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헷갈리는 노무현, 헷갈리는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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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년 04월 05일 09:29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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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TA 대연정’은 오래 가지 않을 것 같다. 한미FTA 타결 이후 노무현 대통령의 치적을 ‘찬양’하던 보수 신문들은 ‘개헌’ 얘기가 나오자 다시 칼을 빼들었다. 5일 중앙일보와 조선일보는 사설을 통해 노 대통령의 개헌발의 계획에 ‘경고’했다. 한미FTA 타결 이후 대통령의 리더십을 극찬하던 이제까지의 태도와 차이를 보인 것이다.

    중앙·조선 "노 대통령, 개헌안 철회해야"

    중앙일보는 사설 <노 대통령 개헌발의를 재고하라>에서 "대통령은 코페르니쿠스적 대전환을 결단해야 한다. 자신이 왜 그동안 지지를 받지 못했는지, 작금의 지지율 상승이 무얼 뜻하는지, 대통령의 리더십이란 어떠해야 하는지, 앞으로 남은 임기 동안 뭘 해야 하는지 반성과 숙고를 해야 한다"며 "우선 노 대통령은 코앞에 닥친 개헌안 발의를 대승적으로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앙은 "’FTA 교훈’은 공동체 다수가 원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것이다. 대통령은 한미 FTA를 밀 때와 같이 국민의 여망과 순리를 따르라"며 "대통령은 모처럼 조성된 FTA 무드를 잘 활용해 비준 대책과 후속 정책을 강구하고 연금개혁 같은 난제를 해결하는 데 동력으로 삼아야 한다"고 충고했다. 

       
      ▲ 중앙일보 4월5일자 사설  
     

    조선일보 또한 우회적으로 개헌안 발의를 견제했다. 조선은 사설 <국민은 대통령다운 대통령을 지지한다>에서 최근 노 대통령 지지율 상승은 ‘대통령다운’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라며 앞으로도 이 같은 국정 기조를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선은 "지금 개헌 국민투표를 한다면 아닌 밤에 홍두깨가 따로 없다. 그 전에 국회에서 개헌안이 통과될 리도 없다. 대통령은 개헌안 철회를 정치적인 손해로 생각할 것이다. 지금 국민은 노 대통령이 한미 FTA 때처럼 다시 한 번 정치적 손해를 감수하고 국민 먹고사는 일에 전념해 주기를 바라고 있다"고 썼다.

    조선은 그러나 이 사설에서도 노 대통령에 대한 칭찬을 빼놓지 않았다. 조선은 "대통령이 정치적 손해를 각오하고 자기 편으로부터 비난 뭇매를 맞으면서도 국민이 먹고살 길로 걸어가는 모습에서 국민은 대통령다운 모습을 보았다"고 강조했다.

    "노무현 대통령 신진보냐 신보수냐" 헷갈리는 정체성

    보수신문보다 더 헷갈리는 것은 노무현 대통령의 태도다. 한겨레는 이날 1면 머리기사로 <노 대통령 신진보냐 신보수냐>를 올리면서 대통령이 한미FTA, 대기업 규제완화를 하면서 대북포용과 3불정책은 유지하는 등 정체성이 애매모호하다고 지적했다.

       
      ▲ 한겨레 4월5일자 1면  
     

    한겨레는 "좌우를 넘나드는 듯한 그의 정책 행보가 실용적 유연성의 발휘인지, 정체성 혼돈에 따른 좌충우돌일 뿐인지 다양한 의견이 나온다. ‘신진보’라는 평가에서 ‘신보수’라는 평가까지 극과 극"이라고 분석했다.

    민주노동당과 참여연대에선 노 대통령의 모호한 태도를 ‘신보수주의’라고 평가한 반면, 연세대 김호기 교수는 ‘실용적 진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처음부터 진보-보수의 이념구분이 없었다는 전문가도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노 대통령의 정체성에 대한 평가는 엇갈릴 정도다.

    경향신문은 한미FTA 타결 이후 상승한 노 대통령 지지율이 국정 운영의 동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는지를 분석했다.

    경향은 "당장 개헌안 발의 등 국민적 공감이 낮은 사안이 기다리고 있어 ‘산토끼’는 못잡고 ‘집토끼’만 놓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적잖다. 현재의 지지도 상승은 보수세력의 일시적 유입인 반면, 전통적 지지층인 진보세력은 아예 결별을 통고한 것으로 보는 시각"이라고 보도했다. 보수세력의 지지는 ‘거품’일 가능성이 크다는 ‘충고’인 셈이다.

