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사설에 이틀연속 등장한 민족사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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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년 03월 24일 11:43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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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입 3불정책'(본고사·기여입학제·고교등급제 금지)이라는 주제를 놓고 이른바 보수언론들이 사설과 기고 등을 통해 폐지 쪽으로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가운데 일부 신문들은 이들이 왜곡된 사실을 전달하며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는 주장으로 맞서고 있다. 

조선일보 "민사고 생활 다채로운 건 ‘3불’ 없는 미국 명문대 목표로 하기 때문"

조선일보는 23일 사설 <교육과 가난이 뭔지도 모르는 ‘3불정책’의 위선>에 이어 24일 <‘3불’은 나라를 거꾸로 끌고 가고 있다>는 사설을 내놨다. 24일자 사설은 "세계 100위권 대학 중에 미국 대학이 33곳이나 되는데 그 미국 대학엔 ‘3불’이 없다. 각 대학의 판단대로, 각 대학의 기준대로 학생을 뽑는다. 대학의 학생을 뽑는 기준이 저마다이기에 학생들도 그에 맞춰 다양하게 대학 입시를 준비한다"고 말했다.

   
  ▲ 조선일보 3월24일자 사설  
 

사설은 또 "횡성 민족사관고엔 동아리가 80개를 넘는다. 학교생활이 이렇게 다채로운 건 민사고 학생들이 ‘3불’ 규제를 받는 국내 대학이 아니라 ‘3불’과 아무 상관없는 미국 명문대를 목표로 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23일자 사설에서 "민족사관고의 학생들이 올해 서울대에 7명이 합격했지만 외국 명문대엔 80명 넘게 합격할 것"이란 주장의 연속선이다. 한 신문의 사설이 이틀 연속 한 사립고를 거론한 것도 이례적이지만 해당 학교 학생들의 외국 명문대 진학률이 높은 결과를 ‘3불정책’ 때문이라고 해석한 것도 매우 특이하다.

이 신문은 1면 하단의 <학부모·교원단체도 ‘3불정책’ 비판> 기사에서도 "학부모 단체인 바른교육권실천행동은 23일 논평을 통해 ‘평준화정책으로 한국은 인재 강국에서 점점 멀어져 가고 있다’고 말했다"며 "교원노조 중 하나인 서울자유교원조합 최재규 위원장도 성명을 내고 ‘교육 현장에 경쟁력을 불어넣기 위해서는 3불 정책의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교원노조 가운데 최대규모인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의 주장은 그대로 두고 상대적으로 대표성이 떨어지는 다른 교원노조의 주장을 취사해 기사에 소개한 것이다.

한겨레 "3불정책 폐지 요구 사립대 다수 의견 아니다"

이런 조선일보의 ‘3불정책’에 대한 입장을 전면으로 반박한 곳은 한겨레다. 한겨레는 1면 머리기사로 보도한 <"대입 3불정책 폐지 요구 사립대 다수의견 아니다">에서 "서울대 장기발전계획위원회와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 회장단이 잇달아 ‘3불정책’ 폐지를 요구하면서 3불 정책을 둘러싼 논란이 거세지고 있지만 이는 일부 상위권 대학들의 주장을 일부 보수 언론들이 주된 의제로 삼아 부풀리면서 나온 것으로, 대다수 대학들의 뜻과는 무관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 한겨레 3월24일자 1면 머리기사  
 

기사는 "몇몇 대학들의 이해관계를 반영한 의견이 마치 전체 사립대 총장들의 의견인 것처럼 부풀려져 매우 유감스럽다", "공감대도 형성돼 있지 않은 상황에서 일부 명문 사립대 총장들이 주도해 회장단 회의를 통해 결의를 한 것 같다", "기여입학제와 본고사는 일부 명문대를 빼고는 실효성이 없고, 실제 대부분의 대학들은 부정적인 의견을 보이고 있다", "전체의 70∼80%에 해당하는 대학들은 3불 정책이 유지되든 폐지되든 별로 관심이 없다", "대학들이 할 일은 안 해놓고 마치 자율성이 없어서 못하는 것처럼 둘러대는 것은 아닌지 반성해볼 필요가 있다"는 지방 사립대 총장들의 발언을 묶어 전하며 박철 한국외국어대 총장의 말을 인용해 "기여입학제는 국민 정서상 시기상조이고, 외국에서도 대학마다 본고사를 치르지는 않는다. 3불 폐지에 대한 의지가 강한 손병두 서강대 총장 등의 의견을 갖고 마치 모든 사립대 총장들이 3불을 반대하는 것처럼 몰아가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전날인 23일 조선일보는 1면 머리기사로 <사립대 총장들도 "3불정책 없애야">를 게재했었다. 

중앙일보 "공부로 인생역전, 3불이 막아"

이외에도 중앙일보는 5면을 털어 3불정책에 대한 기사를 쏟아냈다. 이 신문은 5면 머리에 올린 <"공부로 인생역전, 3불이 막아"> 기사와 함께 <시민사회단체는 둘로 갈려>, <한국처럼 규제하는 나라 없어>, <"발전은 평준 아닌 경쟁에서 나와" "그나마 교육 평등 유지시킨 정책"> 등으로 관련 소식을 전해, 3불 정책에 반대하는 입장에 더 비중을 뒀다. 

