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간 『일본의 정당정치는 왜 무너졌을까』 외
        2023년 05월 27일 10:36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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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의 정당정치는 왜 무너졌을까>

    미쿠리야 다카시 (지은이),윤현명 (옮긴이) / 소명출판

    이 책은 도쿄대학 명예교수 미쿠리야 다카시 교수가 쓴 『정당정치는 왜 자멸했는가』의 한국어판이다, 19세기 후반부터 1930년대 초반까지 일본의 정당정치 이야기를 서술하고 있다. 근대 일본에서 민주주의가 어떻게 수용되고, 몰락해 버렸는지 그 과정을 잘 묘사했다는 점에서 흥미로운 책이다. 이 책에 나타난 저자의 최대 문제의식은, “왜 근대 일본 정치에서 정당이 몰락하고, 군부가 대두했을까?”이다. 이와 관련해 저자는 정당의 부패와 무능력이 군부의 대두를 허용했다고 지적한다. 『일본의 정당정치는 왜 무너졌을까』는 바로 이런 점을 알기 쉽게 묘사하고 있다. 이 책의 화두는 다음 두 가지 질문으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메이지유신 이후 근대 일본은 서구의 민주주의를 어떻게 받아들였을까? 19세기 후반부터 일본에서는 자유민권운동이 전개되었고, 그 결실로 제한적이나마 서구식 민주주의가 도입되었다. 1918년에 성립한 하라 다카시 내각(최초의 본격적인 정당 내각)과 1925년의 보통선거법은 그 최대 결실이라고 할 수 있다.

    둘째, 그렇다면 일본은 서구식 민주주의 국가가 되었을까? 아니었다. 정당은 국내외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힘을 쏟기보다는 정권 획득에 더욱 열중하는 모습을 보였고, 그 과정에서 정당 간의 갈등‧부패가 커다란 문제로 떠오르기도 했다. 더욱이 1920년대 후반 일본이 대외적으로는 세계 대공황과 국제경제의 블록화, 대내적으로 기업‧가계의 파산이라는 문제에 봉착했을 때, 일본 국민들은 정당이 그런 난국을 타개할 힘도, 역량도 없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리고는 군부에 기대를 걸었다. 그 결과 1931년 만주사변의 발발과 함께 정치의 대세는 정당에서 군부로 바뀌었다. 그렇게 일본의 정당정치는 무너졌고, 제2차 세계대전 이후가 되어서야 복구된다.

    이 책은 위의 과정을 시간의 역순으로 서술한다. 다시 말해, 1930년대 초반 정당정치의 몰락에 관해 서술한 다음, 왜 그런 일이 발생했는지 그 원인을 거슬러 올라가면서 설명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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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활동가들> – 위기와 비관에 맞선 사람들

    보리,현빈,현창 (엮은이),플랫폼씨 (기획) / 빨간소금

    위기와 비관의 시대, 설득하고 비판하며 세상을 흔드는 이들. 가난한 사람을 악마화하고, 파업에 국가폭력으로 대응하며, 혐오 세력이 퀴어의 생존을 위협하는 시대에 ‘위기’는 분명해 보이고 현실을 ‘비관’하기는 쉽다. 그 분명하고 쉬운 길 앞에서 설득과 비판을 택하고 결국엔 세상을 흔드는 사람들이 있다.

    『활동가들』은 ‘현장의 위기’에 맞서 ‘혁명’을 경험하고, ‘이제 사회운동은 망했다’라는 비관에 맞서 ‘다음 세계’를 그리는 활동가 11명의 이야기를 전한다. 지치지 않고 뚜벅뚜벅 나아가는 이 젊은이들의 이야기는 한국 사회 문제의 최전선이며, 한국 사회운동에 관한 작은 지도이다. 책에는 ‘강철의 활동가’라는 이미지와 달리 노는 게 진짜 좋고 반려묘와 함께하며 육아를 고민하는 여느 사회인과 다름없는 ‘직업 활동가’의 일상도 담겨 있다.

