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치색 분명한 평화 메시지 전할 터"
        2007년 03월 22일 06:20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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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3~24일 이틀간 서울 대학로 하이퍼텍 나다에서 제1회 반전평화영화제가 열린다. 영화제 준비위원회가 개막작으로 선정한 <조각난 이라크>는 국내 미개봉작으로 2006년 선댄스 영화제에서 최우수 다큐멘터리상, 감독상, 촬영상을 수상한 기대작이다.

    이 작품 이외도 르완다 내전을 다룬 <호텔 르완다(2005)>, 보스니아와 세르비아의 분쟁을 배경으로 한 <노 맨스랜드(2001)>, 1920년대 북아일랜드 분립을 그린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2006)>이 상영된다.

    <레디앙>은 제1회 반전평화영화제를 기획하고 준비하는데 큰 역할을 한 정경섭 집행위원장인을 만났다. 그는 민주노동당 마포구위원장이기도 하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

       
      ▲ 정경섭 영화제 집행위원장
     

    – 영화제를 기획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 지난해 추석 때 팔레스타인 문제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는데 마침 민주노동당 자주평화통일위원회 반전평화팀에서 반전평화 사업을 기획해 달라고 했다. 어떤 사업을 기획할까 고민하던 중에 우연히 세계 각지의 분쟁 지역을 다룬 영화에 관한 책을 보게 되었다. 이러한 영화들을 영화제에서 상영하면 뜻 깊은 행사가 되겠다 싶었다. 그서 작년 12월부터 기획을 했고, 1월 말부터 함께 준비할 단체들 찾아다녔다.

    – 반전평화영화제로 관객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주고자 하는가?

    = 세계 곳곳에서 인간이라는 존재를 의심케 하는 참혹한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감정이입이 되는 영화를 통해서 관객들과 호흡하고 참혹한 현실을 알리고 싶다. 분단된 이 나라에서 평화라는 가치를 다시 한 번 생각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 영화제가 반전평화라는 정치적 이슈를 다루고 있다.

    = 3월 20일은 이라크 침공 4주년이다. 이를 맞추어서 잡은 이유는 정치적 메시지를 분명히 하고자 했기 때문이다. 반전평화운동이 대중적으로 확산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그래서 ‘전쟁 중인 세계’라는 강연회도 준비했다.

    혹자들은 민주노동당이 너무 앞에 나서는 정치색 짙은 행사 아니냐고 한다. 민주노동당은 파병에 반대하기 때문에 이번 영화제를 기획해서 대중들에게 지지를 얻고자 한다.

    열린우리당, 한나라당과 같이 파병에 찬성했던 당들도 그들의 입장을 내걸고 파병 찬성 영화제를 하건 찬반 영화제를 하건 당당하게 대중들 앞에 나서주어야 한다. 그게 정당의 역할이다.

    – 분쟁지역을 다루는 영화제가 있다는 것 자체가 슬픈 현실 아닌가?

    = 전쟁은 양육강식의 세계에서는 어쩔 수 없이 지속 될 수밖에 없는 것 같아 안타깝다. 이런 현상을 보면 쉽게 끝날 수는 없는 문제는 아니구나 생각이 든다. 적극적으로 이 문제를 알려나가고자 한다. 

    – 영화제 준비위원회는 어떻게 구성됐나?

    = 혼자서 발품 팔면서 영화제를 함께 주최할 단체를 찾아다녔다. 혼자서 조직하다보니 많은 단체들이 참여하지 못했다. 아쉽다. 각 단체에서 함께 준비하기로 한 사람들이 한데 모여서 준비위원회를 꾸렸다. 그게 2월 중순이다.

    – 2월 중순부터 실무 준비를 했다면 홍보에도 어려움이 많았을 텐데?

       
      ▲ 제1회 반전평화영화제 포스터
     

    = 영화 선정위원회도 구성하여 영화제 여는 걸 소문도 많이 내야 했지만 이라크 침공일인 3월 20일 전후로 맞추려다 보니 시일이 워낙에 촉박해 그러하지 못했다. 그래도 여러 차례 보도 자료를 배포했고 언론에 꽤 많이 소개되었다. 예매가 되느냐는 전화가 많이 걸려오는 걸 보니 홍보는 괜찮게 된 것 같다. 한 달 남짓한 기간이었지만 기적적으로 준비했다.

    – 영화관련 일을 해보지 않았다면 영화제 준비가 쉽지는 않았을 것이다.

    = 맨땅에 헤딩했다. 아무것도 모르면서 덤볐다. 영화관이 상영관을 대여해주는 줄도 몰랐다. 필름은 어떻게 받아야 하는지도 몰라서 물어 가면서 준비했다.

    처음에는 영화 쪽에서 일하는 친척 형이 있어 자문을 구했는데 그 형이 갑자기 뇌종양으로 쓰려져 큰 수술을 받았다. 당혹스러웠다. 그 다음부터는 한국독립영화협회가 많이 도와줬다.

    – 이미 배급된 영화는 배급사와 협의를 해야 하고 배급되지 않은 영화는 외국 제작사와 협의를 해야 하는데?

    = 좌충우돌했지만 운이 좋게도 일이 잘 풀렸다. 하이퍼텍나다에 대관신청을 하니까 그쪽에서 상영할 영화가 무엇이냐고 물었다. 선정한 영화를 알려주었더니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과 <호텔 르완다>는, 하이퍼텍나나를 운영하는 영화사 진진이 배급하는 영화라고 했다. 결국 대관 문의로 영화 두 편의 필름 대여까지 해결할 수 있었다.

