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치열한 글로벌 녹색산업 경쟁의 함의
    [정의 경제] 기후대응-지역경제 활성화-일자리 창출
        2023년 05월 22일 09:35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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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RA법으로 촉발된 글로벌 녹색산업정 경쟁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방 7개국(G7) 정상회가 공동성명을 채택하면서까지 중국의 ‘경제적 강압(미국이 중국의 경제적 관행을 비판할 때 쓰는 표현으로 중국이 경제적 역량을 활용해 자국과 갈등을 빚은 무역 상대국에 보복을 가하는 것)’을 문제시했다. 중국은 곧바로 미국 메모리 양산 기업인 마이크론에 대한 보복을 예고했다. 이처럼 최근 반도체, 바이오는 물론 재생에너지 등 녹색산업 분야에 이르기까지 대중국 견제가 점점 심해지고 있다.

    서방의 대중국 견제만이 아니다. 유럽과 미국 사이에도, 심지어 모든 나라들이 자국의 핵심 산업기반 구축과 일자리 창출을 위해 경쟁하고 있다. 과거에는 단순한 세제혜택 등을 통해 리쇼어링(reshoring) 여건을 만들어주는 것이었다면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세제 혜택은 물론 매우 공격적인 생산보조금과 정책금리를 동원한 대출, 그리고 해외기업들에 대한 각종 규제 등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첨단산업과 녹색산업을 자국으로 끌어들이려 한다.

    글로벌 산업경쟁이 시작된 것이다. 그 정점에는 미국의 2022년 8월 반도체법과 인플레이션감축법(일명 IRA법)이 있다. 미국에 대응하여 유럽도 올해 2월 유럽녹색산업계획에 이어 넷제로산업법과 핵심원자법 초안을 발표했다. 일본 역시 지난해 말 ‘녹색전환계획(GX)’을 발표했으며 최근 프랑스는 녹색산업법안을 공개하기도 했다.

    이는 분명히 전에 없던 중대한 변화다. 지난 10여년 동안 기후위기 대응이 전통적인 시장 중심 탄소가격정책으로부터 산업정책으로 서서히 이동하다가 2019년 그린뉴딜 정책으로 속도가 붙었고, 2022년 IRA법으로 아예 글로벌 경쟁국면에 돌입한 것이다.

    한국의 산업정책에서 녹색은 어디로

    문제는 한국이다. 윤석열 정부는 녹색산업 대신 대체로 탄소집약적 성격이 강한 핵발전과 방산, 우주산업을 새롭게 부각하고 있다. 정부는 2027년까지 방산 수출 4대 강국 도약을 목표로 방위산업을 국가전략·미래먹거리 산업으로 육성하고 첨단전력 건설과 방산 수출 확대의 선순환 구조 마련(2022년 우리 방산 수출은 최근 5년 평균의 5배 수준인 170억 불을 달성했다고 공개)하겠다고 발표했다(기획재정부 보도자료).

    ‘핵발전, 방산, 우주산업 중심의 수출 드라이브 정책’이라는 윤석열 정부의 산업정책은 ‘재생에너지를 핵심으로 하는 녹색산업’이 배제되어 있어 기후 대응을 위한 탈탄소화와 충돌한다. 최근 정부가 발표한 3대주력분야 100대 핵심기술에서도 이차전지 등 범용적 분야를 제외하면 녹색혁신분야는 역시 제외되어 있다. 산업정책에서도 기술정책에서도 녹색이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윤석열 정부 산업정책은 한마디로 ‘탈녹색/탈재생, 핵발전 올인’ 정책에 가깝다고 평가할 수 있다. 핵발전을 녹색산업정책에 포함시켜 비판을 받았던 영국의 보리스 존슨 정부의 ‘녹색산업혁명 10대 계획(일명 The ten point plan)’은 오히려 준거점이 될 만하다. 내연기관차 판매 중지와 해상풍력 대폭 확대 등에 120억 유로를 투입해 25만개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비록 핵발전을 포함했지만 어디까지나 제1과제는 ‘해상풍력’에 대한 대대적 투자이며, 여기에서 2030년까지 가장 많은 일자리 즉, 최대 60,000개의 일자리 지원하겠다고 계획했다. 또한 영국 북부와 미들랜드, 스코틀랜드, 웨일즈 등 지방지역 재건도 포함한 것으로 알려졌다.

