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리스 총선 결과
    중도우파 신민주당 압승, 과반 미달
    중도좌파 '시리자' 참패...7월 2차 총선 유력
        2023년 05월 22일 11:29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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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일(일요일. 현지시간) 치러진 그리스 총선에서 ‘안정’을 선거 내내 강조한 집권 중도우파 신민주당(ND)이 압승을 거뒀지만 단독 집권에 필요한 과반 득표에는 실패했다.

    97% 개표가 이뤄진 상태에서 미초타키스 현 총리가 이끄는 신민주당은 40,83% 전후의 득표를 얻었고 제1야당인 중도좌파 시리자(SYRIZA)는 20.10% 득표를 기록했다. 그간 여론조사에선 신민주당과 시리자의 지지율 격차가 6~7% 포인트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으나 실제 선거에선 신민주당이 예상을 뛰어넘는 대승을 거뒀다.

    과거 오랫동안 집권당을 경험했던 범그리스사회주의운동(PASOK)은 11.90%를 득표하면서 3위를 차지했는데 중도좌파의 대표 자리를 두고 시리자를 위협하고 있다. 강경 민족주의 성향의 그리스해법(GS)는 4.50% 득표. 시리자 집권 시기 재무장관을 지냈던 바루파키스가 시리자에서 탈당하여 만든 좌파정당 MeRa25는 이번 총선에서 3% 득표에 미달(2.49%)하여 원외로 전락했다. 반면 그리스 공산당(KKE)은 7.06% 득표하고 있다.

    시리자 집권 시기인 2016년에 개정된 새 선거법 체제에서는 최다득표 제1당에게 보너스로 50석 정도를 배정하여 안정적 다수를 형성할 수 있었던 것이 바뀌어 제1당이라도 하더라도 약 46% 이상을 득표해야만 과반의석을 확보할 수 있게 되어 신민주당이 압승을 했지만 과반 의석 확보는 실패했다.

    신민주당이 집권한 이후 2020년 1월에는 다시 선거법이 개정되었는데 최다득표 정당에게 보너스 의석을 할당할 수 있도록 했다. 최다득표 정당에 20석 의석을 보너스로 부여하고 25%를 넘길 경우 추가로 의석을 배정하여 40% 이상을 득표한 정당이 최대 50석의 보너스 의석을 배정 받아 안정적 다수를 이룰 수 있다. 단 이 선거법은 이번 5월 총선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1차 총선 이후 3일 동안 안정적 다수파 연립정부 구성이 실패했을 때 7월 2일 2차 총선을 치르게 되어있는데, 미초타키스 총리는 연정 구성을 모색하고 있지만 단독 집권에 대한 의욕이 강해 2차 총선을 치를 가능성이 높다. 2차 총선은 최다득표 정당에 보너스 의석을 할당하는 선거법이 적용되기 때문에 신민주당이 현재의 지지율을 유지할 경우 단독집권이 가능하다.

    그리스는 방만한 재정 지출로 국가 부도 위기에 몰리고 국가신용등급이 떨어져 시장에서 자체 자금 조달이 어려워져 2010년 4월 유럽연합(EU)과 국제통화기금(IMF) 등에 긴급자금 지원을 요청한 것을 시작으로 8년에 걸친 구제금융 체제에 돌입했다. 이후 파산 위기를 넘겼지만 그리스는 채권단의 요구에 따라 강도 높은 구조개혁과 혹독한 긴축정책을 이행했다.

    중도좌파 시리자는 2015년 총선에서 긴축정책 폐지, 구제금융 재협상를 내걸고 승리했지만 국제채권단과의 힘겨루기 끝에 굴복하여 채권단의 요구를 수용했다. 대가는 가혹했다. 경제주권 상실, 구조조정과 민영화, 임금과 연금 삭감, 실업률 급등, 일자리 찾아서 해외 이주의 확산 등 그리스의 생활수준은 급격하게 위축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2018년 공식적인 구제금융 체제에서 벗어났다.

    이후 2019년 총선에서는 중도우파 신민주당이 집권하면서 경제 재건을 모색해왔다. 이번 총선을 앞두고 그리스 경제가 일정하게 회복하고 투자 수치도 상승하고 실업률도 낮아지면서 이를 내세운 신민주당이 여유 있게 앞서나갔지만 2022년의 도청 스캔들과 올 2월 발생한 그리스 사상 최대의 열차 참사 사건으로 야당의 집중 공격을 받으면서 격차가 좁혀졌었다.

    필자소개
    레디앙 편집국장, 전 진보신당 부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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