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크린쿼터 축소의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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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년 03월 26일 02:55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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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년 들어 한국영화산업은 급격한 불안의 조짐을 곳곳에서 드러내고 있다. 두 편의 천만 영화가 요란한 꽹과리를 울려대던 지난 해, 108편의 영화가 만들어졌지만 손익분기점을 넘긴 영화는 13편 정도에 그친다. 한류가 삽시간에 얼어붙으면서 해외수출 규모 또한 전년 대비 68%로 축소되었다.

    가장 눈에 띄는 불안의 신호는 한국 영화점유율의 급격한 하락이다. 3월25일 현재, 3월 중 한국영화의 점유율은 27.6%, 반면 미국영화의 점유율은 65.9% 이다. 1998년 이후 최악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 한국영화 71.8%, 미국영화가 23.8%의 점유율을 기록했던 것과 완전히 뒤바뀐 수치이다. 물론 정부 측에선 일시적 현상으로 일축하고 싶겠지만 영화계의 기류는 그렇지 못하다.

    2006년 영화계를 뒤흔든 두 가지 갈등, 스크린쿼터 축소와 스크린 독과점의 문제가 복합적으로 모순 구조의 정점을 만들며, 투자심리를 급격히 위축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CJ, 쇼박스를 비롯한 투자자들은 급격히 자금보따리를 틀어막고 있고, 그 결과 촬영편수 또한 급감하였다. 올 해 60편 정도의 영화가 제작될 것으로 영화계는 내다본다.

    불안은 확실히 투자자들의 영혼을 잠식해 가고 있고, 불안요소는 앞으로 지속될 전망인데, 작금의 현상이 일시적일 수 있는 방법은 묘연하다. 한국영화가 2001년 이후 기록해 왔던 50% 이상의 점유율이 매우 불안한 거품 위에서 양산된 것이었음을 그래서 여전히 스크린쿼터는 필요함을 영화계는 그동안 입 아프게 지적해 왔다. 산업연구원이 2005년 정부용역으로 실시한 비공개 연구조사나, 국회 예산정책처에서 실시한 2006년 연구결과도 각각 비슷한 예측을 한 바 있다.

    “영화산업에 대한 투자는 고위험 산업. 국내 영화산업이 선순환의 구조로 정착되지 않은 현시점에서 스크린쿼터의 축소는 일정한 수익을 담보하던 ‘보험’이 사라진 것과 같은 효과. 스크린쿼터가 미국안대로 축소될 경우, 영화산업의 매출은 최대 1,277억원, 고용은 2,439명 감소 가능성이 있음”(산업연구원)

    불안한 토대 위에 서 있던 한국영화가 삐꺽하는 순간을 잠식할 것은 당연, 미국영화다. 평균제작비 1천억원에 육박하는 미국영화는 ‘안정적’인 산업구조에서 ‘안정적’인 흥행률을 담보하는 영화들을 얼마든지 확보하고 있기 때문.

    이 상황에서 한국 정부는 지금처럼 위급한 상황이 이어질 경우, 자율적으로 쿼터의 일수를 조절할 수 있게 하는 마지막 보루, 스크린쿼터의 “미래유보”카드를 내려놓았다는 정보가 전해졌다.

    문화관광부에서는 아직 이를 공식확인하고 있지 않지만, 기회가 있을 때마다 이것만은 반드시 지키겠다고 장관의 입을 빌어 확약한 문화부가 만일 외교통상부와 재경부의 압력을 핑계로 결국 이를 시인하게 된다면, 이 나라 문화 분야의 수장으로서의 권리포기를 스스로 시인하는 것이다.

    더불어 지난해 천영세 의원이 발의한 멀티플렉스 규제법안에 대해서도 “시장에 대한 규제를 반기지 않는다”는 입에 발린 표현을 더 이상 반복하지 않기를 바란다. 그들이 시장이라고 믿고 있는 시장의 실체는 실상 대규모 자본이다. 대규모 자본을 위해 전체를 볼모로 삼는 일. 그것이 한국 문화관료들이 지금 묵인하고 있는 한국영화산업 위기의 실체이며, 한미FTA의 실체이다.

    한국과 동시에 미국과 FTA협상을 시작한 말레이시아가 협상을 무기한 중단했다. 이에 따라 미국 행정부의 무역촉진권한에 얽매여 미국과 FTA 협상을 벌이는 나라는 한국만 남게 됐다. 이제 한국 정부가 이 어리석은 협상의 늪에서 나올 때이다.

    * 이 글은 민주노동당 정책위원회에서 낸 ‘논평’이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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