   
  ▲ 중앙일보 3월24일자 5면 머리기사  
 

이 신문의 <"공부로 인생역전, 3불이 막아"> 기사는 포스텍 박찬모 총장의 "한국의 교육은 평준화 때문에 망가졌고 가난한 사람들에게 공부를 통한 인생 역전의 기회도 앗아갔다. 노 대통령이 뭔가 잘못 알고 있는 것 같다. 명문고교가 많아지면 수준 높은 공교육이 가능해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의 사교육 부담도 없어진다"는 주장을 인용 보도했다.   

기사는 "1998년 김대중 정부 때부터 10년간 대학입시의 골격이 되어 왔던 3불정책의 폐지 공론화 여론이 거세지고 있고 22일 반기를 들었던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는 노 대통령과 교육부의 강한 압박이 있지만 ‘3불정책 폐지’ 공론화를 밀어붙일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경향 "사교육 고삐풀려 공교육 붕괴 불보듯"

하지만 이에 대한 반박은 다시 경향신문이 하고 나섰다. 경향신문도 역시 3면을 털어 3불정책을 조망했고 <학교수업 파행 ‘과외 광풍’ 우려>, <고교 서열화 ‘명문고 쏠림’ 심화>, <대학 빈부차 커져 지방대 ‘소외’>, <대학들 ‘폐지론’ 왜 지금> 이란 각각의 기사들을 <3불 폐지되면…사교육 고삐풀려 ‘공교육 붕괴’ 불보듯>이라는 큰 제목으로 묶어 다각도로 보도했다.

특히 <대학들 ‘폐지론’ 왜 지금> 기사는 "3불정책은 교육의 평등성과 수월성 중에서 어떤 가치를 우선할 것인지 선택하는 문제다. 그러나 실상은 정치적인 성격이 매우 강하다. 개개인이 처한 입장에 따라 찬·반이 극명하게 갈리기 때문"이라고 분석하며 "이번 논란은 과거처럼 적당히 진행되다 수그러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참여정부의 교육개혁이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3불정책에 대한 폐지 압력이 어느 때보다 높기 때문"이라고 내다봤다. 전반적으로 3불정책 폐지에 대한 우려를 보도하면서도 3불정책을 근간으로 하고 있는 현 정부의 교육정책이 성과를 내지 못했다고 분석해 눈길을 끈다.

이 신문은 특히 <‘3불 정책’의 기조 유지해야 한다> 사설에 가서는 보다 뚜렷한 입장을 드러낸다. 사설은 "3불 정책은 대학의 자율성을 다소 제한해서라도 더 큰 가치를 지켜내겠다며 설정한 교육 이념이다. 그런 만큼 종종 시비가 벌어지는 것은 어떤 측면에서 불가피하다. 더구나 세계에서 보기 드문 교육열 때문에 이런 교육열을 어떻게 해소할 것인지, 교육의 우선적 가치를 어디에 둘 것인지를 놓고 시각의 차이가 존재하지 않을 수 없다"며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최근의 3불 정책 존폐 논쟁은 일부 대학의 정제되지 않은 견해가 보수 언론들에 의해 확대 포장되고, 대통령과 정치권까지 끼어들면서 필요 이상의 정치적 담론으로 번진 것"이라고 꼬집었다.

사설은 이어 "국가 백년대계인 교육이야말로 중요한 정치 담론인 것은 사실이지만, 이를 흑백 논리식 공방으로 몰고 가는 것은 자칫 원칙과 현실성에 충실해야 할 정책을 포퓰리즘에 휘둘리게 할 위험이 있다"며 "3불 정책이 ‘대학 발전과 경쟁력 확보에 암초’와 같은 존재라고 주장하지만 3불 정책의 어떤 측면이 대학 발전을 얼마나 가로막고 경쟁력을 어떻게 떨어뜨린다는 것인지 납득할 만한 설명이 없다. 막연하게 수월성과 자율성을 해친다고 되뇔 뿐"이라고 주장했다.

한국일보 "고교등급제 과연 사라졌나"

한편 한국일보의 4면 하단의 <고교등급제 과연 사라졌나> 기사는 이렇게 공방을 거듭하고 있는 3불정책의 핵심 가운데 하나인 고교등급제 금지가 실제 교육현장에서 지켜지고 있는지 되짚게 한다.

   
  ▲ 한국일보 3월24일자 4면  
 

기사는 "일선 고교와 입시전문가들은 고교등급제가 여전히 존재한다고 보는 반면, 교육인적자원부는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펄쩍 뛴다"며 "교육부는 ‘고교등급제를 적용하는 대학은 단 1곳도 없다’고 장담하고 있지만, 수험생과 학부모들은 100% 믿는 분위기가 아니고 일선 학교에서는 2008학년도 대입 전형부터 일부 대학이 재수생에게 적용할 예정인 비교내신제도 변형된 고교등급제로 흐를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 윤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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