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동차는 이익이라고? 누구한테?"
        2007년 04월 02일 10:15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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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무현 정부가 한미 FTA 협상 결과에 대해 "기대 이상으로 얻어냈다"고 주장하고, 자동차에 대해서도 "대미수출 날개 달았다"며 자화자찬하고 있는 가운데, 금속노조가 한미FTA 타결로 자동차산업 노동자들의 고용이 더욱 불안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노무현 정부는 2일 <국정브리핑>에 올린 글에서 "이번 협상의 총체적인 ‘주고받기’에서 우리 정부는 기대했던 것 이상의 성과를 올린 것으로 평가된다"며 "자동차 섬유 농업 금융 서비스 의약품 등 핵심 쟁점 분야에서 대부분 우리의 요구사항을 관철시켰다"고 주장했다.

    자동차분야의 합의 내용은 ▲부품과 3000cc 이하 승용차는 관세 철폐 ▲3000cc 초과 자동차 3년 내 관세 철폐 ▲관세율 25%인 소형상용차(픽업트럭)은 10년 내 철폐 ▲타이어는 5년 내 관세 철폐 ▲한국 자동차세제 개편과 특소세 인하 등이다. 현재 한국은 관세가 8%이고 미국은 2.5%다.

    노무현 정부는 "미국시장에서 일본차와의 가격 차이는 3% 내외 수준"이라며 "일본의 경쟁차보다 가격경쟁력이 월등해진다"고 주장했다. 또 정부는 "국내 완성차 업계의 매출액 대비 순익률이 5% 수준인 점을 고려하면 2.5%의 관세 철폐 효과는 결코 작은 것이 아니"라고 밝혔다.

       
      한 국내 자동차회사의 조립 라인
     

    이에 대해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등 완성차 4사와 자동차부품사가 소속된 전국금속노동조합(위원장 정갑득)은 2일 성명을 발표하고 "제조업 이외에는 말할 것도 없지만 제조업의 꽃이라 할 수 있는 자동차 분야에 있어서조차 노무현 정권은 처음에 약속했던 어떤 것도 관철시키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금속노조는 "타결된 자동차 관련 내용을 보면 더욱 한심스럽기 그지없다"며 "관세 철폐와 세제변화로 인해서 급격히 증가될 수 있는 미국산 자동차나 미국현지에서 생산되고 있는 일본 자동차의 역수입 가능성에 대해서는 눈을 감아버리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모든 차량의 즉각적인 관세 철폐가 아니라 미국측의 주 생산품목이라 할 수 있는 3000cc 이상의 승용차에 대해서는 3년간 유예하기로 하였으며 또한 픽업트럭은 10년간 유예하기로 하였다"며 "특소세 관련해서는 3년내에 5%를 인하하기로 하였으며 미국측이 줄기차게 주장해왔던 배기량 기준 세제를 가격이나 연비 기준으로 합의했다"고 비판했다.

    미국 대형차 수입 급증, 국내공장 고용불안으로

    금속노조는 "가격이나 연비 기준으로 할 경우 한국은 1년에 4조원 가량이나 세수가 줄어들게 되는데 이를 자동차 가격으로 환산할 경우에 미국산 차량은 관세가 철폐된 것까지 합쳐서 무려 28%나 가격이 인하되는 효과를 누릴 수 있다"고 밝혔다.

    즉, 5천만원짜리 미국산 자동차가 3천6백만원에 팔리게 된다는 것이다. 관세가 8%인 현재도 대형차 시장에서 외제차 점유율은 27.4%에 이른다. 따라서 이번 한미FTA로 국내 대형차의 경우 미국자동차의 시장 점유율이 급격히 상승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금속노조 김성혁 정책실장은 "대형차 시장의 외제차 점유율이 50%까지 올라가는 것은 시간문제일 것"이라며 "대형차 한 대는 소형차 다섯 대와 가격이 비슷하기 때문에 가격대비 점유율은 훨씬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지 않아도 내수가 어려운 상황에서 결국 자동차판매는 더욱 어렵게 되고, 이는 장기적으로 국내공장 축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국산 자동차 수출은 해외공장에서 충당

    이에 비해 한국 자동차는 3000cc 이상에 대해서는 3년간 관세철폐가 유예됐고, 3000cc 이하의 차량만 2.5%의 관세가 사라져 미미한 가격인하에 불과하게 됐다. 금속노조는 "1년에 불과 2.5%의 이익을 얻는 대신에 28%의 손해를 감내해야 한다면 누가 더 손해일지는 삼척동자라도 충분히 계산할 수 있는 내용"이라고 지적했다.

    3000cc 이하인 소나타, 산타페, 아반떼 등의 차량의 경우 가격경쟁력이 일부 생길 수 있지만 미국의 관세가 2.5%이기 때문에 실제 효과는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현대자동차의 미국 앨라바마 공장 등 현지공장 생산량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국내 공장의 물량 확대로 이어진다는 보장이 없는 것이다.

    한미FTA 협상이 타결된 2일 전국경제인연합회와 대한상공회의소,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사용자단체들은 일제히 환영 성명을 발표했다. 경총은 "수출 비중이 높은 우리 경제에 활력소로 작용해 침체된 국가경제 회복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용자들이 한미FTA에 찬성하는 이유

    한국자동차공업협회도 "세계 최대시장인 미국시장의 진출확대는 물론, 대미통상관계 개선, 대외신인도향상 등 직간접적인 효과를 고려할 때 한미 FTA 체결은 한국자동차 산업발전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한국자동차의 미국 수출은 크게 늘어나지 않는 반면, 미국자동차의 한국 수출은 크게 늘어나는 이번 합의에 대해 사용자들이 이처럼 찬성의 뜻을 나타낸 것은 해외공장 확대와 국내공장 축소라는 사용자들의 이해와 일치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즉, 대형차의 수입증가는 에쿠스나 그랜저 등 국내공장에 대한 구조조정 압박으로 다가올 것이고, 중·소형차의 미국 수출증대는 해외공장의 확대로 이어질 것이기 때문에 사용자들에게 한미FTA 타결은 전혀 불리한 내용이 아니라는 것이다.

    금속노조는 "정부측조차도 인정하고 있는 농업이나 서비스는 물론 비교우위를 누릴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는 제조업에 있어서조차도 수출대신에 수입이 늘어나면서 국내산업의 구조조정과 함께 고용 대란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는 한미FTA 타결은 즉각 무효화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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