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서 헛폼 잡지말고, 반대 대열에 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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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년 03월 26일 12:29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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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근태, 천정배 의원 등 여권의 핵심인사들이 한미 FTA에 우려를 표명한 것은 고무적인 일임에 틀림없습니다. 그러나 우려 표명에 그쳐서는 안 된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 김근태 열린우리당 전 의장, 정동영 열린우리당 전 의장, 천정배 전 법무부 장관.
 

지금 한미 FTA를 우려하고 반대하는 데는 두 개의 전선이 있습니다. 하나는 카메라 조명 아래서 알듯 모를 듯한 말로 은근하게 우려하는 근엄한 우려의 전선입니다. 또 하나는 풍찬노숙과 단식 철창행을 감수한 채, 아스팔트를 달구는 현장의 우려와 반대가 있습니다. 현장의 전선은 직설적이고 절박합니다.

한미 FTA 체결이 목전에 이르렀습니다. 대통령은 이제 노골적으로 약자인 농민을 공격하고, 반대진영을 공격하는데 팔을 걷어부쳤습니다.

은근하고 점잖은 우려는 지금 시점에 한가한 노래입니다. 상황을 바꾸지 못합니다.

한미 FTA에 반대하는 여권 핵심인사는 모두 이 정권의 장관을 지냈거나 집권당의 최고위 지도부였습니다. 일말의 책임을 느낀다면, 그리고 한미 FTA에 대한 우려가 진정성 있는 것이라면 이제는 헛폼 잡는 ‘입말 우려’는 안 됩니다.

베트남전에 반대한 스웨덴의 팔머 총리는 기자회견장이나, 강연장에서 은근한 말로 베트남전 반대, 미국 반대를 표시하지 않았습니다. 당시 그는 한 나라의 총리였음에도 헛폼에 얽매이지 않고, 당당하게 시위대의 맨 앞에 섰습니다. 스웨덴 국민에겐 정치 지도자의 그러한 용기와 결단은 오랜 시간이 지난 오늘날까지 그 나라 정치의 신뢰와 자부심의 뿌리가 되고 있습니다.

한미 FTA가 졸속적이고, 파괴적이라는 것에 동의한다면, 타결이 임박한 지금 정치지도자가 서야 할 곳은 근엄한 단상이 아닙니다. 그리고 애매한 헛폼이 아닙니다. 현장에 나서야 합니다. 정치지도자라면 현장이 요구할 땐 단호하게 현장에 설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럼으로써 국민이 정치를 신뢰하고, 자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그래야 더 많은 국민이 한미 FTA를 바로 보게 될 것이며, 더 큰 목소리가 이 정권의 핵심부로 파고 들 수 있습니다. 파국적 상황을 막을 수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한미 FTA에 대한 여권 정치지도자들의 태도가 진정성보다는 대선에서 한미 FTA가 가지는 정치적 가치에 착목한다고 말합니다. 차별화 카드로 활용하고자하는 의도라는 겁니다. 저는 세간의 정치공학적이고 기회주의적 해석은 사실이 아니라고 믿습니다.

그러나 저는 지금이 한미 FTA를 막고, 한미 FTA에 우려와 반대의 뜻을 가진 정치지도자의 진정성과 확신을 단호하게 보여 줄 최후의 시간이라는 데는 동의합니다. 단상의 헛폼이 아니라 현장에서 행동으로 확신을 보여줘야 합니다.

저는 김근태, 천정배 등 여권 핵심 인사들을 한미 FTA 반대 행진의 맨 앞에 볼 수 있기를 고대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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