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미FTA '초라한 성적표' "얻은 것도 지킨 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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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년 04월 02일 09:09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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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일자 아침신문들은 한미FTA 협상 타결이 임박했다는 소식을 일제히 전했다. 신문들은 마감 시간상 협상의 최종 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지면을 제작했다. 하지만 사실상 협상 타결을 전제하고 협상의 득실, 남은 절차,  최종 협상 과정 등을 주요하게 보도했다.

    한미 양국 협상단은 2일 오전 협상 결과를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타결 여부에 상관없이 한미FTA 협상 결과와 관련한 대국민 담화를 발표한다.

    다음은 2일자 전국단위 종합일간지의 1면 머리기사 제목이다.

    경향신문 <연장전술에 말려든 협상…한·미FTA ‘초라한 성적표’>
    국민일보 <핵심쟁점 끝내기 담판>
    동아일보 <노대통령 오늘 FTA 대국민담화>
    서울신문 <쇠고기·차 의견접근 타결 수순> 
    조선일보 <미 쇠고기 관세, 10년간 단계철폐>
    중앙일보 <한·미 FTA 마무리…다가온 ‘제3의 개국’>
    세계일보 <한·미 FTA 협상 타결 ‘가닥’>
    한겨레 <‘FTA 연장협상’ 득보다 실이 컸다>
    한국일보 <한미 경제동맹시대 열렸다>

    이날 아침신문들의 1면 머리기사 제목에 각 신문들의 고민과 입장이 묻어난다. 중앙일보와 한국일보의 머리기사 제목을 보면 한미FTA 협상 타결을 기정사실화하고 이후 협상 체결과 국회 비준의 과정도 무난하다는 인상이다. 반면 경향신문과 한겨레는 협상 과정과 결과의 실상에 비판적인 시각을 보이고 있다. 한편 동아일보의 머리기사 제목에는 그 최종 결과를 단정짓지 못하는 고민이 담겨있는 듯하다.     

    최종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한미FTA 협상 타결이 임박한 시점에서는 우선 그 내용의 득과 실을 따져보고 협상 과정의 문제점을 짚어볼 필요가 있다. 

    한국 정부의 협상전략 실패…"얻은 것도 지킨 것도 없다" 

    경향신문은 8개 면에 걸쳐 한미FTA 협상과 관련한 기사를 실어 가장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경향신문은 "정부가 미국과 FTA 협상에서 막판에 미국의 지연전술에 말려 협상카드를 모두 보여주는 실수를 하는 등 ‘협상전략’에서 실패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한국 정부의 협상력 부재를 지적했다.

       
      ▲ 경향신문 4월2일자 1면  
     

    경향신문은 4면 기사 <먼저 ‘속’ 다 보인 채 끝까지 끌려다녔다>에서 "우리 측 협상단에 협상전략은 없었고, 타결해야 한다는 과제만이 있었다. 미국은 막판까지 자신의 속내를 감춘 채 ‘금과옥조’처럼 떠받들던 협상시한을 스스로 물리면서까지 요구 수위를 높여갔다. 반면 우리 측 협상단은 협상 초기 내세웠던 호언장담에서 갈수록 후퇴를 거듭해 애초부터 이익의 균형은 불가능했다"고 분석했다.

    한국 정부는 "(미국) 의회가 주말에는 일하지 않으니 원래 협상 시한보다 이틀 앞당겨 마무리하자고 독촉했던 미국을 철석같이 믿고 시한에 맞춰 마지노선을 공개했는데 돌아온 미국의 반응은 우리 측의 허를 찔렀다"는 것이다. 그 결과 한국 협상단은 ‘얻은 것도 지킨 것도 없었다’.