    『활동가들』은 비영리 사회운동 교육단체 ‘플랫폼씨’에서 기획한 ‘활동가를 만나다’ 인터뷰 시리즈를 재구성했다. 이제 막 활동가라는 직업을 알고, 활동가의 일과 일상이 궁금한 신입 활동가 3명이 노동조합, 여성단체, 반빈곤단체, 시민사회단체 등에서 일하는 젊은 활동가들을 만나 직접 질문하고 답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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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인과 닥나무가 함께 만든 역사, 조선의 과학기술사>

    이정 (지은이) / 푸른역사

    대영박물과, 바티칸박물관, 루브르박물관 등 세계 굴지의 박물관에서 문화재 복원에 우리 전통 한지를 쓴다는 이야기는 이제 구문舊聞이다. 길고 복잡한 닥섬유로 만들어진 한지는 얇고 잘 찢어지는 다른 종이와는 달리 두껍고 튼튼해 문화재 복원계의 슈퍼스타라는 평가를 받는단다. 하지만 우리는 내구성이 1,000년 이상이라는 닥나무로 만든 닥종이, 전통 한지에 대해 잘 모른다.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는 물론 우리 역사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 무심하다.

    이공계 출신에 외국의 다양한 배움터에서 과학사를 전공한 지은이는 잊혔던 닥종이의 역사를 온전히 복원해냈다. 제지 과정을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실록은 물론 의궤儀軌, 등록謄錄 등 다양한 사료를 섭렵해 가며 한지를 둘러싼 정치 경제 사회의 변화를 짚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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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별별 교사들> – 다양성으로 학교를 숨 쉬게 하는 교사들의 이야기

    이윤승,김헌용,선영,애리,유랑(유아름),조원배,함께 걷는 바람,진냥(이희진),김은지 (지은이) / 교육공동체벗

    교사는 다른 직업에 비해 유독 ‘정상적인’ 존재들로 상상되곤 한다. 학교라는 공간에서 학생들에게 사회의 지배적 규범과 가치를 가르칠 것을 기대받기 때문이다. 그러니 교사들도 사람들이 바람직하다고 여기는 삶의 모습만을 보여 줄 것을 요구받는다. 그러다 보니 ‘교사’라는 단어와 ‘소수자’, ‘다양성’이라는 단어는 잘 어울리지 않는다. 장애가 없고 이성애자이며 중산층의 정상 가족 출신의 사람들일 것만 같다. 초·중·고등학교를 무사히 졸업하고 우수한 성적을 거둔 모범생들처럼 보인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당연히 교사들 중에도 장애인, 성소수자 등 수많은 소수자성을 가진 사람들이 있다. 이 책에 참여한 교사들은 남들과 다른, 약점으로 비치거나 ‘가르칠 자격 없음’으로 간주될 수 있는 점을 하나 이상 가지고 있다.

    이들의 이야기는 학교 안에서 차별을 겪고 벽에 부딪혀 온 경험에 대한 고발이자, 자신의 소수자성을 숨기거나 덮어 놓고 교사로 살아갈지를 고민해 온 기록이기도 하다. 이들의 고민은 교사와 학생 사이 전통적인 관계를 벗어난다. 나아가 동시대인으로서 학교와 사회를 어떻게 바라보고 바꾸어 나갈 것인지 고민한다.

    하나의 키워드만으로 설명될 수 없는 이들의 다채로운 삶은 학교라는 공간에 어떤 파문을 만들어 낸다. 다름을 지닌 어떤 학생들에게 힘이 되고, 꼭 남들과 비슷하게 살지 않아도 된다는 메시지가 된다. 또, 자연스레 다른 의문을 불러일으킨다. 과연 우리 사회가 학교에, 교사에게 요구하는 협소한 규범과 삶의 모습은 당연한 것인가? 특정한 계급과 집단의 가치관을 반영한, 차별적인 것은 아닌가? 다양한 삶의 모습을 보여 주고 학생들과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존재가 보다 바람직한 교사상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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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I 빅뱅> – 생성 인공지능과 인문학 르네상스