    잘 알려진 것처럼 우리는 탄소중립을 위한 야심찬 계획의 일환으로 2032년까지 충남과 영남 지역에서 22기의 석탄화력발전소 폐쇄가 예정되어 있다. 앞으로 매년 적으면 1기, 많으면 4기의 화력발전소가 폐쇄된다. 그렇지 않아도 기존 산업의 쇠퇴와 너무 빠른 인구감소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충남과 경남의 지역경제 충격과 일자리 충격이 예상된다. 기후대응과 예정된 석탄화력발전 폐쇄, 그리고 일자리 위기에 대한 가장 적극적인 해법으로서 ‘녹색산업정책’이 절실한 것이다.

    녹색산업정책 적극 도입만이 기후대응과 탈석탄의 해법이다

    이 시점에서, 세계에서 가장 먼저 석탄을 에너지원으로 대거 동원했고, 1980년대까지 에너지의 60% 수준을 석탄에 의존했던 영국이 이제 단 1% 수준으로 탈석탄에 성공했던 경험을 다양하게 참고할 필요가 있다. 영국은 한편에서 국가의 적극적인 탈석탄 정책으로, 다른 한편에서는 지역 차원의 순환경제 시스템 구축으로 위기에 대응해왔다. 그런데 영국이 무려 40여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탈석탄을 해왔던 것과 달리 우리는 향후 10~20년 안에 매우 공격적으로 탈석탄을 진행해야 한다. 국가의 적극적인 녹색산업정책이 절실한 이유다.

    녹색산업정책은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려는 핵발전이나 군수산업, 우주산업 등보다, 특히 일자리 창출 효과가 우월한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예를 들어보자. 연구에 따르면 “10KW이상이 설치될 수 있는 일반건물 및 산업단지 지붕의 잠재용량이 보수적으로 보아도 경남과 충남이 각각 3,4번째로 많은 약 3.1기가와트(GW) 정도”라고 알려졌다.

    만약 탈석탄 지역인 충남과 경남에서 지붕태양광 신설을 위해 “매년 5천억씩 10년 동안 투자한다고 가정하면, 연간 환산기준으로 매년 직간접 일자리를 3,100개를 창출”하고, 연간 3.7테라와트시(TWh)의 재생에너지 전력을 생산할 수 있다는 것이다(녹색전환 연구소의 “탈석탄화 지역의 녹색 전환 일자리 창출방안 기초연구” 참조).

    재생에너지 투자와 함께, 기후위기로 인한 혹한과 폭서에 대처하면서 에너지 효율화를 높이기 위한 단열 그린리모델링도 유사한 효과를 가져온다. 2000년 이전에 지어진 단독주택만을 가정하면 경상남도가 약 30만채, 충청남도가 약 20만채에 이른다.

    이들을 대상으로 10년 동안 단계적으로 단열 그린리모델링 프로젝트를 추진한다고 가정하면, 경남은 매년 약 6천억(3만채), 충남은 약 4천억(2만채)을 투자하여 리모델링을 추진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 결과 연간환산 매년 경남은 직간접 일자리 7,000개, 충남은 4,600개를 창출할 수 있다고 조사되었다.

    분명하고 적극적인 기후대응을 위해, 탈석탄에 대응하기 위해, 그리고 지역경제의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라도 가장 긴급하게 필요한 것은 녹색산업정책의 도입이다. 탄소집약적인 산업으로 알려진 군수산업 등은 물론이고 비용을 포함해서 핵발전보다 모든 면에서 미래전망이 밝은 재생에너지와 녹색산업에 대한 적극적인 고려가 시급한 때다.

    * <정의로운 경제> 연재 칼럼 링크

    필자소개
    녹색전환연구소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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