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총 대선방침, 한나라 지지 통과절차?"
        2007년 03월 30일 11:59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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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노총 소속 민주노동당 간부들이 친정인 한국노총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한국노총의 대선 방침과 관련해서다. 한국노총은 오는 10월께 조합원 투표를 통해 지지 후보를 결정할 계획이지만 민주노동당 후보는 지지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내부 기류가 강하다.

    "한국노총 대선 방침은 한나라당 지지 위한 통과절차 될 수 있다"

    박창완 민주노동당 성북구 위원장 등 한국노총 소속 당 중앙위원 및 당대회 대의원 14명은 29일 ‘한국노총 조합원께 드리는 글’을 통해 "노총의 대의원대회 과정이나 대회를 전후로 드러난 노총 주요 간부들의 행보를 보면서 노총의 대선 방침 결정이 진정한 노동자 정치세력화가 아닌 보수정당의 들러리로 전락하게 될 것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먼저 민주노동당에 대한 한국노총의 적대정책을 문제삼았다. 이들은 한국노총이 지난 2월 대의원대회에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을 비롯한 여러 보수정당들의 대표와 정부 인사까지 초청"했으면서도 "민주노동당의 대표는 초청조차 하지 않았다"면서, 특히 "대의원대회 과정에서 노총 지도부는 민주노동당을 민주노총당 또는 당리당략에 따라 반노동자적 행태를 보이는 정당으로 낙인찍어 버렸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또 한국노총 간부들의 친한나당 행보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들은 "총투표 지침이 정해지기도 전에 노총의 전·현직 간부들은 이미 한나라당의 시·도당 노동위원장이 되고 간부 및 조합원들을 한나라당의 당원으로 모집하는데 앞장서는 등 우려스러운 행보들이 이어지고 있다"면서 "정책연대라는 외피를 쓰고 노총의 대선 방침 관련 총투표가 한나라당을 지지하기 위한 통과절차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고 우려했다.

    "한국노총 지도부에 견제구 던진 것"

       
      ▲ 한국노총 홈페이지에 안내되고 있는 대선관련 조합원 총투표 정책연대 설명
     

    이들은 대선 지지 후보 선정의 기준은 신자유주의에 대한 반대에 놓여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한국노총의) 정치역량의 극대화는 당선 가능한 정당과의 정책연대라는 승자편승전략이 아니라 신자유주의 세계화 반대, 한미FTA 저지 등 노동자 · 민중의 이해에 얼마만큼 철저하게 복무하느냐를 기준으로, 그러한 지향을 갖는 당과 함께 투쟁하며 이뤄지는 것"이라며 "신자유주의 반대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가진 정당은 오직 민주노동당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한국노총 금융노조 소속 경남은행 노조위원장 출신인 박창완 위원장은 "한국노총의 이번 대선 방침 결정 방식이 과거에 비해 진일보한 건 사실이지만 여러 정황상 한나라당을 지지하기 위한 요식절차가 아니냐는 우려를 지울 수 없다"면서 "올바른 대선 방침을 촉구하기 위해 한국노총 지도부를 향해 견제구를 던진 것"이라고 비판의 취지를 설명했다.

    "대선 지지 대상에서 민주노동당 제외해야"

    이 같은 비판에 대해 한국노총은 ‘섭섭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박영삼 기획조정본부장(전 대변인)은 <레디앙>과의 통화에서 "민주노동당은 한국노총의 정책적 요구를 잘 알면서도 전혀 배려하지 않았다"면서 "이런 문제에 대해 그 분들이 당 내부에서 어떤 의견을 냈는지 알지 못하겠다. 섭섭하다"고 했다.

    그는 한국노총이 대선 지지 후보 대상에서 민주노동당을 제외하기로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진 데 대해 "한국노총의 공식입장이라고 확인하기는 애매하다"면서도 "그렇게 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고 사실상 인정했다. 

    박 본부장은 "비정규직 법안이나 노사관계로드맵 등 주요 정책에서 민주노동당은 한국노총과 정반대의 입장을 고수했고 지역 사업에서도 민주노총의 입장만 대변했다"며 "이에 대한 일정한 평가가 내려졌다"고 설명했다.

    박 본부장에 따르면, 한국노총 내부에는 이번 대선과 관련해 민주노동당에 대한 세 가지의 입장이 있다. 먼저 민주노동당을 지지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입장이 있다. 또 형식적으로는 지지 가능성을 열어두되 실질적으로는 배제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 끝으로 민주노동당을 지지해야 한다는 입장이 있는데 소수라고 한다. 실질적으로건 형식적으로건 민주노동당을 지지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정서가 지배적이라는 얘기다.

    "민주노총에 편향된 정서 바꾸지 않으면…."

    박 본부장은 "한국노총과 민주노동당은 새로운 관계로 변화해야 할 필요성이 있고 그 가능성을 닫아둘 필요는 없다"면서, 다만 "그러기 위해서라도 양측의 관계에 대한 엄정한 평가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민주노동당을 제외해야 한다는 입장과 지지해야 한다는 입장은 (양측의 관계 개선을 희망한다는 점에서) 상통하는 면이 있다"고 했다. 민주노동당을 형식적으로만 배려하는 모습을 보이는 건 정직하지 못할 뿐더러 관계발전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양측의 관계개선에 대한 희망은 한국노총에 소속된 민주노동당 관계자들도 대체로 공유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뾰족한 대책이 없어 답답하는 표정이다. 한국노총 간부 출신인 당의 한 관계자는 "갑갑하다. 별다른 대책이 없는 것 같다"고 했다. 그는 "민주노총에 편향된 당의 지배적 정서를 바꾸지 않고는 힘들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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