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끄럽고 비통하고 참담합니다"
        2007년 04월 02일 01:29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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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땅의 모든 노동자들의 마음의 고향인 농촌과 농업이 결단난다는데, 건강서비스영역이 결딴 난다는데, 그동안 우리 노동자들의 투쟁은 어땠습니까? 민주노총의 투쟁은 어땠습니까?

    바로 허세욱 동지가 분신으로 그것을 지적했습니다. 아직도 늦지 않았습니다. 협상 무효화를 위해 민주노총 깃발을 들고 다시 한번 투쟁의 불길을 세워야 합니다."(공공운수연맹 임성규 위원장)

       
    ▲ 민주노총과 금속노조 등 노조 간부들이 2일 낮 12시 서울 영등포 한강성심병원 앞에서 분신한 허세욱 조합원의 쾌유를 비는 집회를 갖고 투쟁을 결의하고 있다.
     

    2일 낮 12시 한미FTA 중단과 노무현정권 퇴진을 외치며 분신한 민주택시연맹 허세욱 조합원이 사투를 벌이고 있는 한강성심병원 앞에 모인 100여명의 노조 간부들은 차마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허세욱 조합원이 분신자결할 때까지 노동조합은, 민주노총은 무엇을 했는지에 대해 모두들 부끄럽고 비통하고 참담한 마음뿐이었다.

    민주노총 이석행 위원장은 "비통한 심정으로 일주일 동안 현장대장정을 중단했다"며 "수도권에 있는 30만 조합원 중에 3천명이라도 촛불집회에 나와 싸우라는 것이 동지의 바램"이라고 말했다.

    민주노총은 이날 아침 비상 산별연맹 대표자회의를 열었고, 이날 오후 5시 비상중앙집행위원회를 소집해 이후 세부적인 투쟁계획을 마련할 계획이다. 공공운수연맹은 비상 회의를 개최해 일상활동을 미루고 한미FTA 무효화를 위해 싸우는 비상투쟁체계로 전환했다고 밝혔다.

    상황실장을 맡고 있는 민주노총 박석민 대외협력실장은 "50% 이상에 3도 이상의 화상을 입어 담당의사가 70% 이상 회복이 불가능하다고 했는데 오늘 아침에 허세욱 조합원은 말을 알아듣는 등 상태가 호전되고 있다"고 말했다.

    박석민 실장에 따르면 그의 유서는 그가 분신하기 전인 어제 오후 3시 50분 민주노총에 전달됐고, 민주노총은 허 조합원이 위험하다는 판단에 따라 경찰에 위치추적을 요청했으나 5분 후 그가 분신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민주노총 양태조 조직실장은 "화염이 자신의 온 몸을 감싸고 있는데도 그는 ‘한미FTA중단’을 쉼 없이 외쳐 화기가 온 몸으로 들어가는 상황이 됐다"며 "바로 이 자리는 우리가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 생각하는 자리"라고 말했다.

    보건의료노조 홍명옥 위원장은 "산별대표자회의에서 그동안 제대로 싸우지 못한 것에 대해 반성했다"며 "허세욱 동지가 요구했던 것처럼 민주노총이 앞장서서 투쟁하자"고 말했다.

    민주노동당 관악구위원회 이봉화 위원장은 허세욱 민주노동당 당원이 평소 얼마나 자신의 삶을 헌신적으로 살아왔는지에 대해 일일이 열거했다.

    그는 "홈페이지에 들어가봤는데 악의적인 댓글이 많이 달린 걸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며 "그는 밤을 새워 택시를 운전하고 나서도 1인 시위를 하고, 항상 당이나 민주노총에서 나오는 유인물을 택시에 싣고 다니면서 승객에서 나워 준, 삶 전체가 민주와 진보로 가득했던 동지"라고 말했다.

    "허세욱 동지, 허세욱 동지, 걱정 마십시오. 남은 투쟁은 우리가 하겠습니다. 동지는 반드시 살아나셔야 합니다. 살아서 민주노총과 함께 끝까지 투쟁합시다." 민주노총과 산별노조 간부들은 허세욱 동지의 뜻을 받아 최선을 다해 싸우겠다는 결의를 가슴 깊이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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