    김재인 (지은이) / 동아시아

    2023년 3월 챗GPT-4의 등장으로 AI 발전 전망을 둘러싼 논쟁이 뜨겁다. 인간이 만든 기술이 인간을 압도할지 모른다는 공포가 전문기술 분야와 학계, 일상에 가득하다. AI 대부이자 딥러닝 개념을 처음 고안한 제프리 힌튼 교수는 올 5월 AI 위험성을 자유롭게 말하기 위해 구글을 떠난 바 있으며, 미국 의회에서 처음 열린 AI 청문회에서 오픈AI CEO 샘 올트먼은 통제되지 않은 AI가 세상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인간은 과연 기계에 지배당할 것인가? 인류에게 미래는 있는가?

    오랜 기간 과학기술의 변화를 분석해온 철학자 김재인은 논쟁의 구도를 “기계가 인간을 능가할 수 있는가?”라는 지배 담론에서 “인간은 어떻게 기계와 공생할 수 있는가?”라는 대안 담론으로 바꾸는 혁신적인 시도를 한다. 주어를 기계가 아닌 인간으로 두고 사유하는 저자의 인문학적 통찰은 AI 발전을 둘러싼 대논쟁에서 놓치고 있는 위기의 본질을 직시하게 만든다. 생성 인공지능의 원리를 통해 한계를 도출하고, 그 한계에서 인간의 고유함을 돌아보는 이 책은 인공지능에 대한 최상의 안내서로 기능할 것이다. AI 빅뱅 시대를 역설적으로 인문학 르네상스로 보는 철학자 김재인의 시선에서 위기에 대응하는 철학의 쓸모와 반등하는 인문학의 힘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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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티-재팬> – 탈식민 동아시아의 감정의 정치학

    리오 T. S. 칭 (지은이),유정완 (옮긴이) / 소명출판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일본 제국은 빠르게 해체되었지만, 일본 제국의 착취에 대한 기억과 애도, 트라우마는 한국, 중국, 대만을 계속 괴롭히고 있다. 이 책에서 저자는 동아시아 전역에서 일본에 대한 부정적인 태도가 지속되는 복잡한 역학관계를 쫓는다.

    문학, 영화, 증언, 그리고 대중 문화 등을 통해, 반일주의가 탈식민지화와 화해를 위한 노력의 실패, 냉전과 지속적인 미군 주둔, 이 지역의 지정학적, 경제적 여건 변화에서 비롯된 것임을 보여준다. 동시에 대만의 친일 정서는 일본 제국이 멸망한 후 잃어버린 것을 되찾으려는 대만인들의 열망을 드러낸다. 반일주의가 일본 자체에 대한 것이라기보다는 일본과 중국, 한국, 대만 사이의 실제적이고 상상적 관계에 관한 것이다. 국가 기반 외교에 의존하지 않는 치유의 형태를 옹호하는 저자는 화해를 위해서는 일본이 제국주의 역사를 인정하고 책임을 져야 한다고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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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집이 점잖게 피를 마실 때>

    박해수 (지은이) / 네오픽션

    박해수 작가의 데뷔작이자 첫 소설집. 기괴한 이야기들을 과감하게 선보인다. 눈을 뜨니, 안방 침대에 온몸이 꽁꽁 묶여 있었고 입도 뻥긋할 수 없었다. 정신이 점점 선명해지는 가운데 밖에서 인기척이 들리더니 누군가가 방으로 들어왔다. 그가 누구든 놀라지 않을 각오로 눈을 부릅 뜨고 있던 찰나, 속으로 비명을 지르고 만다. 눈앞에 서 있는 것은 다름 아닌, 또 다른 ‘나’였다.

    “안녕? 놀라게 해서 미안해. 보시다시피 내가 너고 네가 나야.” 또 다른 나는 나를 협박하여 각종 통장의 비밀번호를 캐려고 했다. 거부하니 돌아오는 것은 전기 충격이었다.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일까? 저 사람은 도대체 어디서 나타나 뜬금없이 금융 정보를 캐묻는 걸까?

