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른 사기 피해자와의 형평성 고려”
    “정부 정책 실패로 인한 사회적 재난”
    '전세사기 특별법'과 '선보상 후구상' 둘러싸고 이견
        2023년 04월 28일 03:29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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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여당의 ‘전세사기 특별법’에 보증금 반환 채권 매입 후 회수하는 ‘선보상 후구상’ 방안이 빠진 것과 관련해, 28일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다른 사기 사건 피해자와 형평성에 어긋난다며 “보증금을 직접 돌려주는 것은 넘을 수 없는 선”이라고 밝혔다. 반면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이번 전세사기 사태를 “정부 정책의 실패로 인한 사회적 재난”이라고 규정하며, 개인적 관계의 사기와는 다른 사건인 만큼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원희룡 장관은 이날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에서 “사기 피해에 대해 국가가 개입해서 사기 피해 금액을 먼저 돌려주고 나중에 못 받으면 세금으로 부담하는 제도는 현재까지 있지도 않고, 이런 선례를 만들 수도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런 제도는 헌법 권리 체계나 시장경제 원리에도 맞지 않다”며 “무엇보다도 국민들의 합의가 뒷받침되기 어렵다고 본다”고 했다.

    원 장관은 “전세 사기뿐만 아니라 주가조작으로 인한 피해, 보이스피싱으로 인한 피해 또는 중학생과 고등학생, 영세상인을 대상으로 한 사기 피해 등 사기 피해 종류도 많고 OECD 국가 중 사기 피해 건수와 액수가 제일 많다”며 “보증금이 급하다는 마음은 백번 이해하지만 헌법 원리 내에서, 또 국민들의 형평성 위에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세사기는 제도적 허점으로 인한 대규모 사회적 재난’이라는 지적에 대해서도 “다급하고 앞이 캄캄한 심정은 이해하지만 아마 국민들의 건강한 상식과 우리 질서에 봤을 때는 조금 무리가 따르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전세사기 피해자들에게 선지원한 후 건축왕 일당의 은닉재산을 찾아 구상권을 청구하면 되지 않느냐’는 물음에 “은닉재산 찾으면 피해자들한테 돌려주도록 돼 있지만 언제 돌려받을지 모르는, 확률 계산도 안 되는 가능성을 국민 부담으로 떠넘기겠다는 얘기”라며 “그렇게 따지면 보이스피싱도 범인들 잡아서 나중에 찾아오고 다 물려줘야 한다”고 답했다.

    반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개인의 사기 피해를 세금으로 변제하는 것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에 대해 “절대 개인적 관계의 사기라고만 볼 수 없다는 게 문제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심상정 의원은 이날 오전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와 인터뷰에서 “이번 전세사기 사태는 정부 정책의 실패로 인한 사회적 재난”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심 의원은 “역대 정부가 집값이 오를 때나 내릴 때나 대출 확대 정책을 했고 그렇게 풀린 돈이 갭투기로 이어지고 민간임대사업자 등록제를 실시하면서 각종 세제 혜택을 줬기 때문”이라며 “어떻게 한 사람이 자기 돈도 없이 1천 채, 3천 채를 만들 수 있나. 이거는 정부 정책의 실패”라고 말했다.

    또 “정부가 여러 보증 제도를 적용해서 (피해자들은) 정부의 보증을 믿고 안전한 집이라고 생각한 것이고, 피해자들이 가장 억울해하는 것도 이런 부분”이라며 “사기꾼들이 ‘허그보증보험을 들면 괜찮다’, ‘청년 대상 버팀목 대출 2억까지 나오니 그거 받아 계약하면 된다’고 하면서 전세가 부풀려졌다. (피해자들도) 처음에 등기부등본 뗐을 땐 깨끗했는데 나갈 때 되니까 집주인이 서너 번씩 바뀌어 있었다. 이거를 어떻게 임차인이 파악할 수 있겠나”라고 했다.

    그러면서 “빚 내서 집 사라는 정부 정책의 실패와 이 사기가 시스템화될 때까지 도대체 정부는 뭐 했나 이 점을 지적하는 것”이라며 “몇천 명씩, 또 몇만 명까지 확대될 이런 피해를 단순히 개인 피해로 생각하면 안 된다. 이건 사회적 재난이고 정부가 책임의 중심에서 해결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여당이 반대하는 보증금 반환 채권 매입에 대해선 “피해자들의 고통의 시간을 줄여주자는 것”이라며 “경·공매 등을 개인이 감당하기가 어려우니 한국자산관리공사가 피해자들의 채권을 집단 매입한 후에 경·공매 등을 처리하면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소액 보증금 변제 대상에도 포함되지 않아서 보증금을 대부분 상실한 피해자들에 대해선 (정부가) 최소한의 지원을 해야 한다”며 “보증금 반환 채권 매입 방안이 빠지면 빌라왕 피해자도 미추홀구 피해자도 구제하지 못하한다”고 우려했다.

    심 의원은 정부의 ‘전세사기 특별법’에 대해 “피해자 지원법이 아니라 피해자 선별법”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여섯 가지 조건을 다 만족해야 피해자가 될 수 있는데, 이거는 낙타가 바늘구멍 통과하는 것처럼 어렵다”며 “(조직적 전세사기 피해자를 선별하고자 조건을 까다롭게 해서) 피해자 대다수가 걸러지면 무슨 의미가 있나. 피해자 구제 특별법이기 때문에 다양한 피해자들을 포괄하려는 노력이 우선적으로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윤희숙 국민의힘 전 의원 등이 임대차3법이 전세사기 사태의 원인이 됐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 “뇌피셜에 의한 정치 공세”라며 “그분은 늘 기-승-전-임대차3법 공격”이라고 비판했다.

    심 의원은 “전세 가격을 월별로 분석해볼 때 2020년 3월에서 5월이 굉장히 급격하게 올라갔고, 임대차 3법이 도입된 2020년 8월 이후에는 오히려 기울기가 완만해진다”며 “저금리와 대출 정책으로 팍 오르는 전세가가 임대차 3법으로 한 풀 잡힌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갭투기를 조장했던 민간 임대사업자 특혜가 2018년부터 시작됐고, 대출 확대는 2019년 5월부터다. 빌라왕이니 빌라신도 2017년, 2019년 사이에 갭 투기를 본격적으로 하게 됐다”며 “전혀 사실적 근거가 없는 공세를 중단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히려 임대차 3법이 제대로 집행됐으면 전세사기 사태를 막을 수 있었다”며 “전세 사기 원인 중 하나가 지금 정보 비대칭인데 임대차 3법 중에 하나가 바로 임대차 신고제인데, 2020년 8월에 시행 예정이던 걸 정부가 1년 유예했다”고 비판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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