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멕시코의 변화는 2014년에 시작
    [L/A 칼럼] 아요찌나빠 사범학교 학생들의 강제실종 사건
        2023년 05월 23일 05:45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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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멕시코는 신자유주의 자유무역협정을 1994년에 맺었다. 그러나 그해에 신자유주의를 반대하는 원주민의 대안적 공동체 실험인 마르코스의 사파티스타 운동이 시작됐다. 멕시코의 정치, 사회문제는 여러 가지인데 특히 경제, 사회적 불평등과 권력을 가진 집단(정당과 언론 등)이 부패하다는 지적이 많다.

    멕시코 혁명을 이어받았다는 권위주의 정당(민주주의와 거리가 먼) PRI(제도혁명당)은 1929년부터 2000년까지 계속 장기 집권했다. 그러다가 2000년에 PAN(국민행동당)의 비센테 폭스가 대통령이 되어 정권이 교체되었다. 그러면 민주적 이행이 일어난 것인가? 평화적으로 선거에 의해 정권이 교체되면 민주적이라는 인상을 가질 수 있지만, 아니다. 폭스는 신자유주의 정책을 노골화함으로써 사회적 공공성을 파괴했다. 그리고 2012년에 다시 PRI의 엔리케 뻬냐 니에토가 집권했지만 존 애커만이라는 연구자의 논문에 의하면 선거 부정의 매표행위가 있었고 언론이 이를 숨겼다고 한다.

    1990년대 이후 라틴아메리카의 많은 나라들에서 소위 ‘핑크 타이드’라는 변화, 즉 정치권의 부패와 신자유주의 정책에 대한 사회운동의 비판과 저항이 있었지만 멕시코와는 거리가 멀었다. 그러나 2014년 9월부터 멕시코 사회가 서서히 변화하기 시작한다. 그 계기는 43명의 아요찌나빠(Ayotzinapa) 사범학교 학생들의 ‘강제실종’ 사건이었다.

    2014년에 라틴아메리카 인권위원회에 의해 구성된 독립적인 전문가들의 조사 보고서(이 조사는 희생자들의 부모와 국가가 동의해서 만들어진 것이다)에 의하면 버스를 타고 가던 학생들에게 경찰이 총격을 가했고 일부 희생자는 고문의 흔적도 있다고 한다. 하지만 사건의 책임자가 규명되지 않았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난 것인지도 밝혀지지 못했다. 이 학생들은 사범학교를 나오면 농촌의 초등학교 선생님이 될 예정이었다. 라틴아메리카에서는 이들 농촌의 선생님들이 아주 중요한 지식인이고 사회변혁의 견인차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다.

    이 사건 직후 피해자 부모들이 항의하기 시작하고 멕시코의 많은 시민들이 거리 시위 등으로 연대하기 시작했고 멕시코의 현대사에서 보기 드문 중요한 사회운동으로 발전했다. 어떤 임계점을 넘은 것으로 보인다. 아마 멕시코의 시민들이 이대로 사회적 폭력(우리나라에는 잘 보도가 안 되었지만 북부 화레스 시의 젊은 여성들이 납치 살해되는 경우도 일반의 상상을 뛰어넘고 이미 상습적인 ‘강제실종’의 경우가 약 십만 명을 넘는 것으로 알려진다)을 놔두면 현재의 사회체제가 더 이상 유지가 안 될 것으로 생각했을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2018년 대선에서 사상 최초로 좌파 후보인 안드레스 마누엘 로뻬스 오브라도르(MORENA 국가재건운동)가 2006, 2012년의 앞서 두 번의 낙선을 딛고 집권에 성공한다.

    과거 70-80년대의 아르헨티나의 ‘강제실종’은 5월광장의 어머니들과 시민사회의 투쟁으로 폭력 행사의 주체 및 대상이 분명해지고 폭력의 책임자들(군부독재의 실세들)이 징역형을 사는 등 소위 민주화로의 이행이 이루어지고 “더 이상은 안 된다(눈까 마스)”라는 공감대가 확립된 반면, 멕시코의 경우는 어느 저명인사가 지적하듯이 ”너무나 완벽한 독재“때문인지 그동안 범죄자가 체포, 기소된 경우가 아주 드물었다(스페인어로 impunidad).

    이런 점을 생각하면 2018년 집권한 오브라도르 정부에 의해 2022년 8월 국가가 재조사를 통해 국가 공권력에 의한 폭력을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전 검찰총장을 사건의 진실을 왜곡한 죄로 체포, 기소했고 약 80여건의 체포영장을 발부한 것만 해도 획기적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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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공회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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