    표제작 「나의 집이 점잖게 피를 마실 때」를 포함하여, 601호에 괴물이 산다는 설정으로 기괴함을 보여주는 「블랙홀 오피스텔 601호」, 끝없는 지하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세컨드 헤븐, 천삼백하우스」, 사람의 몸에서 갑자기 자라기 시작한 뼈로 인해 정상인과 비정상인으로 나뉜 세계를 그린 「몰락한 나무들의 거리」 등 총 일곱 편의 디스토피아가 수록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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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과학소설사>

    최애순 (지은이) / 소명출판

    한국에서 ‘과학소설’이란 표제를 달고 창작된 작품의 계보와 개념을 정립한 책이다. ‘과학소설’이라는 용어에 걸맞게 지금의 SF가 포괄하는 영화 등의 다른 매체보다 ‘과학소설’에 집중하였다. 다만 해방 이후 과학소설이 뜸한 시기에도 이른 시기에 ‘껌딱지’라는 대중적 소비양식으로 퍼졌던 『헨델박사』라는 만화는 한국 SF의 수용사에서 필요한 부분이므로 특별히 다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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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우야, 여우야, 뭐 하니?>

    권유선 (지은이) / 이루리북스

    유머와 스릴과 재치가 번득이는 그림책

    모든 어린이를 위한 노래이자 놀이인 전래동요 <야우야 여우야>가 그림책으로 새롭게 만들어졌습니다! 앞 면지에서 여우는 입맛을 다시며 누군가에게 초대장을 쓰고 있습니다. 누구에게 보낸 초대장일까요? 첫 번째 손님은 토끼입니다. 그런데 여우집에서는 달그락, 달그락, 달그락 소리만 들립니다. 그러자 토끼가 묻습니다. “여우야, 여우야, 뭐 하니?” 여우의 대답은 “재료 찾지.” 그러자 토끼의 가슴이 두근두근! 과연 여우는 토끼의 친구일까요, 아니면 적일까요? 유머와 스릴과 재치가 번득이는 그림책, 바로 『여우야, 여우야, 뭐 하니?』입니다.

    전래동요 <야우야 여우야>를 새롭고 유쾌한 상상력으로 그려낸 코믹 스릴러 그림책

    전래동요 <야우야 여우야>는 노래이면서 놀이입니다. <우리집에 왜 왔니?>나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처럼 노래와 놀이가 하나되어 어린 시절의 추억을 만들어 주었습니다. 권유선 작가는 <야우야 여우야>의 노랫말을 바꾸고 상상의 나래를 펼쳐서 유쾌한 그림책을 만들었습니다. 여우가 누군가에게 초대장을 씁니다. 이윽고 토끼가 찾아옵니다. 여우야, 여우야, 뭐 하니? 그런데 여우집에서는 으스스한 소리만 들립니다. 『여우야, 여우야, 뭐 하니?』는 으스스한 유머와 깜짝 반전이 빛나는, 선물 같은 그림책입니다.

    교사로 살아온 작가가 모두에게 쉼과 치유를 선사하는 그림책!

    권유선 작가님은 오래 동안 교사로서 살아왔습니다. 특히 그림책을 만난 것은 작가님에게 커다란 축복이었습니다. 작가님은 그림책으로 어린이와 어른 모두에게 휴식과 치유를 선사하고 싶었다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주인공 여우의 모습에서 개구지면서도 따뜻하고 넉넉한 작가님의 마음이 잘 느껴집니다. 『여우야, 여우야, 뭐 하니?』는 모두에게 쉼과 치유를 선사하는 그림책입니다.

    노래와 드라마가 놀이가 되는 그림책

    권유선 작가는 어린이를 사랑합니다. 교사이자 그림책 작가가 어린이를 사랑하는 일은 당연한 일인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권유선 작가가 어린이를 사랑하는 방법은 바로 놀이입니다. 노래를 부르며 놀고, 재미있는 드라마로 놀고, 어린이와 함께 연기하며 놉니다. 어린이는 언제나 놀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우리는 모두 이 세상에 행복하게 살려고 왔기 때문입니다. 『여우야, 여우야, 뭐 하니?』는 어린이와 함께 부르는 행복의 노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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