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결렬 카드 아직 살아있다"
        2007년 04월 02일 07:25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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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영 이제 국회로 공이 넘어간 셈이다. 국회 비준 과정에서 할 일, 이 외에도 한미FTA 반대 진영에서 할 일은 구체적으로 무엇인가?

    정태인 ‘한미FTA반대 비상시국회의(반대 국회의원 모임)’는 국회 5개 상임위에서 청문회를 열고 국정조사를 실시하며, 국민투표에 부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현재는 40여 명이 여기에 참여하고 있는데, 반대하는 의원은 더 늘어날 것이다.

    체결 내용 전모를 밝히는 게 우선

       
      ▲ 우석훈 성공회대 외래교수
     

    우석훈 문제는 체결된 한미FTA 전모를 밝히는 것이다. 국회도 당분간은 관세양허안이나 서비스 개방안의 전모를 구체적으로 알기는 어렵다.

    정태인 지금까지 정부는 “보고 싶은 국회위원이 와서 문서를 열람하라”는 식으로 임했다. 그런 식이어서는 엄청난 양의 체결 사항을 소상히 알 수가 없다.

    우석훈 앞으로도 체결 부속서가 계속 써질텐데, 지금의 국회 역량으로는 그것을 계속 관찰 감시하기가 어렵다.

    정태인 미국에서는 700명의 무역 전문가가 체결 사항을 검토한다. 그런데 우리 나라에서는 국회의원과 소속 보좌관이 체결을 검토할 수밖에 없다. 미국에서는 무역위원회(ITC)와 30개 민간위원회가 90일 이내에 협정문에 대한 평가 보고서를 내게 돼 있는데, 우리 나라에는 그런 규정이 없기 때문에 청문회와 국정조사로 대체할 수밖에 없다. 민주노동당이 발의해 놓은 통상절차법이 아쉬운 대목이다.

    미국법 절차에 따르면 6월 말에 평가 보고서가 나오고, 9월 말쯤 국회 비준에 들어가게 된다. 내년 4월까지는 한국 국회에서 비준하지 못할 수도 있다. 그렇게 만들어야 한다.

    경제부처 실무진들 불만 널리 퍼져있어

    우석훈 미국 절차는 그렇지만, 노무현 대통령과 한나라당의 태도를 보면 한국에서는 미국 절차에 상관 없이 빨리 비준할 수도 있다.

    요즘 재정경제부나 산업자원부 등의 실무진을 만나보면 한미FTA에 대한 불만이 널리 퍼져 있고, 막아야 된다는 소신 가진 사람도 많은 것 같다. 정부 안에서조차 이런 여론을 조정하기 위한 절차나 제도가 없다.

    정태인 한미FTA 협상 초기에는 있었던 재경부 주축의 실무단을 노무현 대통령이 없앴다. 결과적으로 통상교섭본부의 독재를 만들어준 것이다. 정부 내 견제도 없고, 국회 견제도 없다. 미국의 무역위원회나 자문위원회 같은 장치도 없다. 한미FTA 반대 진영이 업계 전문가 등과 함께 세부 협정 사항을 자세히 들여야 봐야 한다.

    언론 논조 변하는 게 재미 있다. 며칠 전까지는 “협정 끝나고 내용을 놓고 이야기 하자”는 식으로 보도하더니, 지난 주말부터는 “이왕 맺은 것이니 국내 대책이나 잘 세우자”고 이야기한다. 이렇게 한미FTA를 기정사실화하는 논리부터 깨야 한다. 협상에서는 언제나 결렬카드가 가장 강력한 카드다. 결렬카드는 여전히 살아 있다.

    우석훈 국회 비준 과정에 부담 가질 필요 없다. 국회가 비준을 늦추거나 안 하더라도 종료(Closed)가 아니라 일시 중단(Pending)일 뿐이다. 한국과 일본의 FTA 협상은 2005년 11월 이후 중단 상황이고, 스위스와 미국도 마찬가지다.

    이재영 노무현 정부는 중국, EU, GCC(걸프협력회의) 등과도 FTA를 추진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나?

    우석훈 처음에는 한미FTA를 정당화하기 위해 그런 나라들과도 FTA 하겠다는 논리를 내세웠다. 그런데 지금은 실제로 추진하는 것 같다.

    미국FTA 협상 인력 중국, EU팀으로 이미 옮겨

       
      ▲ 정태인 성공회대 겸임교수
     

    정태인 대미 FTA 팀에서 중국팀, EU팀으로 이미 옮겨간 관료들도 있다. 미국과의 FTA는 축산업 타격인데, 중국하고 하면 야채 과일 박살나고, 유럽하고 하면 가공식품 박살난다. 세계 주요 경제국과 FTA를 한다는 것은 한국이 가진 모든 비교우위를 다 없애고, 전세계 최고 비교우위 부분만 살아남는다는 것이다. 삼성반도체만 살아남으면, 모든 국민이 거기에 취직할 수 있나?

    우석훈 EU는 미국보다 훨씬 어려운 상대다. 미국은 콘트롤타워가 하나이지만, EU는 개별 국가들 이익이 다 다르다. 현재 한국이 가진 협상력으로는 EU와 제대로 된 협정을 맺을 수 없다.

    정태인 청와대는 2003년 8월에 거대경제권과의 동시다발 FTA 전략을 세웠다. 전략을 세워놓기는 했지만, 청와대에서도, 외통부에서도 지금처럼 실제 그렇게 되리라 생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우석훈 세계 최대 식품업체인 유럽의 네슬레는 지금은 한국에게 “왜 노조를 안 만드냐”는 식으로 문제제기한다. 하지만 완전 개방되면 제3세계 대하듯 막 대하게 될 것이다.

