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불정책 폐지? 대학 평준화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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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년 03월 28일 07:48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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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불(고교등급제, 대학별 본고사, 기여입학제) 논란이 뜨겁다. 내년이면 교육부가 2004년에 발표했던 2008년 대학입시 전형안이 적용된다. 따라서 올해 이 문제가 뜨겁게 다시 달구어질 것이라는 것은 어느 정도 예상이 가능했다. 그러나 예상보다 빨랐다.

    3불(不) 논란, 예상보다 빠른 정치적 예열 과정

    대학들의 입학전형안이 발표되고, 그것이 교육부가 그 동안 이야기해왔던 것과는 달리 결국은 특목고생 우대 입시안이 되면서 다시 입시 문제는 촉발되기 시작했다.

       
      ▲ 민주노동당 최순영 의원
     

    여기에 OECD 3불 입장 표명에 대한 조중동의 의도적 오독으로부터 출발하여 서울대 장기 발전계획위원회의 입장 발표, 교육부 사교육비 대책 방안 발표, 사립대 총장 협의회의 3불 폐지 건의 입장 발표까지 숨 가쁘게 사회적 논란의 중심에 3불 정책이 다시 자리 잡게 되었다.

    교육부와 교육단체, 대학, 정치권에서뿐만이 아니라 정경련과 민주노총까지 이 문제에 대한 입장을 제출하면서 이미 3불 정책은 교육계 사안만이 아니라 정치적 핵심 사안이 되었다. 물론 이는 당연한 흐름이다. 3불의 문제는 교육문제이기 이전에 치열한 정치적 사안이면서, 본질적으로 계급적 이해 관계를 가장 극명하게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있을 대선에서 3불이 다시 뜨거운 논쟁의 대상이 될 것임이 분명하다. 지금은 대선 정국에서의 대치를 위한 일종의 사전 예열 과정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대선시기 보수세력은 ‘대학의 자율화’, ‘사교육비 해소, ‘교육 경쟁력 강화’를 들면서 3불 폐지를 이야기하고 더 나아가 교육의 시장주의적 재편을 주장할 것이다.

    3불은 분명 정치적 사안이면서, 계급적 이해의 충돌 지점이다. 그러나 3불 논란이 3불에만 한정되는 것은 문제의 본질을 오히려 가두는 것일 수밖에 없다.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서 입시문제가 모든 이의 초미의 관심사가 될 수밖에 없는 구조적인 원인이 무엇이며 그 원인에 대한 계급적 이해 관계의 충돌지점에 대한 명확한 드러내기와 대안 마련을 통해서 이 문제를 민주노동당 식으로 정치 쟁점화 하는 것이 필요하다.

    3불, 지키는 것도 아니고, 안 지키는 것도 아니고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서 대학 입시 문제와 3불에 대해서 간략하게 먼저 설명하는 것이 필요할 듯하다. 사립은 1998년부터, 국공립은 2002년부터 대학입시가 자율화 되었다. 즉, 수능, 내신, 논술(면접)의 비율이나 이외의 전형 요소, 구체적인 전형 방법 들이 자율화 되었고, 네거티브 방식으로 최소한의 장치만을 남겨 둔 상태이다. 그것이 바로 고교 등급제, 대학별 본고사, 기여입학제 금지, 즉 3불이다.

    고교 등급제는 고교 전체의 학력을 고려하여 수험생에게 가점이나 감정을 부여하는 것이다. 2004년 고교 등급제 논란이 있을 때 이미 상당수 사립대학이 고교 등급제를 시행한 것으로 드러났으며 사회적 논란이 진행된 바가 있다.

    그러나 고교 등급제는 이미 상당 수 대학에서 ‘특목고 비교내신제 시행(수능, 내신 중 자신에게 유일한 것을 기준으로 내신 등급을 정하는 방식)’, ‘특기자 전형(각종 경시대회 등에서의 수상경력을 주요 기준으로 뽑는 것)’을 통해서 유사 고교등급제를 시행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육부는 마치 고교등급제를 시행하고 있지 않은 것처럼 말하고 있다. 국민의 감성을 고려하여 전면화 혹은 명문화 시키지는 못하겠다는 정도의 입장으로 볼 수 있다.

    다음으로 대학별 본고사 금지의 경우 대학별로 실시하는 자체 시험을 금지하는 것이다. 그러나 통합형 논술고사라는 방식으로 이미 유사 본고사가 사실상 진행되고 있다. 본고사 금지라는 상황에서도 대학들은 이미 다양한 구술면접 시험 등을 통해서 본고사를 치러왔다.

    교육부는 사후에 대학별 논술시험 가이드라인 정도를 만들었지만 대학들은 어떤 방식으로든 이를 피해서 유사한 시험을 보려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기여입학제는 분명 도입되지 않았다. 국민 정서상으로도 가장 극명한 반대여론이 있는 상황에서 대학들도 도입하기는 어려운 조건이다.