    경향신문은 3면 관련기사에서 ‘한미FTA의 성적표가 초라하다’고 평가하며 "특히 핵심 쟁점인 쇠고기와 자동차, 섬유 부문에서 대부분 미국 측 요구를 받아주며 당초 기대에 훨씬 못 미친 것으로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이 기사는 자동차 분야에서 미국의 한국내 수입차 시장점유율 20% 보장 요구가 받아들여지고, 쇠고기 위생검역에서도 미국 요구를 거의 들어주게 되며, 섬유 분야 기대이익도 최하 수준으로 떨어진 것으로 관측했다. 

    경향신문은 사설 <끝까지 미국에 끌려다닌 한·미 FTA협상>을 통해서도 한국 정부의 협상 태도를 비판했다. 사설은 "이번 협상은 처음부터 협상 타결을 전제로 매달린 결과 협상의 주도권을 빼앗긴 가운데 진행돼 왔다는 비판을 면할 수 없다"면서 "이런 잘못된 협상의 과정과 내막을 낱낱이 밝히고 책임을 묻는 것은 정치권의 몫이다. 그것이 이번 협상을 걱정어린 시선으로 지켜보아온 국민들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라고 밝혔다.

    한겨레, ‘한-미 FTA 연장 협상 계획’ 입수…CNN의 더빙 허용은 미국 방송분야 우선 순위 1번

    한겨레는 1면 머리기사를 비롯해 2면 <처음부터 끝까지 ‘밑지는 장사’였다>, 3면 <‘투자자-국가소송제’ 결국 미국 뜻대로>, 4면 <미국 통상법에 갇힌 한국 정부> 등 관련기사를 통해 한미 고위급 회담의 실상을 자세히 보도했다. 한겨레는 특히 ‘한-미 FTA 연장 협상 계획’ 등 정부 문건을 입수해, "한국은 자동차·섬유 분야에서 양보를 얻어내려고 환경보호, 국민 건강권 보호 의무와 각종 공공정책 규제권한은 물론, 일부 사법권과 조세주권까지 허물어뜨릴 수 있는 제안을 미국에 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 한겨레 4월2일자 1면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한국 협상단은 미국의 자동차 관세 철폐를 앞당기려고 국내 자동차 세제 개편과 배기가스 규제 적용의 예외를 약속한 데 이어 자동차 관련 통상분쟁을 별도 중재기구를 통해 신속하게 해결하는 방안을 들어줄 뜻을 내비쳤다.

    또 섬유분야 협상에서는, 미국이 ‘유전자 변형 생물체'(LMO)를 한국에 팔 때 안전검사와 수입승인 절차를 생략하면 자국 섬유시장 개방 수준을 조금 높일 수 있다는 안을 막판에 제기했고 이에 한국 쪽은 연장 협상에서 긍정적으로 검토의사를 밝혀, 섬유 수출 기회 확대와 국민건강을 위한 규제권한을 놓고 맞바꾸기를 시도하기도 했다. 한국 협상단은 미국 세관 당국이 국내 섬유수출 기업에 고지도 하지 않고 현장조사를 할 수 있는 ‘현장 동의제’를 수용하기도 했다.

    한겨레는 또 "지난 6일 미국 타임워너의 리처드 파슨스 회장이 노무현 대통령을 만나 CNN의 한국어 방송 더빙 허용을 요구한 데 대해 ‘노 대통령은 아무런 답변을 해주지 않았다’는 애초 청와대 주장도 사실과 다른 것으로 확인됐다"며 "정부의 협상 대책 문건에는 ‘노 대통령이 긍정적으로 회신했다. CNN의 더빙 허용은 미국이 방송분야에서 원하는 우선 순위 1번’이라고 적혀 있다"고 보도했다.

