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정규직 '보호법' 때문에 해고라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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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년 03월 27일 07:01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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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새 눈물바다가 됐다.
    정부가 비정규직을 보호한다며 노동계의 거센 반발을 무릅쓰고 만든 ‘비정규직 법안’으로 인해 해고위협에 떨고 있던 학교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들은 눈물로 호소했다. “제발 다니던 곳에서 계속 일하게 해주세요” 그들은 하나같이 얘기했다. 정부 비정규직법안이 오히려 비정규직의 목줄을 죄고 길거리에 내몰고 있다고 말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연맹 공공노조는 27일 오후 1시 정부 종합청사 앞에서 학교비정규직 해고 및 처우악화 사례 증언대회를 열고 비정규직 법안으로 인해 해고위협에 시달리는 조합원이 현장에서 처하고 있는 현실을 고발했다.

       
     (사진=공공노조)
     

    학교측 “비정규직 법안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해고한다”

    사례 1) 성신여고 행정실 비정규직 정수운씨

    정수운씨는 12년째 구육성회소속 직원으로 증명, 학적, 공문서수발, 교장실 내빈 접대 등 학교장이 정해주는 일을 해왔다. 그 동안 근로계약서를 쓰지 않던 학교측은 갑자기 2004년 5월경 1999년부터 2004년까지 5회 치의 계약서를 쓰자고 요구했다.

    정씨는 “당시 학교측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고 단지 감사를 받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말을 물론 철썩같이 믿었다. 그러나 학교측은 정수운씨를 비롯한 4명의 비정규직 직원에게 2007년 1월 22일, 2월 28일까지 일할 수 밖에 없다며 갑자기 해고를 통보했다.

    정씨는 “학교측은 정부의 비정규직 법안이 통과되면서 어쩔 수 없이 해고할 수 밖에 없다는 일방적인 통고만 받았다”고 말했다. 정부의 비정규직 법안이 괜히 잘살고 있는 사람들을 힘들게 한다고 학교측은 덧붙였다고 한다.

    정씨는 곧 노조에 가입하고 1인 시위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자신의 억울한 일을 외부에 알리고 투쟁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당황한 학교측은 단 1년간 해고를 유예한다며 이런 내용을 조건으로 하는 계약서를 쓰자고 현재 강요하고 있다고 정수운씨는 밝혔다.

    현재 정씨는 사실상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계속 해왔으므로 따로이 근로계약을 쓸 필요가 없다며 근로계약서 작성을 거부하고 있다. 정씨는 “정부가 비정규직 법안을 하루빨리 재정비해 이러한 부당해고가 없도록 강력하게 촉구한다”고 호소했다.

    호봉승급 누락 항의하자 부당 해고

    사례 2) 월계중학교 비정규직 엄혜은

    엄혜은씨는 1998년 3월부터 월계중학교에서 근무해왔다. 엄씨는 매년 올라가던 호봉 승급이 2003년 누락된 것을 알고 시정해줄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학교측은 오히려 2004년 2월 엄씨를 해고했다. 엄씨가 부당해고 구제 신청 등을 통해 2004년 9월 학교에 복직하자, 학교측은 그 동안 호봉제이던 급여체계를 연봉제로 강제로 바꿨다.

    엄씨는 “학교측은 ‘비정규직이 무슨 경력이 있느냐? 본인 스스로 알아서 그만두기를 바란다’ 등의 폭언을 하며 연봉제 임금을 강요했다”고 말했다.

    엄씨는 “정부가 비정규직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 법을 만들었다고 하는데 어떻게 처우가 개선됐느냐?”며 “호봉제에서 연봉제로, 연봉제에서 일용직으로, 일용직에서 시간제로 처우가 나날이 악화되고 있는 현실을 정부가 아는지 모르겠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돈되는 원어민 교실은 되고 돈 안되는 방과후 교실은 폐쇄?

    사례 3) 언주초등학교 비정규직 방과후 전담교사 채성미

    채성미씨는 초등학교가 파한 후에 맞벌이 부모를 두고 있는 아이들을 돌보는 언주초등학교 방과후 교실 전담교사다. 채씨는 지난 7년 동안 이학교 방과후 교실 교사로 있으면서 근로계약서를 체결하지 않았다. 그러나 채씨는 학교측이 갑자기 방과 후 교실을 폐지하겠다며 해고하겠다는 통지를 받았다. 학교측이 수익이 보장되는 원어민, 컴퓨터 교실은 운영하지만 방과후 교실은 운영을 못하겠다는 것이다.

    학부모와 채씨 등 교사들이 강하게 항의하고 나서자 학교측은 당초 두개 교실을 한 개로 줄였다. 그리고 학교측은 새로 근로계약서 체결을 강요하고 나섰다.

    학교측이 제시한 근로계약서는 현재의 근로조건을 대폭 후퇴시키는 내용 투성이었다. 169만원의 임금을 120만원으로 줄이고 상시적인 근로관계를 1년 계약으로 하는 등 채씨가 받아들일 수 있는 내용이 아닌 것이다. 게다가 공무원도 아닌 채씨에게 공무원 복무에 관한 제 규정을 지킬 것을 요구하는 각서도 함께 요구했다.

    학교측은 채씨가 계약서 쓰기를 거부하자 교실 운영비를 지급하지 않아 27일 현재까지 학생들 간식이 지급되지 않고 있다고 채씨는 밝혔다.

    “청소밖에 모르는데 제발 살려주세요”

    사례 4) 경기여고 미화원 천옥자씨

       
      ▲ 끝내 울음을 터트린 천옥자씨 (사진=공공노조)
     

    천옥자씨는 1985년부터 22년간 이 학교에서 화장실 청소 업무를 해왔다. 그런데 정부의 비정규직법안이 통과된 후 학교측이 갑자기 용역 전환을 수용하든가 초단기 계약서 작성을 요구했다.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해고하겠다는 것이다.

    천씨는 “난 아무것도 몰라요. 그냥 청소만 했는데 이렇게 나가라고 하니, 계약선가 먼가 안 쓰면 그 난리를 치고”며 끝내 울음을 터뜨렸다. 

    천씨는 “계약서를 안 쓰니 휴게실 문을 잠그고 쉬지도 못하게 하고, ‘살려달라, 나 그만두면 죽는다’고 그렇게 얘기해도 막무가내다”고 호소했다. 천씨의 경우는 정부의 지침에 의한 직접적인 피해자다. 정부는 에듀크린(Edu-clean) 사업시 직접고용하지 말고 용역업체에 맡길 것을 최근에 지시했다고 한다. 천씨는 “행정실장이 무섭게 해서, 출근도 못하겠다며 제발 도와달라”고 눈물로 호소했다.

    공공노조 박진현 조직부장은 “현장에서 학교비정규직 조합원들이 계약서 작성을 강요하면서 인격침해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며 “인권위에 진정하고 집회와 시위를 벌이며 강력히 투쟁하겠다”고 말했다.

    박진현 부장은 또 “현재 학교비정규직 처우는 정부의 비정규직 법안이 통과된 후 급속도로 나빠지고 해고위기에 처해 있다”며 “정부가 눈과 귀가 있다면 하루빨리 비정규직법안을 다시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민주노동당 최순영의원실에 따르면 전국학교비정규직은 94,394명에 달한다. 이들은 조리원에서부터 교무보조, 실습보조, 환경미화 등 18개 업종에서 일하고 있다. 특히 서울시 교육청은 전체 직원의 58%가 비정규직에 달할 정도로 학교 내의 비정규직은 나날이 늘고 있는 추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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