    <노 맨스랜드> 필름 대여는 한국독립영화협회가 해결해 주었다. 아직 한국에 배급되지 않은 <조각난 이라크>는, 이 영화를 상영하고 싶어 했던 분들이 미국 제작사와 직접 연락을 해서 DVD를 들여올 수 있었다. 떼를 쓰다 시피해서 40만원에 들여왔다. 아마 우리나라에 배급된 외국 영화 중에서는 가장 싸게 들여오지 않았을까 싶다.

    – 영화제가 작은 규모라고는 하지만 적지 않은 예산이 필요했을 텐데?

    = 민주노동당 중앙당에서 이미 잡혀 있던 예산을 100만 원 깎겠다고 갑자기 연락이 왔고, 그마저도 4월에 지급하겠다고 했다. 외국에 달러도 보내주고 해야 하는 등 돈 쓸 일도 많은데 꾸역꾸역 준비하고 있다. 내 신용카드로 결제하기도 했다.

    분담금은 주최단체별로 5만 원씩 받았다. 운동단체들이라 돈이 없다. 나머지 필요한 예산은 민주노동당 국회의원 9명한테 후원을 받았다.

    총 예산이 700만 원이다. 이것 가지고 영화제를 한다는 것도 우습다. 그 중에 대관료가 400만 원이다. 영화 빌리는 게 약 200만 원 정도이고 나머지 100만 원이 개막 강연료와 포스터, 리플렛 제작비이다. 어렵게 꾸려 나가고 있다.

    – 영화제 주최로 참여한 단체들은 어떤 역할을 했는가?

    = <조각난 이라크>의 경우 사회진보연대에서 번역을 했고, 문화연대에서 자막을 만들었다. 한국독립영화협회에서는 영화를 섭외했고 평화네트워크에서는 개막강연을 준비했다. 이 이외에도 모든 단체들이 영화제를 열심히 준비했다.

    – 2004년도에는 영화 <화씨 911> 국회 시사회를 기획했다는데?

    = 친척이 영화홍보사 대표로 있는데 그 회사에서 <화씨 911>을 수입했다. 천영세 의원실과 그 회사를 연결시켜주어 국회 시사회를 열도록 했다. 민주노동당이 국회에 진출한지 얼마 되지 않아 <화씨911>의 시사회를 국회에서 여니 상징적인 기쁨을 느꼈다. 국회의 심장부를 강타한 느낌이랄까.

       
     

    – 제2회 반전평화영화제 계획은 있는가?

    = 이번 영화제는 2회를 위한 1회이다. 1회에서 여러 가지 부족했던 면을 잘 보완할 것이다. 준비위원회에서 제2회 영화제를 올 7월부터 준비하자는 의견도 있다. 내년 2월에 기간을 더 늘려서 상영하자고 한다.

    이번 제1회 영화제에서 담지 못한 지역의 이야기들이 너무 많다. 그 이야기들을 충분히 담고 싶다. 티베트, 아프가니스탄, 팔레스타인 등 해당 지역에 대한 좋은 영화들이 많이 있다. 국제 영화제에서 수상한 작품이라고 해서 반드시 좋은 영화는 아니지만 국제적으로 작품성을 인정받은 영화들이 많다.

    – 다음에는 어떤 영화제가 되도록 할 계획인가?

    = 시민들이 더 많이 참여하는 영화제로 기획하고 싶다. 내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미리부터 영화 선정 투표나 분쟁지역 투표를 할 수 있다. 그러면 시민들이 자연스럽게 분쟁지역이 어디에 있는지, 그 지역의 문제가 무엇인지 알 수 있다.

    물론 영화홍보도 될 것이다. 대중들이 쉽게 참여하고 같이 만들어가는 영화제를 만들면, 해당 분쟁 지역의 피해자들에게는 큰 힘이 되고 가해자는 압박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적어도 국내 여론은 그렇게 만들고 싶은 게 꿈이다.

    – 이번 영화제에서 시도했지만 이루지 못한 기획은 있는가?

    = 이번에는 부각되지 않았지만 주요 분쟁지역으로 중동을 선정했다. 그래서 개막 강연도 중동 문제이다. 다음에는 주요 분쟁지역을 선정하면 그 지역을 다룬 영화를 개막작으로 할 뿐만 아니라 해당 분쟁지역에서 고통 받는 분들을 초청하고 싶다. 그분들의 경험을 직접 들을 수 있는 기회를 갖고자 한다.

    그리고 전쟁지역의 문제를 널리 알리기 위해 책을 만들려고 했었다. 분쟁지역에 대한 원고를 전문가들에게서 받아, 개막 강연과 같은 ‘전쟁 중인 세계’라는 제목으로 제작해 배포하려 했지만 예산이 삭감되어서 포기했다.

    – 마지막으로 영화제 관객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말은?

    = 반전평화영화제의 영화들은 현실을 배경으로 한 영화들이다. 실제 일어났던 사건, 역사적 현실을 배경으로 한 영화들이다. 영화와도 호흡하지만 현실과도 호흡하려는 마음이 관객 각자의 가슴 속에 남기를 바란다. 이후에도 계속 그곳의 문제를 생각해 보고 되새기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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