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이닉스 비정규직 돌파구 열리나
        2007년 03월 30일 12:00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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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9일 주주총회에서 하이닉스반도체 김종갑 신임 사장이 선임되고, 청와대와 노동부가 적극적으로 중재에 나서면서, 공장에서 쫓겨난 지 28개월, 840일째 투쟁을 벌이고 있는 하이닉스매그나칩 하청노동자들이 공장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 지난 2004년 12월 25일 공장에서 쫓겨난 하이닉스매그나칩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29일 오전 10시 주주총회가 열리는 경기도 이천 하이닉스반도체 본사 앞에서 피켓과 현수막을 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사진 금속노조)
     

    29일 오전 10시 경기도 이천 하이닉스반도체 본사 중문 앞. 이 회사 청주공장에서 쫓겨난 비정규직 노동자 30여명이 ‘하이닉스는 하청노동자를 공장으로 돌려보내라’라고 씌여진 현수막을 들고 구호를 외치며 서 있었다. 이들은 전날인 28일부터 이곳에 내려와 노숙농성을 벌였다.

    이날 본사 내 아미문화센타 아트홀에서는 신임 김종갑 사장을 승인하는 주주총회가 열리고 있었다. 회사는 용역경비 150여명을 중문에 배치했고, 문마다 용역경비들을 배치해 주주총회장을 철두철미하게 지키고 있었다.

    주주총회장에 들어간 하청노동자들

    그러나 주주총회장에는 이미 20여명의 하청노동자들이 들어와있었다. 금속노조 하이닉스매그나칩사내하청지회는 이날 주주총회에 맞춰 하이닉스 주식을 일부 구입하고, 일부 금속노조 조합원들에게 권한을 위임받아 ‘소액주주’로 주총장에 참가했기 때문이었다.

    하이닉스하청지회 임헌진 사무장은 이날 총회장에서 하이닉스 우의제 대표이사에게 “용역깡패 비용으로 150억을 썼다는데, 공장에서 쫓겨난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왜 공장으로 돌려보내지 않는지에 대해 답해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우의제 대표이사는 “회사와 직접적인 관계가 없기 때문에 인도적인 차원에서 해결할 수밖에 없다”며 기존의 얘기를 되풀이했다. 주주총회는 김종갑 전 산업자원부 차관을 하이닉스 새 대표이사로 선임하고 40분만에 끝났다.

    주주총회에 참가했던 김진홍 조합원은 “신임 사장에게 하청노동자 문제에 대해 들어봤어야 하는데 아쉽

       
     
    ▲ 하이닉스반도체를 지키고 있는 용역경비들. 하이닉스는 지난 2년 동안 하청노동자들의 시위를 막기 위해 용역경비들을 고용하는 데 150억원을 쓴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다”며 “하이닉스는 새 공장을 청주에 짓고 있고, 우리들은 모두 공장을 돌릴 수 있는 기술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하청노동자들을 복직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같은 날 오후 3시 30분 금속노조는 과천 정부종합청사에 있는 노동부를 방문해 비정규직 투쟁의 상징이 된 하이닉스 비정규직 문제에 대해 정부가 책임있게 나설 것을 촉구했다.

    금속노조 남택규 수석부위원장과 신재교 하이닉스매그나칩사내하청 지회장 등 5명은 이날 노동부를 방문해 2004년 12월 25일 집단해고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고용보장 등의 요구안을 전달했고, 신임 김종갑 대표이사와의 면담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노동부는 “회사에서 책임있는 사람을 내보내도록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신임 대표이사와의 면담에 대해서도 노동부는 노동부장관과 차관이 신임 대표이사를 만나 면담이 이뤄질 수 있도록 적극 나서겠다고 밝혔다.

    청와대 비서관 “3~4개월 안에 매듭 짓도록 하겠다”

    이에 앞서 27일 청와대 대통령 비서실 차성수 비서관은 청주에 내려와 시민사회단체 대표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3~4개월 내에 하이닉스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청와대가 하이닉스 비정규직 문제해결에 나서겠다는 뜻을 밝혔다.

    또 신임 김종갑 하이닉스 사장과 하이닉스매그나칩 문제해결을 위한 충북범도민대책위의 면담 주선도 약속했다.

    이날 충북대 김승환 교수가 "하이닉스 문제에 대해 전직 차관이 사장으로 오니까 정부가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묻자 그는 "문제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도민대책위와 면담을 주선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자리에 함께했던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 강태재 대표는 “대표이사가 바뀌었고 하이닉스도 청주공장을 증설하니까 이 문제를 지금 해결하지 않으면 언제 해결하냐, 정부가 관심을 갖고 노력을 해서 이번 기회에 매듭을 짓자고 했더니 차 비서관이 노력하겠다고 하면서 적어도 3~4개월 안에 매듭을 짓도록 하겠다고 얘기했다”고 전했다.

    한편, 금속노조는 하이닉스매그나칩 하청노동자들을 공장으로 돌려보내기 위해 4월 내에 위력적인 투쟁을 전개할 계획이다. 금속노조는 지난 22일 하이닉스 대책회의를 갖고 이른 시일 내에 하이닉스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경우 전국에 수천명의 간부들이 모여 강력한 투쟁을 전개하자는 의견을 모았다.

    이어 27~28일 경북 구미에서 열린 전국지회장 수련대회에서도 하이닉스매그나칩과 기륭전자분회 등 대표적인 비정규직 장기투쟁사업장 문제 해결을 위해 15만 금속노조가 강력한 투쟁에 나서자는 요구가 많이 나왔으며, 금속노조는 이 같은 요구를 받아 향후 구체적인 투쟁계획을 마련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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