    3불은 최소한의 안전장치이다. 3불이 깨지면, 쉽게 말해 돈 없는 사람들은 대학가기 힘들어진다. 있는 사람들은 광범위한 사교육을 통해서 특목고를 통해서 일류대학에 가고 일류대 졸업이라는 사회적 권력은 다시 경제적 권력으로 세습되어 교육양극화가 사회 양극화를 만들어내는 구조적인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또한 3불이 깨지면, 지금의 고교 평준화 제도는 완전하게 깨지면서 중학교의 서열화까지 진행되게 된다. 기형적이면서도 불공정한 입시게임으로 교육력은 오히려 떨어질 수 밖에 없다.

    3불 해제를 원하는 사람들이 원하는 것은 보통 사람들과의 철저한 분리이며, 자신들만을 위한 권력 재생산 기구로서의 교육이다. 그리고 교육상품을 구매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그들은 그들만의 시장 구매력을 통한 그들만의 권력 재생산 고리를 만들고자 하는 것이다. 결국 노동자의 자녀들은 철저하게 배제되어 우리사회의 주변에만 자리 잡게 되는 것이다.

    얼마 전 한겨레신문이 시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월 가구 소득별 3불에 대한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해 볼 수 있다. 여론 조사 결과, 3불 중 대학별 본고사를 허용하자는 의견은 반대보다 더 높았으며, 고교등급제와 기여입학제는 반대여론이 더욱 높았다. 또한 소득수준이 높을수록 3불을 깨야 한다는 찬성비율이 더욱 높아짐을 알 수 있었다. 조사 결과는 계급별로 명확히 이해관계가 다른 것을 보여주고 있다.

       
     ▲ 대입수능 현장.
     

    3불을 넘어서 대학서열체제 해체로 나아가야

    지금은 기여입학제를 제외하고는 3불 중 2불은 이미 상당수 깨져 있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들이 3불에 집착하고 있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결국 3불 넘어에 있는 그 무엇을 향한 진군이 아닐까? 저들이 최종적으로 도달하고자 하는 지점에는 교육의 완전한 시장주의화, 서열화, 교육을 통한 계급의 양극화가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그들과 3불의 전장에서 싸워야 하는가? 아니면 3불의 넘어서 교육의 공공성 강화와 교육 양극화 해소라는 전장으로 밀어 낼 것인가? 교육을 통한 한판 계급 대립에서 우리에게 3불을 넘는 무엇이 필요한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3불을 넘어서 대학 서열체제 해체로 나아가야 한다. 이미 민주노동당은 지난 2004년 총선 당시 ‘서울대 폐지’, ‘국공립대 통합 네트워크’를 제안한 바 있다. 그러나 일반 사람들의 귓가에는 선정적인 서울대 폐지 정도만 기억될 것이다.

    물론 문제의식 전달이 가장 중요한 상황에서 서울대 폐지라는 말을 통해서 민주노동당이 말하고자 하는 것을 조금이라도 더 전달할 수 있기를 바라는 나름의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제 말을 통하여 나타내고자 하는 상징을 보다 견고하게 해주는 내용적 뒷받침이 필요하다. 또한 이 문제가 결국 계급 대립임을 보다 명확하게 보여줄 수 있는 선전 전략도 필요하다.

    대학 서열화로 인한 일류대 입시문제가 사교육비의 핵심 원인이다. 사교육비 해소를 위해서라도 대학 서열화는 해체되어야 한다. 또한 우리대학의 교육력을 강화시키기 위해서라도 대학 서열체제는 해체되어야 한다. 서울대와 주요 대학들의 독과점 체제가 오히려 교육력의 장애요인이 되고 있다. 진정한 교육력은 어떤 학생들을 뽑을 것인가에 있지 않고, 어떻게 잘 교육하는가에 달려 있다.

    이제 대학은 입학은 쉽고 졸업을 어렵게 하여, 학벌에 기대고 있는 대학이 아니라 자신의 교육과 학문 능력으로 인정받는 대학이 되어야 한다.

    대학 서열체제 해체를 위해서 국립대 평준화와 국립대 확대 전략을 함께 제안해야 할 것이다. 통합전형, 통합 학점, 통합 학위라는 국립대 평준화안을 제시하고, 국립대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과 부실, 부패 사립대학의 국공립화 경로를 제시하면서 높은 교육력을 가지며, 고도의 공공성을 가진 평준화된 국립대의 확대를 대안으로 제시해야 할 것이다.

    평준화된 국립대에 저소득층 의무 할당제를 도입해야 한다. 이제 교육을 통해서 소수 권력이 재생산 되는 것이 아니라, 교육을 통해서 결과적 평등까지 보장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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