    유럽 기업은 미국과는 다른 방식의 경쟁력이 있는데, 한국은 미국에는 익숙하지만 유럽에는 익숙치 않다. 미국은 저질 식품을 한국에 팔지만, 유럽은 최고급(high end) 식품이다. 미국과 중국에게 가격경쟁력에서 밀리고, 동시에 유럽에게 품질경쟁력에서 밀리면 한국이 살아남을 길은 없다. 한국의 경제 전략은 전통적으로 틈새시장 전략인데, 세계 각국과 FTA를 한다는 것은 그 지위를 스스로 버리는 것이다.

    조중동이 ‘노무현 찬가’ 부르는 상황 

    이재영 새삼스런 질문이긴 하지만, 노무현 정부가 이처럼 FTA에 주력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한나라당과의 대연정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인데…

    정태인 노무현 대통령은 요즘 한나라당이 좋아할만한 것만 생각하고 있다. 대연정을 제안했는데 한나라당이 거부하니까, 실질적으로 대연정을 하는 FTA를 추진한 것이다. ‘조중동’이 노무현 찬가를 부르는 상황이다.

    요즘 노무현 대통령은 “농업도 시장에 맡겨야 한다”, “IMF 때문에 관치 금융이 없어졌다”고 말한다. 이런 주장은 재경부도 감히 못하던 것이다. 노 대통령은 시장만능론자다.

    우석훈 미국에게 잘 보여 북한과 잘 해보자는 통일론도 있지 않나 싶다. 국민경제 일부 손해 보겠지만 통일 여건 조성에 기여하겠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정태인 처음부터 그런 생각은 아니었는데, FTA 하다 보니 그런 변명거리도 생긴 것이다. 정말 그런 생각이면 개성공단 문제를 선결요건 삼았어야 하는데, 안 그렇지 않느냐?

    우석훈 노무현 대통령 직계 라인에는 통일론 차원에서 한미FTA를 바라보는 사람들이 분명히 있다. 이런 논리가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8월 정국에는 통일담론으로 갈 것이다. 물론 이런 것은 개방론을 합리화하기 위한 상황 논리다.

    "박근혜-이명박도 이렇게 많이 못 퍼줄 것"

    정태인 노무현 대통령은, 다음 대선은 이미 포기했다. 한나라당도 한미FTA를 못할 것이기 때문에 자신이 한 목숨 바쳐 FTA 하겠다는 마음인 것 같다. 기자들 사이에서는 박근혜, 이명박도 이렇게 많이는 못 퍼준다는 이야기를 한다.

    우석훈 하얏트 호텔(협상 장소) 출입기자단은 노무현 대통령을 ‘아낌 없이 주는 나무’라 부른다.

    이재영 대선 때 한미FTA 반대 진영이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어떤 대안이 있겠는가?

    정태인 일단 대선에서는 한미FTA에 반대하는 것이 민주노동당밖에 없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그리고 한미FTA를 실제 막으려면 민주노동당 국회의원 많이 뽑아야 한다고 설득해야 한다.

    스티글리츠(전 세계은행 부총재)는, “공정무역(fair trade)이란 강한 나라가 양보하는 것”이라 말한다. 지금의 미국처럼 하면 세계 전체가 같이 망한다. 국가간 협력 프로그램이 많은 EU형, 중남미형 같이 호혜적인 경제공동체도 가능하다. 아시아에서도 협력 의제 중심의 경제공동체를 짤 수 있다.

    "공정무역은 강한 나라가 양보하는 것" 

    우석훈 우리 나라 국민 50%가 한미FTA에 찬성한다는 것은 쉽게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다. 농민이 망하면 도시민이 좋아진다는 생각, 기업이야 어찌 되든 소비자 이익이 커지면 좋다는 생각이 널리 퍼져 있다. 이런 생각은 국민경제 틀을 해체시키는 위험한 것이다.

    정부가 이런 위험한 생각을 조장하고 있다. 지역감정 심할 때 영호남 대결시키는 것처럼, 도시민이 농민 혐오하게 만들고, 소비자는 생산자 혐오하게 만들고 있다. 정부가 지금처럼 말하면 ‘과학’이 설 자리가 없다. 근거도 없는 FTA 낙관론은 거의 ‘신화’다.

    여론조사를 보면 20대에서는 반대가 높은데, 어떤 이유로 반대하는 것인지는 불분명하다. 어쨌거나 사회적 약자층인 20대의 반대 이유와 심리를 잘 파악하면 그게 대안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정태인 여론조사에 따르면, 노동자, 농민, 저학력층에서 한미FTA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온다. 이들은 한미FTA에 대해 자세히 알지는 못하지만, 자신들에게 불리하다고 느끼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들은 민주노동당을 지지하는 고학력층과는 많이 다르다. 이 사람들과 함께 잘 싸워나가는 게 민주노동당이 진짜 계급정당이 되는 길이다.

    많은 국민이 외부 쇼크에 의한 내부 개혁 논리를 받아들이고 있다. 멕시코에 가서 보고 느낀 점인데, 멕시코 사람들도 나프타를 싫어하지만, 멕시코 국영기업을 더 싫어한다. 그래서 아예 미국이 국영기업을 사라는 심정인 것 같다. 우리 나라에도 이런 감정이 있다. 우리 스스로 내부를 개혁해서 외부 쇼크론을 막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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