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굶어도 오늘은 '해피'한 생일입니다
        2007년 03월 26일 01:59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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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노동당 문성현 당 대표가 모처럼 환하게 웃었다. 풍찬 노숙의 고단함도, 단식의 고통스러움도, 한미 FTA 체결에 대한 근심도 오늘 하루만큼은 잊혀 진 듯했다.

    청와대 앞 무기한 단식 농성에 돌입한지 19일째가 되는 26일. 문성현 당 대표는 가족과 강기갑 의원, 최고위원들의 축하 속에서 쉰여섯 번째 생일을 맞았다. 매일매일 보는 얼굴이건만 뭐가 그리 좋은지 문 대표는 외동딸 문지현(14)양과 부인 이혜자(53)씨를 보며 연신 웃었다.

       
      ▲ 단식농성 19일째인 26일. 문성현 대표가 농성장에서 56번째 생일을 맞아 부인과 딸에게 꽃으로 만든 축하케잌을 받으며 환하고 웃고있다.
     

    아버지를 쏙 빼닮은 지현 양은 꽃다발로 만든 생일 케이크와 마음을 담은 편지를 선물했다. 지현 양은 연필로 또박 또박 한자 씩 눌러 쓴 편지를 통해 "빨리 한미FTA가 중단되어 몸이 다 회복 되시면 맛있는 것 많이 드세요"라며 문 대표에게 힘을 보탰다.

    몰려든 언론사의 취재나 스포트라이트에 당황하지 않고 차분히 당차게 할 말을 다 하는 문양은 성격마저도 아버지를 닮았는지 "아빠의 건강이 걱정되긴 하지만, 그래도 FTA 만큼은 꼭 막았으면 좋겠다"라며 문 대표의 선택을 이해할 줄도 알았다.

    매일 농성장을 찾는 부인 이혜자씨는 문 대표의 건강이 걱정이다. 문 대표가 심지가 굳은 사람이라는 것에는 한치의 의심도 없지만 "그래도 사람이란 게 체력에 한계라는 것이 있는데……." 라며 걱정이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 

    이씨는 "노무현 대통령에 대해서는 인간적인 인연이 있어 정말 좋은 대통령으로 남길 바란다"라며 “하지만 다른 것들은 다 이해할 수 있어도 한미 FTA 만큼은 절대 용납이 안 된다"고 말했다.

    이씨는 언론의 무관심에 대해서도 "언론이 전반적으로 한미FTA에 대해 진지한 고민을 하지 않고 소극적인 것 같아 걱정이 된다"면서 "만약 한미 FTA가 체결 된다면 그것이 끝이 난 새로운 싸움이 전개 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 단식 중인 문성현 대표에게 힘을 주고 있는 부인 이혜자 여사와 외동딸 문지현양.
     

    이어 민주노동당 김형탁 대변인도 "비록 문대표가 단식으로 몸은 좀 고달파도, 결국 새로운 싸움의 지평을 여는 불씨가 될 것이기에 의미 있고 보람 있는 투쟁"이라고 자신했다.

    문 대표는 “생일은 인간적인 행사인데 한 가지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면서 "구속 노동자와 인권변호사로 만나 그 후 오랫동안 각별한 인연을 쌓아왔는데 지금은 한미FTA 협상을 두고 서로 대척점에 서 있다"라고 말했다. 

    문 대표는 "각별히 당부 드리는 말로 생일 맞은 소회를 대신 하겠다"라며 "지금이라도 대통령이 중단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고 재차 호소했다.

    또 문 대표는 "어제 당원 총궐기대회를 통해 한미 FTA를 막아낼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면서 “이렇게 생일을 차려 주어서 마음 속 깊이 감사드린다"라며 당원들에 대한 고마움도 잊지 않았다.

    이어 문 대표는 현장에 찾아온 모든 기자들과 청와대 주변에서 일인 시위를 하는 모든 분들에게 백설기를 돌리는 것으로 소박한 생일잔치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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