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FTA 협상결렬 두려워하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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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년 03월 29일 09:24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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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종반에 접어든 가운데 언론들은 공통적으로 ‘농업’이 협정타결의 중요한 변수로 바라보고 있다. 그러나 입장은 사뭇 다르다.

    언론들의 보도를 종합해 보면 28일 서울 하얏트호텔에서 이뤄진 협상에서 미국은 돼지고기의 관세를 5년 안에 철폐하라고 요구했지만 우리 정부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거절했다. 농업 분야 고위급 협상에 참여했던 양측 대표단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하며 회의가 여러차례 중단될 정도였다고 한다.

    미국은 전날 협상에서도 쇠고기 수입 재개 일정을 서면으로 약속해 줄 것을 요구하는 등 농업분야에서 강한 요구들을 하고 있지만 우리 정부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

    조선일보는 A4면 <농업에서 결판난다> 기사에서 이런 협상 분위기를 자세하게 전하면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문제를 비롯한 농업이 한미FTA의 협상결렬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지적했다.

    조선일보가 지적한대로 농업분야가 협상체결의 변수로 떠오른 것은 언론들 사이에서도 큰 이견은 없다. 그러나 조선일보 기사에서는 미국의 요구에 대한 분석이나 비판 없이 단지 농업분야가 협상의 걸림돌이 되고 있고, 조속히 타결짓지 않으면 안 된다고 주장하는 것처럼 보인다.

    조선일보는 통상정책관(차관보)가 협상 후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양국이 기존 입장에서 더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굉장히 어렵고 답답한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리고 "리처드 크라우더 미국측 농업 협상대표는 29일 저녁 미국으로 돌아간다"며 "이날 오후까지 농업분야 협상에서 극적인 타결이 없으면 FTA협상 전체가 결렬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또, 이와 관련해 "우리측은 쇠고기를 비롯한 민감품목의 관세를 종전보다 낮추는 안을 제시, 절충점을 찾기를 시도하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미측은 뼛조각으로 인해 쇠고기 수입이 중단된 상황을 해결하지 않고서는 FTA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미국의 입장에 무게를 실었다.

    조선일보의 이 같은 보도는 경향신문과 비교했을 때 무척 대조적이다.

    경향신문은 한국에 농산물 개방을 끈질기게 요구하면서 정작 자국의 농산물 시장에 피해가 우려되는 품목은 철저하게 보호해 왔다고 지적했다.

    경향신문은 1면 <농산물 협상 ‘두 얼굴의 미’>에서 "다른 나라와의 FTA 협상에서는 민감한 자국 농업을 지키기 위해 보호막을 친 미국이 우리나라의 민감품목인 쌀과 쇠고기, 오렌지 등에 대해 완전 시장개방을 요구하는 ‘이중적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경향신문에 따르면 미국은 호주처럼 농업경쟁력을 갖춘 나라와의 FTA 체결시 자국의 농산물 시장에 피해가 우려되는 품목은 개방에서 예외로 남겨둔 채 협정체결을 이끌어냈고, 농업 경쟁력이 취약한 중미 국가들과의 FTA에서는 모든 품목의 개방을 요구하면서도 미국의 민감품목은 최소한 양보하는 데 그쳤다.

    미국은 호주와의 FTA 협상에서 자국의 최대 민감품목인 설탕과 설탕 제품을 개방대상에서 제외하는 등 전체 대상 품목의 19%인 342개 품목을 관세 철폐 예외 품목으로 인정받았다. 또 쇠고기는 18년차까지 저율관세할당제도를 유지하고 19년차부터 철폐하는 쪽으로 FTA협상을 타결했다. 호주로부터 수입되는 양파, 마늘 등 33개 품목에 대해서는 수입가격이 낮을 경우 추가로 관세를 부가할 수 있도록 하는 농업 긴급구제조치를 적용하기도 했다.

    이해영 한신대 교수(국제관계학)은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FTA체결 자체에 목을 매는 우리 측의 협상 태도로 볼 때 ‘쌀만 지키자’는 쪽으로 흐를 가능성이 있다"며 "이럴 경우 쌀을 제외한 다른 농산물 분야에서 농민들의 막대한 피해가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철저하게 자국의 이익을 위한 입장에서 협상을 벌이고 있는 미국의 실체를 외면한 채 막무가내식 협상체결을 재촉하는 것은 우리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인 셈이다.

    한겨레는 사설 <한-미 FTA 결렬 두려워할 필요 없다>에서 정부의 이런 조급한 자세를 비판했다. 한겨레는 "체결이냐 결렬이냐, 낮은 수준의 협정을 맺느냐 아니면 장기협상으로 가느냐, 무엇이 됐든 이번 주말까지 일차 선택을 해야 한다"며 "그러나 세부적인 득실을 따지기 전에 어떻게든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해야 한다는 강박증에서 벗어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래야 냉정한 판단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한겨레는 "정부당국자들은 미국에서 한국상품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기 때문에 일본이나 중국에 앞서 먼저 협정을 체결해야 한다는 초조함에 짓눌려 있다. 그런 자세로는 미국에 유리한 결론이 내려질 수 밖에 없다"며 "3월 시한을 넘긴다고 큰일이 나는 것도 아니다. 협상 결렬을 두려워하지 말고 마지막까지 당당하게 우리 요구를 관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 김상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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