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노동상황 정말 믿기 어려울 정도"
        2007년 03월 30일 10:21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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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96년 한국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할 당시, 한국 정부가 독재정권 하에서 노동기본권을 침해하는 수많은 법과 관행을 신속하게 개혁할 것으로 기대되었습니다. 하지만, 오히려 노동권 상황은 현저히 악화되었습니다."

    미 하원의원 16명이 노무현 대통령에게 보내는 공개서한은 이렇게 시작했다. 비정규직 55%·정규직 임금의 절반 이하·공무원노조 탄압·노조간부 구속·업무방해와 손해배상·화물차기사 등 노동권 박탈·비정규직확산법안·복수노조유예 등 최근 한국의 노동상황에 대해 이들은 "정말 믿기 어려울 정도"라고 말했다.

    민주노총은 30일 미국 민주당 하원의원 마이클 H. 미처드를 비롯해 16명의 이름으로 지난 23일 노무현 대통령 앞으로 보낸 편지를 공개했다.

    ‘한국의 노동 상황’이라는 제목의 공개서한에서 미 하원의원들은 정부의 공무원노조 사무실 폐쇄, 조합원 강제연행 등을 언급하며 "노동조합에 대한 이러한 침탈이 국제노동기구 아시아태평양지역 총회가 한국에서 열린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벌어졌다는 것이 정말 믿기 어려울 정도"라고 표현했다.

    이어 노조활동을 이유로 노동자들을 구속 처벌하는 것과 사용자들이 업무방해를 이유로 수만 혹은 수십만 달러에 달하는 소송을 제기하는 것에 대해서도 심각하게 문제를 제기했다.

    2년 지난 비정규직 대량해고로 내모는 ‘불행한’ 비정규법안

       
      ▲ 공개서한을 보낸 16인의 하원의원 서명
     

    이들은 한국의 비정규직 노동자의 현실과 ‘비정규직 보호법’ 때문에 대량해고 당하는 상황에 대해서도 세세하게 지적했다. 의원들은 "정규직 풀타임 노동자 대신 비정규직 노동자를 사용하는 현실 또한 우려스럽다"며 비정규직이 전체 노동력의 55%에 달하고, 50% 미만의 임금을 받으며 화물차 기사 등이 노동조합 권리를 심각히 제한받고 있다는 점에 대해 조목조목 지적했다.

    이들은 지난 해 11월 30일 국회를 통과해 올 7월 1일 시행을 앞둔 ‘비정규직 법안’에 대해서도 "사용자로 하여금 노동자를 최대 2년까지는 비정규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해 준 작년 말의 노동법 개정은 불행하게도 거의 2년 근무가 다되는 노동자들을 정규직화가 아닌 대량 해고로 내몰리게 하고 있다"며 강력히 비판했다.

    복수노조유예를 포함해 작년 12월에 통과된 ‘노사관계선진화방안’에 대해서도 미 하원의원들은 "한국정부는 ILO가 지적한 노동법 상의 수많은 문제점들에 대해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으며, 일부는 더욱 악화되었다"고 평가했다.

    노사관계로드맵 "납득할 수 없고, 용납하기 힘들다"

    이들은 ▲첫째, 2010년까지 복수노조에 대한 위법적인 금지를 지속한다는 것 ▲둘째, 용납하기 힘들게도, 2010년 이후에는 노동자와 사용자들이 노조 전임자 임금 지급에 대해 교섭하는 것을 금지한다는 것 ▲세 번째 납득할 수 없게도, 두 가지 종류의 직권중재 형태 중 하나를 온존시켜놓고, 필수공익서비스 범주를 확대했다는 점 ▲네 번째 부당해고된 노동자에 대한 의무적 원상회복 조항을 없앤 것으로서 사용자로 하여금 원상회복과 금전적 보상 중 선택할 수 있도록 한 것 ▲다섯 번째 정리해고의 경우에 예고 기간을 60일에서 50일로 줄인 것 등을 예로 들었다.

    이어 이들은 "노동권 문제는 양자간 통상 관계에 있어서 대단히 중요하다"며 "통상 혜택의 공평한 재분배를 위해서는 필수적으로 노동자가 자신들의 노동기본권을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하원의원들은 노무현 대통령에게 "적법한 노동조합 활동으로 인해 수감된 모든 노조원들을 석방하고 ILO 권고를 전적으로 이행하기 위한 실질적인 조치를 가급적 빨리 취하라"고 촉구했다.

    이 공개서한은 노무현 대통령과 함께 미국 무역대표부(USTR) 수잔 슈왑 대표에게 동시에 보내졌다.

    민주노총 "노동권 보장돼도 초국적 자본 위한 한미 FTA 반대"

    민주노총은 미국 노동계와 함께 지난 2월 13일과 27일 미 의회에 한국의 노동상황에 대해 브리핑하는 등 한미 FTA 협상이 시작되기 전인 지난 해 5월부터 지금까지 한국의 억압적인 노동상황을 알리면서 지속적인 활동을 펼쳤다.

    민주노총은 미 행정부가 최근 서명한 페루, 콜롬비아와의 FTA는 해당국가의 노동기준과 환경보호조항을 강화하라는 민주당의 수정 요구로 인해 난항을 겪고 있다는 점을 언급하며 "민주노총은 일정한 수준의 노동·환경 기준이 보장된다고 지금과 같은 형태의 FTA가 체결되어도 좋다는 입장은 더더욱 아니"라고 반FTA에 대한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어 민주노총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한미 FTA는 초국적기업의 이익만을 보장할 뿐 한국 노동자, 민중들에게는 전혀 이로울 게 없으며, 나아가 한국 정부가 애초에 공언했던 양국간 최소한의 ‘균형이익’조차 확보하는 데 실패하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민주노총은 "노무현 정부의 억압적인 노동정책에 국제사회가 심각한 우려를 갖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며 "한국 정부가 미 하원 의원들을 포함하여 이러한 국제사회의 노동탄압 중단과 국제기준에 부합하는 노동법·노사관계 개혁을 촉구하는 목소리를 진지하게 경청할 것"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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