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칼립소의 왕,
    해리 벨라폰테를 추모하며
    [L/A칼럼] 원초적인 자메이카 음악
        2023년 05월 09일 10:14 오전

    Print Friendly, PDF & Email

    2023년 4월 25일 멋진 가수 한 분이 별세했다. 해리 벨라폰테. 그는 자메이카 이민자로서 미국에서 단지 가수로서만이 아니라 인권운동가로도 유명하다. 특히 조지 부시 대통령의 이라크 전쟁을 비판했다. 미국의 정보기관에서 그를 감시했다는 얘기도 있다. 그의 별세를 애도하여 대표곡인 <바나나보트 송>을 다시 한번 들어본다.

    해리 벨라폰테

    자메이카의 보물 같은 가수 한 분이 또 있다. 밥 말리와 레게음악(여기서 라틴음악 전문가인 장혜영 교수의 [라틴음악기행]의 일독을 권하고 싶다). 이태원에 전문적 레게음악 성지가 있다고 들었다. 자메이카 하면 커피 애호가들은 먼저 블루마운틴을 떠올릴 것이다.

    그런데 자메이카는 사탕수수 경작으로 유명한 나라다. 과거 식민시대에 아프리카에서 끌려와 노예로 일하던 자메이카의 조상들은 일하다 사탕수수 짜는 기구에 팔이 끼면 노예 감독자가 팔을 잘랐다는 기막힌 에피소드가 있다. 일을 계속 시키기 위한 효율성 때문이다. 그럼에도 발 말리는 잔인했던 과거에 대한 복수심보다는 전 세계인이 평화롭게 살자는 정신(라스타파리아니즘)을 레게 음악으로 표현했다. 카리브 음악은 평화를 사랑한다.

    <바나나보트 송>을 들으면 “아이 워나 고우 홈”이라는 단어가 나온다. 정말로 모든 사람들은 따뜻하고 푸근한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어 한다. 시적이고 영성적이다. 죽음이 끝이 아니라는 생각도 든다. 예를 들어, 암환자가 수술을 앞두고 또는 수술 뒤에 이런 시적인 노래를 접하면 왠지 기운이 나지 않을까?

    특히 역사적으로 애환을 많이 겪어 나그네 설움을 잘 아는 우리나라 사람들은 더욱 그럴 것 같다. 필자도 칠레와 아르헨티나 등 우리나라와 너무 먼 항구 같은 데 서 있을 때, 마치 다시는 고향에 돌아갈 수 없다는 묘하게 슬픈 감정을 느꼈었다. “그린 그린 그래스 오브 홈”의 노래와 “고향의 봄”을 안 좋아하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왠지 모르게 눈물이 나오면서도 강한 에너지의 행복감을 가지게 된다.

    사실 카리브 음악은 세 문화가 뒤섞인 것이다. 아프리카의 원초적 리듬, 아메리카 원주민의 공동체 감정, 스페인(유럽)의 서양음악의 멜로디 등. 특히 인간의 원초적 감성을 흔드는 단순 소박한 아프리카 음악의 리듬감에 대해서는 무어라고 설명이 필요 없을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라틴아메리카와 아프리카 사이의 ‘남남협력’은 이성적인 논리 이전에 이미 감성적으로 쉽게 하나가 될 것 같다.

    여기서 강조하고 싶은 것은 두 가지인데 하나는 쿠바와 자메이카의 이민자들이 헤게모니 국가인 미국에 가지 않았다면 오늘날과 같이 우리가 카리브음악의 멋과 흥을 느낄 수 없었을 것이다. 그 유명한 살사음악과 부에나비스타 소셜 클럽의 심드렁한 듯한 여유 말이다. 아마 뉴욕의 음악 프로듀서 등 전문가들의 노력이 컸을 것이다. 다른 하나는 라틴아메리카인들의 정체성을 이루는 것이 카리브음악이라는 점이다. 멕시코는 물론이고 저 먼 파라과이, 칠레, 아르헨티나에서도 마찬가지다. 예를 들어 몇 년 전에 아르헨티나에 갔을 때 라플라타시 외곽의 공터에서 열린 좌파적 사회운동단체들과 유기농 사업자들의 단합 모임 같은 게 있어 갔는데 거기서도 어김없이 주최 측에서 카리브음악을 틀고 참가자들이 자유롭고 신나게 춤을 췄다.

    단순 소박한 것은 사실 엘리트의 것이 아니라 우리들 ‘대중’의 것이다. 위계 서열이 심한 곳에서는 단순 소박한 것은 왠지 모르게 세련된 것에 대해 기가 죽고 하는 경향이 있는데 라틴아메리카에서는 그렇지 않다. 아주 당당하다.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기 때문일 것이다. 라틴아메리카에서 카리브 음악을 대표하는 곳은 쿠바, 도미니카 자메이카 외에 콜롬비아 등이 유명한 가수들을 많이 배출했다. 특히 도미니카의 환 루이스 게라, 콜롬비아의 까를로스 비베스를 추천하고 싶다. 요즘은 유튜브가 발달해서 참으로 편리하다. 다시 한번 해리 벨라폰테의 명복을 빈다.

    필자소개
    성공회대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