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미정상회담 평가 상반
    "90점 이상" vs "밑지는 장사"
    김준형 “최악 피했지만 실익 없다”
        2023년 04월 27일 03:30 오후

    Print Friendly, PDF & Email

    김준형 전 국립외교원장은 27일 한미정상회담 결과에 대해 “최악은 피했지만 실익은 없고 아직 지뢰밭은 남았다”고 평가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인터뷰로 논란이 된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과 대만 해협 등 민감한 문제는 넘겼지만 이번 정상회담의 핵심 과제였던 경제 문제에선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것이다.

    김준형 전 원장은 이날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에서 “공동성명에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직접 지원과 대만 현상 변경 문제가 나오면 한중-한러 관계는 파탄으로 갈 수 있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한미가 ‘워싱턴 선언’을 통해 확장억제 관련 새로운 협의체인 핵협의 그룹(NCG)을 창설하기로 한 것에 대해 “한국 정부는 북한이 핵을 사용했을 때 공격 부분에 우리가 거의 핵 공유에 까운 적극적인 참여를 원했는데, 미국의 답변은 그거 못 해 준다는 것”이라며 “미국이 더 이상은 안 된다고 울타리를 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전 원장은 “핵 공유나 이런 부분으로는 북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왜냐하면 확장억제라는 말은 동맹의 신뢰에 기반한다”며 “아무리 핵 운용을 하더라도 미국이 마지막 순간에 핵 공격 쓰지 않는다면 아무 소용이 없다. 어떤 의미에서 우산이라는 것은 전쟁이 일어나기 전에 100% 확인할 수 없는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그렇다면 우리가 당연히 동맹을 강화시켜야 하고, 북한이 핵을 사용하지 않는 환경을 만드는 것까지 같이 가야 한다”며 “그런데 우리 정부는 윤석열 정부는 처음부터 힘에 의한 평화를 주장을 했기 때문에 북한과의 위협을 줄이는 것보다는 핵을 가지든지, 핵을 가진 것과 같은 효과를 미국으로부터 받는 것에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부의 이런 목표는) 미국의 핵 비확산 정책에 의해서 처음부터 어려웠다”며 “핵 운용은 공격에 들어간다는 거는 미국이 준 나라가 없다. (핵협의그룹도) 그냥 옆에서 우리가 의견을 개진하는 것이지 결정 과정에 참여하는 것과는 전혀 다르다”고 부연했다.

    우크라이나 지원과 대만 해협 문제 등에 관한 합의에 대해선 “비판은 하겠지만 선을 넘은 건 아니다. 한중 관계를 악화시킬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경제 분야 핵심 과제였던 반도체법과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관한 성과가 없다는 지적에 대해선 “근본적인 것은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회의적인 전망을 내놨다.

    김 전 원장은 “우리는 이미 수십조를 투자를 다 해버렸다. 처음부터 투자를 하면서 우리가 조건을 달았어야 했다. 투자 다 하고 나서 고쳐 달라고 하면, 미국에게 유리한데 왜 해주겠나”라고 했다.

    그는 또 “이번에 경제에서 가장 문제는 넷플릭스 투자가 제일 앞에 나온 것”이라며 “(넷플릭스는) 우리가 얻어야 할 게 아니고 찾아온 투자다. 우리가 어렵고 미국이 양보하지 않는 것들을 협상에서 (결과물을 낸 것이) 성과”라고 지적했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의 평가는 전혀 상반된다. 국민의힘은 이번 한미정상회담에 대해 “90점 이상”이라고 극찬했고, 민주당은 “점수를 매길 수 없다”고 혹평했다.

    이용호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오전 같은 매체에 나와 “90점은 넘지 않을까 이렇게 생각한다”며 “북한 핵 문제에 관해 양국 정상이 인식을 같이 하고 앞으로 어떻게 대응할지 하는 부분에 대해서 구체적인 내용을 발표한 것들을 아주 긍정 평가한다”고 밝혔다.

    핵협의그룹 창설에 대해 “나토 모델과 비슷한데 NCG는 한미 간 당국자들이 상시적으로 북한 핵, 미사일 문제에 대해서 협의하게 된다”며 “나토는 30개국이나 논의를 하기 때문에 비효율적인 측면이 있지만 우리는 양자 관계이기 때문에 상시 소통할 수 있어서 매우 효율적이고 즉각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기구”라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핵 자산의 한반도 배치는 없다’고 선을 그은 것에 대해선 “전술핵 배치가 과연 북한의 핵 확상과 도발을 막을 최선의 방안이냐 했을 때, 꼭 그렇지 않다는 여론도 있다”며 “전술핵을 배치하면 오히려 긴장만 고조시킨다”고 했다. 앞서 정부여당은 전술핵 재배치의 필요성을 거론해왔다.

    그는 “북한의 핵 확장을 막기 위해서 한반도 핵 개발을 용인하는 것 자체가 핵 확장억제라고 하는 미국의 정치권을 어떻게 보면 반하는 것이기 때문에 용인하기가 힘들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우리 스스로가 핵 무장을 하는 것 이외에는 지금 나올 수 있는 미국의 입장으로서는 최선의 어떤 대응 체제를 만들어낸 것”이라며 “한국 정부와 정보나 대응, 실행 등 이런 문제를 공유하겠다는 거 아닌가. 굉장히 파격적”이라고도 했다.

    이 의원은 반도체법과 인플레이션감축법과 관련해 가시적 성과를 내지 못한 것에 대해선 “매우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미국도 결국은 미국의 국익을 위해서 하는 것이지, 미국이 무슨 키다리 아저씨인가”라며 “반도체든 배터리든 다른 여러 가지 측면에서 자국의 이익과 일자리를 위해 외교하는 것이라 우리 입장이 참 어렵다. 정부가 집요하게 협상해나갈 것이라고 기대한다”고 했다.

    반면 윤건영 민주당 의원은 이 매체와 인터뷰에서 이번 회담에 대해 “점수로 매기기 힘들 것 같다”며 “동맹이라는 게 신뢰에 기반해서 상호 번영이 돼야 하는데 이번 회담이 과연 그런가라고 볼 때 점수를 매기기 곤란할 정도”라고 혹평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준 것은 명확히 보이는데 받은 것이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며 “한마디로 현찰 주고 어음을 받은 셈인데 밑지는 장사인 것 같다”고도 했다.

    정부여당이 성과로 내세우는 핵협의그룹에 대해선 “크게 소용이 없는 약속에 불과하다. 동맹에 대한 립서비스에 불과하다”며 “또 북한 핵 공격에 대한 핵 보복 공격도 의논이 됐던 것 같은데 대단히 위험한 발상”이라고 했다.

    윤 의원은 경제적 의제와 관련해 성과를 내지 못한 것에 관해서도 “어제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안보보좌관 브리핑에 보면 ‘한국이 1천억 달러 이상 투자해줘서 너무 고맙다’, ‘한일관계 개선도 미국이 원했던 건데 해줘서 너무 고맙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뜻을 함께 해줘서 고맙다’ 다 고맙다는 말밖에 없다”며 “우리가 내줄 건 다 내주고 가장 핵심적인 경제 관련 성과를 제대로 뽑아내지 못한 것은 치명적”이라고 했다.

    그는 공동성명엔 담기지 않았지만 미국이 회담 전 대중국 제재에 참여해 달라고 요구한 점을 언급하며 “그런 부분까지 정상회담에 녹여낸다고 하면 그건 심각한 문제”라며 “한미 양 정상 간에 그러한 문제들이 (물밑에서) 일정하게 의논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고 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페이스북 댓글