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심이 반대로 돌아서고 있다"
        2007년 03월 29일 07:00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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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 막 앞니가 빠진 어린이부터 고희를 바라보는 어른신까지, 예비군 훈련자, 주부, 무당파 직장인, 문화 예술인, 서울시청 공공근로자 등 각계각층의 시민들이 FTA 저지를 위해 촛불을 들었다.

    한미FTA 막판 협상이 사흘째 접어들고 있는 가운데, FTA 협상 중단을 요구하는 시민들의 반대 목소리도 점차 거세지고 있다. 한미FTA 저지 범국민운동본부는 28일 저녁 7시 서울 시청 앞 광장에서 촛불 문화제를 열고 FTA 협상 중단을 촉구했다.

    비바람이 몰아쳐 입김이 새어나오는 궂은 날씨에도 아랑곳없이 삼삼오오 모인 1,500여명의 시민들은 범대위가 준비한 연극, 음악, 율동 공연 등의 문화제를 함께 즐기며 시청 앞 광장을 열기로 가득 메웠다.

       
      ▲ 종이봉투로 가면을 만들어 쓰고 한미FTA저지 캠페인을 하는 시민들. (사진=민주노동당)
     

    “87년 스무 살에도 거리에 나섰는데?”

    이날 무대의 하이라이트는 범국본 광화문 단식에 참석해 FTA에 무관심한 정치인에게 일침을 가해 화제가 된 당당한 아줌마 신혜진(42)씨 였다.

    시민 자유 발언을 하기 위해 무대에 오른 신씨는 "87년 스무 살이던 시절 민주화를 위해 거리에 나설 때만해도 내 아이들이 사는 세상에서는 거리에 나설 일이 없을 것이라는 희망을 가졌다"면서"하지만 미선이 효순이를 위해 촛불을 들고, 탄핵 때 다시 거리에 나서고, 또 대추리 때문에 촛불을 들어야 했다. 다시 또 한미FTA 문제로 거리에 나서고 있는데, 도대체 거리에 나서지 않아도 되는 세상은 언제 오는 것이냐?"고 개탄했다.

    이어 신씨는 "우리는 협상단과 노무현 대통령에게 그런 권한을 준 적이 없다"면서 "이제 이 판을 거둬야 한다. 아이의 손을 잡고 다시 거리에서 뛰는 엄마가 되겠다”고 밝혀 참가자들의 열렬한 호응을 얻었다.

    또 이에 앞서 연대 발언을 하기 위해 무대에 오른 영화배우 문소리씨는 "지난 해 7월 1일, 영화인들과 어떤 합의도 없이 유네스코 국제협약에도 위배되는 스크린쿼터 축소를 추진하며 이 정부가 독재 정권과 다름없는 모습을 보였다”면서 “모두가 힘을 모아 이 잘못된 협상을 중단시키자"고 호소했다

    이어 민주노동당 권영길 의원은 "한미FTA가 타결됐을 때 노무현 대통령은 ‘쌀을 지켜냈다’며 ‘쌀’ 빼고 다 던져주고도 ‘그래도 잘한 것’이라며 사기극을 벌일 것"이라며 "여기 있는 분들은 이 사기극에 절대 속지 말고 많은 시민들에게 진실을 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참가자들 중에는 부모님 손을 잡고 나온 가족 단위의 구성원들부터 시청 앞을 지나가는 직장인들까지 다양한 계층의 시민들이 참석해 눈길을 모았다.

    7살 딸과 함께 참석한 인수영(38)씨는 "딸에게 보여 주고 싶었다"면서 "FTA가 우리 딸의 인생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이 자리에 참석함으로써 역사의 방관자가 아닌 주인공으로서 기억하게 해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무당파 직딩’ 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회사원 안 아무개(45)씨는 "회사에서 구조조정이 잦은데 이에 대한 동료들의 불안감이 크다. 주변에 있는 비정규직 근로자를 보면 남 일 같지가 않아 나 또한 걱정이 된다"라며 "FTA가 체결되면 비정규직 근로자가 더 늘어날 테고 나도 예외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며 촛불을 들었다.

    또 ‘하이 서울’ 이라는 글씨가 새겨진 녹색 조끼를 입고 시청 앞 잔디밭을 관리하는 서울시청 공공근로자 원 아무개(52)씨도 힘을 보탰다. 원 씨는 "적극적으로 지지하진 못하지만 내 마음은 안 그렇다. 아마 나처럼 속으로 반대해도 겉으로 표현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라며 "자꾸 우리가 미국에게 많은 것을 뺏길 것만 같은 열패감이 들어 씁쓸하다"고 말했다.

       
      ▲ 광화문 열린시민공원에서 진행중인 한미FTA저지 범국본의 단식농성단에 합류중인 김성진, 박인숙 최고위원(각각 10일째, 2일째의 단식중이다.-28일 현재) (사진=민주노동당)
     
       
      ▲ 사진=민주노동당
     

    "효순이 미선이 촛불 문화제를 보는 것 같아"

    열기 가득한 촛불 문화제를 지켜본 한신대 이해영 교수는 "민심이 반대 여론으로 변하고 있는 국면이다”면서 “국민의 83%가 3월 말 타결을 반대한다는 결과는 앞으로 여론의 향배를 보여주는 것"이라며 투쟁의 승리를 자신했다.

    또 이 교수는 “FTA 협상이 타결 될 가능성이 높으나 이에 대한 무효화 운동 및 협정문 공개, 각 산업별 영양 평가 등 계속 후속 투쟁을 벌여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촛불문화제 사회를 본 우위영 한미FTA저지 문화예술 공대위 위원장도 "촛불 문화제의 열기가 마치 효순 미선이를 위해 촛불을 들었던 것과 같은 그런 분위기"라며 "많은 시민들이 우리를 지지하고 있는 것 같다"고 사회를 본 소감을 밝혔다.

    이러한 촛불 문화제의 열기는 9시까지 예정된 시간을 넘어 40여분 더 진행됐으며, 이는 KBS 뉴스 등을 통해 생중계되기도 했다.

    이날 행사엔 만일을 대비해 경찰 병력 40여개 중대가 배치됐으며,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취재진들이 몰려 생중계를 하는 등 열띤 취재 경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범국본은 29일 저녁 7시 세종문화회관 앞, 30일 저녁 7시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다시 범국민 촛불 문화제를 개최하며 오는 31일까지 한미FTA 반대 활동을 계속 이어 나갈 예정이다.

    한편, 이날 행사엔 민주노동당 권영길 의원, 이용대 정책위 의장, 강병기 최고위원, 김성진 최고위원, 박인숙 최고위원등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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