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년 총선 보수-진보 구도 포석도
        2007년 03월 22일 10:05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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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회찬 의원은 지난 11일 출마선언문에서 이번 대선을 "사회양극화를 조장해온 세력과 사회양극화를 해소시킬 세력간의 일대 결전"으로 규정했다.

    ‘신자유주의 vs 반신자유주의’가 이번 대선의 구도가 돼야 한다는 뜻이다. 이는 얼마 전 진보논쟁에서 손호철 교수 등이 주장한 것이기도 하다.

    이를 위해 ‘반신자유주의’ 세력을 하나의 틀로 묶어내야 한다. 노 의원은 이를 ‘반신자유주의 정치전선의 구축’으로 명명했다.

    세 가지 기준 : 한미FTA 반대, 비정규직 문제 해결, 평화와 군축

       
      ▲ 노회찬 의원 (사진=노회찬 의원실)
     

    노 의원은 ‘반신자유주의 전선’의 기준을 21일 제시했다. 먼저 한미FTA 반대다. 노 의원은 최근 한미FT에 대한 반대 입장을 밝힌 김근태, 천정배 의원을 향해 "지금이라도 반대 입장을 보인 것을 환영한다"고 했다.

    다만 "다음 정권에서 협상해야 한다고 하는데 한나라당이 집권해도 협상을 끝내야 한다는 것이냐"며 "확실하게 반대입장을 표명하라"고 했다.

    노 의원은 "국민투표를 통해 협상 체결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면서, 김근태, 천정배 두 사람에게 이를 받아들이라고 촉구했다. ‘국민투표를 통한 협상 체결 여부 결정’을 한미FTA 반대의 한 기준으로 제시한 것이다.

    두 번째는 비정규직 문제다. 노 의원은 역시 김근태, 천정배 의원에게 "한미FTA를 반대하는 이유가 사회양극화 때문이라면 비정규직 문제에 대해서도 분명한 입장을 내놔야 한다"고 했다.

    세 번째는 군축과 평화의 문제다. 노 의원은 "이라크 파병 반대"를 한 기준으로 제시했다.

    노 의원측 관계자는 "반신자유주의 전선을 묶는 기준은 한미FTA에 대한 분명한 반대, 군축과 평화, 비정규직 문제 등 세 가지"라고 했다. 노 의원측 또 다른 관계자는 "구체적인 내용을 던진 후 받아들이라는 방식이 아니라 의제의 아웃라인을 제시한 후 함께 내용을 만들어보자는 형태로 제안될 것"이라고 했다.  

    반신자유주의 전선의 우측 외곽, 김근태? 미래구상 좌파?

    반신자유주의 전선의 범위는 민주노동당을 중심으로 왼쪽에서 오른쪽까지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현실 정치력을 감안할 때 주요 관심사는 전선의 오른쪽 끝에 누가 있을 것이냐다.

    노 의원은 이날 "기존 정치세력도 배제하지 않는다"고 했다. 앞선 세 가지 기준을 충족하면 누구든 함께 할 수 있다는 얘기다. 김근태, 천정배 의원 등도 어떤 입장을 보이느냐에 따라 동참할 여지가 열려있는 셈이다.

    그러나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입장 등으로 볼 때 전선의 우측 극단은 이들보다 왼쪽으로 몇 클릭 이동할 가능성이 크다. 그런 경우 대략 ‘미래구상’ 내 좌파그룹 정도에서 우측 외곽선이 그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여기에는 ‘미래구상’이 오래 한 덩어리를 유지하기 힘들 것이란 판단이 깔려 있다. ‘미래구상’에는 손학규 전 지사에 대한 호감을 감추지 않는 인사들과 한미FTA에 대해 전투적으로 반대하는 인사들이 혼거하고 있다.