    한겨레는 사설을 통해서는 한미FTA를 둘러싼 분열과 갈등을 우려했다. 한겨레는 <한-미 FTA가 남긴 분열과 갈등은 어찌 치유하나>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국민적 공감대도, 철저한 준비도 없이 시작된 협상은 일 년 동안 우리 사회를 극단적으로 분열시켰다"며 "그 책임은 노무현 대통령을 비롯한 현 정부에 있다. 남은 임기 동안이라도 분열과 갈등 비용을 최소화하는 데 노력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한겨레는 또 "초심에서 그리고 냉정하게 사안을 바라보는 데서 다시 출발해야 한다"며 "내용과 상대가 어떻건 자유무역협정만이 살 길이라고 강변할 게 아니라, 그에 앞서 정부부터 내용을 따지고 대안을 찾는 열린 정책을 펴지 않으면 갈등 해소는 난망하다"고 말했다.

    동아, FTA 반대세력 비난…한국 세계, "다른 나라와의 FTA에도 나서야"

    이밖에 동아일보 세계일보 한국일보가 사설을 통해 한미FTA와 관련한 입장을 밝혔다. 동아일보는 <한미FTA 반대세력의 희한한 주장들>이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한미 FTA에 반대하는 이들을 비난하고 나섰다.

    동아일보 사설은 협상 내용에 대한 평가는 없이 "대한민국은 국내총생산(GDP) 기준으로나 수출액 기준으로 세계 11∼13위의 나라이고, 경제성장의 80∼90%를 대외 부문에 의존하고 있다. 더구나 21세기는 세계화 시대이고, 투자와 교역의 국가 간 호혜 협력이 경쟁력 확보의 열쇠인 시대"라면서 "이런 시대, 세계 10위권의 경제력을 창출한 대한민국이 미국과 FTA를 체결한다고 해서 매국이니 광우병 쇠고기니 운운하는 게 말이 되는가"라고 반문했다.

    동아일보는 또 "차기 대통령까지 넘보는 김근태, 천정배 의원이 단식농성을 벌이는 것이나 농촌지역 의원 48명이 ‘농촌당’ 비슷한 모임을 만들어 반대 투쟁에 나선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면서 "정치인이라면 한미 FTA를 적극 활용해 국익(國益)을 최대화하고 이를 민생 개선에 반영할 전략을 제시해야 정상"이라고 말했다.

    동아일보 사설은 "김 의원이 ‘나를 밟고 가라’고 순교자 행세를 하는 것이나, 천 의원이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독재정권에서나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주장하는 건 책임 있는 정치인의 자세가 아니다", "농촌지역 의원들이 ‘개방은 안 된다’고 외치기만 하면 불합리와 비효율 덩어리인 농업 문제, 농촌 문제가 저절로 풀릴 것인가"라고 밝히는 등 반FTA에 대한 부정적인 태도를 보였다.

    한국일보는 <한미 FTA, 이제 ‘국내 협상’이 문제다>라는 사설을 통해 "미국과의 협상은 타결됐지만 이에 대한 국민적 동의를 이끌어 내는 ‘국내 협상’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협상 기간에 드러난 반대 여론의 강도를 감안할 때 험난한 시련이 예상된다. 비준을 낙관하기도 어렵다"면서 "반대 여론을 극복하고 국민적 합의 하에 협정을 최종 성사시키기 위해서 정부의 비상한 각오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한미 FTA로 인한 긍정적 효과를 극대화하고 부정적 충격은 최소화하는 대책을 조속히 내놓아 국민을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한국일보는 또 "다른 나라와의 FTA에도 적극 나서 동북아 FTA 허브로, 나아가 경제 허브로 자리매김하는 전략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동시 다발적인 FTA는 특정 국가와의 관계에서 오는 부정적 영향을 상쇄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이미 중국 같은 나라는 지역적 경제 주도권을 미국에게 내 줄 것을 우려해 유리한 조건으로 FTA 체결을 희망하고 있다"며 한발 더 나갔다. 

    세계일보도 사설 <FTA는 피할 수 없는 선택이다>에서 "이제는 가까운 중국·일본은 물론 중동·아프리카와도 FTA협상을 추진해야 한다"며 "관세 불이익이 없는 FTA를 체결하는 길만이 수출강국인 우리가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라고 주장했다. / 이창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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