    경향은 노 대통령의 ‘힘’이 주목받은 이유는 진보·개혁적 시민사회 때문이었는데 이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이 한미 FTA를 관철함으로써 지지층 상당수가 이탈했다고 분석했다. 노 대통령의 지지율 회복이 범여권에 대한 지지 확산에도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라는 주장도 덧붙였다.

    한겨레 "한미 FTA로 종속적 동맹 확장? 안될 일"

    ‘FTA 대연정’이 가능한 속내를 콕 찝어 설명한 사설이 있어 눈길을 끈다. 한겨레는 이날 <경계해야 할 ‘FTA 동맹 강화론’>에서 한미 FTA는 보수세력이 원하는 ‘종속적 동맹’을 확장하는 것이며 보수세력이 이번 협상결과에 박수를 보내는 이유 또한 여기에 있다고 분석했다. 
     

       
      ▲ 한겨레 4월5일자 사설  
     

    한겨레는 "(한미 FTA) 협정과 한미 동맹 강화 효과를 연결시키는 목소리가 정부 안팎에서 적잖게 나오고 있다"며 "무리한 협정 추진과 한국에 불리하게 끝난 협상결과를 호도하는 건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썼다.

    한겨레는 "보수세력이 말하는 동맹 강화론의 의미 또한 잘 따져볼 필요가 있다. 이들은 지난 몇 해 동안 한미 합의로 이뤄진 동맹 재편을 부정적으로 바라본다. 이들은 북한 핵 문제에 대해서도 한국이 미국 강경파와 다른 목소리를 낸다고 비난해왔다. 겉으로는 한미 공조를 내세웠지만 미국의 목소리가 관철되는 종속적 동맹을 주장해 온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한겨레는 "미국 중심의 동북아 질서 재편에 한국이 편승하는 것을 전제한 논리"라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최근 진전을 이룬 6자 회담에서 보듯이 핵심은 우리 스스로의 역량과 판단"이라고 강조했다.

    마침 이날 동아일보에 실린 인터뷰 기사 하나가 그 예가 될 것 같다. 동아일보는 미국 컬럼비아대학 경제학과 자그디시 바그와티 교수와의 이메일 인터뷰를 <"한미 FTA, 안보적 측면서 더 말이 된다">는 제목으로 실었다. 바그와티 교수는 "한미간 FTA 체결이 경제적 목적보다는 북한 핵 위협, 동북아 평화체제 구축 등 안보 측면에서 더 말이 된다. 최근 미국이 FTA 체결 대상 국가로 남미에서 아시아로 눈을 돌리고 있는 것도 이 지역의 지정학적 중요성이 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경향·한겨레 "한미FTA 검증은 계속돼야 한다"

    경향신문과 한겨레는 한미FTA에 대한 검증 필요성을 계속해서 강조하고 있다. 경향신문은 이날 1면 머리기사 <한미 FTA ‘이면합의’ 있었나>에서 "한미 FTA 협상 결과가 제대로 공개되지 않는 데다, 미국은 협상안 수정을 위한 ‘장외협상’까지 요구하고 있어 앞으로 우리 시장을 더 내주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 경향신문 4월5일자 1면  
     

    경향은 "협정문 곳곳에 도사리고 있는 각종 ‘독소조항’은 물론 쇠고기 수입재개, 개성공단 원산지 인정 문제 등을 둘러싼 양국간 ‘제논에 물대기’식 엇갈린 해석도 우려를 부추기는 요인"이라며 "특히 일각에서는 공개되지 않은 ‘이면합의’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어 당분간 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라고 우려했다.

    한겨레 또한 사설 <한미 FTA, 한심한 영웅 만들기>에서 "한미 FTA가 타결된 직후 정부나 정치권, 보수언론이 보여주는 모습은 한마디로 가관이다. 협정문안이 나오지 않았는데도 성공적인 협상이라고 발빠르게 자평하고 자축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겨레는 "보수언론의 일방적인 평가서만 보고 답안지 채점 없이 미리 상장부터 주는 격"이라며 "정부든 정치권이든 지금은 일방적인 대국민 홍보에 열을 올릴 때가 아니라, 협정의 타당성을 면밀히 점검하고 열린 논쟁을 이끌어내는 데 힘써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 정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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