    ‘당원직선’과 ‘후보단일화’

    ‘반신자유주의 전선’은 선거연합이다. 적극적으로 해석하면 ‘후보단일화’를 배제하지 않는다. ‘후보단일화’를 이루는 방법은 크게 둘 중 하나다.

    먼저 경선 혹은 그에 준하는 절차를 통해 후보를 결정하는 방법이 있다. ‘오픈 프라이머리’도 한 예다. 지난 대선에서 노무현-정몽준 후보는 여론조사를 통해 단일후보를 결정했다.

    다른 하나는 정치적 ‘협상’을 통해 후보단일화에 이르는 방법이다. 이 가운데 어느 경우건 당의 대선 후보를 선출하는 과정에서 당원들로부터 사전에 동의를 구해야 가능하다. 민주노동당은 당원 직선으로 당의 대선 후보를 선출하기로 결정한 상태다.

       
      ▲ 지난 3월 11일 당원직선제가 유지된 민주노동당 정기 당대회
     

    후보 선출 시기를 둘러싼 입장차가 시사하는 것

    이는 곧 당내 후보의 선출 시기, 선출 방식, 선출된 후보의 위상 등을 정하려면 후보단일화 문제를 포함한 대선 전략 전반에 대해 일정한 합의가 전제돼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현재 노 의원 말고도 권영길 의원이나 심상정 의원은 진보진영 대연합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고 있다. 그러나 각론에서 쉽게 합의를 도출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와 관련, 후보 선출 시기를 둘러싼 각 진영간 입장차는 시사점을 던져준다. 노 의원측은 6~7월에 후보를 선출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권 의원과 심 의원은 8~9월로 경선을 늦춰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는 ‘선거연합’의 일정과 맞물려 있다. 노 의원측 주장의 배경에는 선거연합 및 공동선대본 구성 등에 필요한 물리적 시간의 확보라는 이유도 있다. 9월에 후보를 선출할 경우 선거연합을 거쳐 본선에 들어가기 빠듯하다는 것이다.

    당내에는 ‘진보대연합’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도 있다. 지난주 최고위원회의에서 일부 위원들은 ‘진보대연합’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나타낸 것으로 알려졌다.

    반신자유주의 전선의 두 가지 함의

    ‘반신자유주의 전선’은 내년 총선까지의 흐름을 내다본 포석으로 보인다. 두 가지 점에서 그렇다.

    하나는 전체적인 정치 구도와 관련되어 있다. 노 의원은 이번 대선은 ‘3자구도’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대선 이후 ‘양자구도’로 재편될 것으로 전망한다. 이와 관련, 노 의원은 21일 대선에서 총선까지의 정국을 이렇게 전망했다.

    "한나라당이 대선에서 이기면 통합신당 세력은 1회용 정당으로 끝난다. 통합신당 세력이 승리하면 한나라당이 존립하지 못한다. 둘 중 하나만 남게 된다"고 했다. 또 "반면 민주노동당은 상수다. 결국 한나라당, 혹은 통합신당과 민주노동당의 양자구도로 총선이 치러질 것"이라고 했다.

    이는 곧 민주노동당이 지역기반의 거대 보수양당의 틈바구니에서 선거를 치러야 했던 기존과는 다른 상황을 맞이할 것이라는 낙관적 예측이다. 이런 예측의 연장선에서 상황의 수혜자인 민주노동당은 이를 촉진해야 한다는 논리가 가능하다.

    ‘반신자유주의 정치 전선’은 이런 맥락에 놓인 것으로 보인다. 기존의 보수양당 체제를 재편하는 압력 요인이면서 진보의 정치적 영향력을 키우려는 한 방편이라는 것이다.

    ‘반신자유주의 전선’을 ‘진보의 새판짜기’라는 각도에서 보는 시각도 있다. 일각에선 ‘전선’이 궁극적으로 당적 질서를 지향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민주노동당을 포함한 진보진영은 새로운 당적 질서로 재편되어야 하며 ‘전선’이 그 모태가 될 수 있다는 논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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