안경숙 기자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